【워싱턴 D.C.】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반 거래를 포용하기 위해 자본시장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는 맞춤형 규제를 오랫동안 요구해 온 디지털 자산 업계에게 중대한 승리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폴 앳킨스(Paul Atkins) SEC 위원장은 워싱턴에서 열린 연설을 통해 다수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 청사진을 소개했다. 그는 위원회 직원들에게 ‘어떤 암호화폐 토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를 판별하는 가이드라인과 광범위한 공시·면제 규정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앳킨스 위원장은 토큰화 증권(tokenized securities)—블록체인에 기록된 주식·펀드 지분—을 출시하려는 기업들과 SEC가 협력하도록 주문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한 규제 전환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기회”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실행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아메리카퍼스트정책연구소(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에서 연설했다.
주요 내용 및 제도 변화
앳킨스 위원장의 제안이 실현될 경우, 미국 증권 규제는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의 결합을 공식화하며 대대적 변화를 맞게 된다. 그의 발표는 트럼프 정부가 구성한 ‘암호화폐 태스크포스’가 전날 SEC에 디지털 자산 전용 규정 제정을 촉구한 직후 나왔다.
인용“우리는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라는 새로운 이니셔티브 아래 증권 규정을 현대화하겠다.” — 폴 앳킨스 SEC 위원장
프로젝트 크립토는 화이트하우스 보고서에서 권고한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신속히 도입하고, 디지털 자산을 상품(commodities)으로 간주할 수 있는 기준도 제시할 예정이다. SEC는 공석 기간 동안 해석적·한시적 면제 권한을 적극 활용해, 신규 규정이 확정되기 전에도 발행사·거래소·중개기관에 규제 유연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앳킨스 위원장은 “대다수 암호화폐는 증권이 아니다”라고 못 박으며,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토큰과 동일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기존 법령은 증권·상품을 분리 거래하도록 규정해 업계가 ‘증권’ 지정 자체를 꺼려 왔다.
정책 배경 및 정치적 맥락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에서 스스로를 “크립토 대통령”이라고 칭하며 디지털 자산 채택을 장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사기·자금세탁 방지를 명분으로 업계를 강경 단속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와 극명히 대비된다.
바이든 당시 SEC는 코인베이스(NASDAQ: COIN)와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를 상대로 “무등록 증권 판매”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들 소송은 취하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든 정부가 ‘가상자산 적대적’이라고 비판하며 커다란 좌절감을 표출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크립토 기조는 이해충돌 우려도 낳았다. 트럼프 일가가 밈 코인(meme coin)을 발행했고, 대통령 본인도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어떠한 이해충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용어 설명
토큰화 증권(Tokenized Securities)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주식·펀드 등 실제 자산의 소유권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이전하는 증권을 말한다. 투자자는 24시간 전 세계 어디서든 거래할 수 있으며, 결제·청산 비용 절감이 장점으로 꼽힌다.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테스트를 돕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와 유사하다. 일정 기간 기존 증권법 적용을 완화해 신기술 실험 기회를 제공한다.
전문가 관전평
전문가들은 이번 로드맵이 “전통 금융의 규제 인프라를 디지털 자산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려는 의지”로 해석한다. 특히 증권·상품 혼합 거래 허용은 시장 유동성 확대와 수수료 인하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다만, SEC 내부 절차·이해 관계자 협의·의회 감독 등 다층적 관문이 남아 있어 제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과거 바이든 SEC 소송이 일단락됐다고 해도, 투자자 보호·시장 투명성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앳킨스 위원장의 ‘프로젝트 크립토’는 암호화폐 산업의 숙원이었던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면서도, 미국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규제·정치·산업 이해관계가 맞물린 ‘규제 대전환’의 성패는 향후 세부 규정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