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모펀드(Private Fund)와 운용사에 부과된 강화된 보고 의무의 이행 기한을 2026년 10월 1일로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제정된 규정에 대한 두 번째 유예 조치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EC는 이날 열린 공개 회의에서 3 대 1의 표결로 관련 연장안을 가결했다. 반대 1표는 공화당 성향 위원이 던졌다.
이번 규정은 2024년 2월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공동 승인한 바 있으며, 사모펀드와 투자 자문사가 24조 달러(약 3경 2000조 원) 규모로 성장한 사모투자 시장에서 어떤 위험이 누적되고 있는지를 비공개 형태로 규제 당국에 상세 보고하도록 한다. 보고 대상에는
투자 포지션, 거래 상대방, 통화·국가·산업별 익스포저(노출도) 등의 민감 정보
가 포함된다.
본래 2025년 1분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해당 의무는 2025년 12월로 한 차례 미뤄졌으나, 이번 결정으로 시행 시점이 다시 22개월 뒤로 이동하게 됐다. ※이에 따라 각 운용사들은 내부 시스템과 보고 프로세스를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개정안의 핵심 취지는 ‘시스템 리스크 조기 탐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연준의 급격한 통화 긴축 과정에서, 레버리지(차입) 및 파생상품 노출이 과도한 펀드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SEC는 폼(Form) PF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모펀드 내부 포지션을 들여다볼 권한을 강화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보고 항목이 지나치게 상세하고, 기존 시스템으로는 데이터 취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특히 중소 운용사들은 IT 인프라 확충과 인력 확보에 따르는 비용 압박을 호소해 왔다. 이에 SEC는 “규정이 불합리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수정 방안을 모색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위원별 표결 내역
•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위원장 – 찬성
• 데모크라츠 위원 2인 – 찬성
• 해스터 퍼스터(Hester Peirce) 공화당 위원 – 반대
퍼스터 위원은 반대 토론에서 “사모펀드 업계가 조세피난처로의 자본 유출을 선택할 위험이 있으며,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투자자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겐슬러 위원장은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와 금융안정을 강화하는 조치”라며, “보고 의무 자체를 후퇴시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란 무엇인가?
사모펀드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모하지 않고,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투자자(LP)로부터 자금을 모아 비상장 기업 투자·부동산·인프라·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등에 집중 투자하는 기구다. 이에 따라 공시 의무가 공모펀드보다 작고, 높은 수익률과 위험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특정 포지션 붕괴가 시장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 역시 커졌다.
전문가 시각
월가 규제 전문 변호사인 존 코프먼은 “연기 자체는 규제 철회가 아닌, ‘정교화’를 위한 숨 고르기”라며, SEC가 보고 주기·자료 형식·민감 데이터 정의 등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 글로벌 회계법인 파트너는 “IT 시스템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부 운용사에게는 규제를 기회로 삼아 투명성 강화를 내세운 자금 유치 전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역시 동향을 예의 주시 중이다.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해 온 한국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운용사가 제시하는 익스포저 정보를 더 면밀히 요구할 명분을 확보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의 움직임이 아시아 사모 시장에도 규제 벤치마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1) SEC는 2025년까지 업계 의견수렴과 공개협의를 추진하며, 필요시 ‘마이너 룰메이킹’ 절차를 통해 세부 규정을 수정할 예정이다.
2) 운용사들은 2026년 10월 1일부터 첫 보고를 시작해야 하며, 위반 시 민사벌금·면허정지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3) 차기 미국 행정부가 규제 친화적 성향일 경우, 추가 유예 혹은 재수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유예 조치는 규제와 산업 성장 간 ‘균형감각’을 시험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향후 SEC의 구체적 수정안과 업계의 대응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