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릴리·노보·힘스에 의약품 광고 경고장 발송…트럼프 행정명령 여파

미국 식품의약국(FDA)엘리 릴리(Eli Lilly),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 그리고 원격의료 플랫폼 힘스 앤 허스 헬스(Hims & Hers Health) 등에 대해 의약품 직접 광고 규제 위반을 이유로 경고장을 발송했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FDA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한 직접-소비자 처방약 광고 정보공개 행정명령에 따라 단속 강화를 예고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해당 조치를 단행했다.

FDA 웹사이트에는 9월 9일 자로 수십 통의 경고 서한이 일괄 게재됐다. 상당수는 체중 감량제 제조·판매사에 발송됐으며, 릴리의 ‘제프바운드(Zepbound)’와 ‘마운자로(Mounjaro)’, 노보 노르디스크의 ‘웨고비(Wegovy)’·‘오젬픽(Ozempic)’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주목

행정명령 이후 본격화된 광고 모니터링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월 9일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소비자에게 투명한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고 허위·과장 광고를 근절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FDA는 광고 규정 위반 시 최대 압류·금지명령까지 경고하며 강경 모드로 돌입했다.

릴리에 발송된 서한은 2024년 오프라 윈프리 특집방송 등 3건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았다. FDA는 방송에서 제품의 장점이 강조되는 반면 ‘박스 경고(Boxed Warning)’ 등 심각한 안전성 리스크가 누락·축소됐다고 지적했다.

노보 노르디스크 역시 같은 오프라 특집이 도마에 올랐다. FDA는 웨고비와 오젬픽의 체중 감량 효과만 집중 부각됐으며 담낭 질환·췌장염 등 중대한 부작용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또, 사전 검토용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행정절차 위반도 함께 거론됐다.

릴리 대변인은 “해당 인터뷰는 독립 언론이 제작한 콘텐츠로, 회사가 편집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광고물로 간주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노보 노르디스크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주목

원격의료 신생 기업 힘스 앤 허스도 ‘세마글루타이드’ 허위표시로 지적

FDA는 8월에 힘스의 공식 웹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복합제*에 관한 거짓·오해 소지가 있는 표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즉, 오젬픽·웨고비에 쓰이는 활성 성분을 조제(compound) 형태로 판매하면서 “FDA 승인 의약품과 동일하다”는 식의 과장 홍보를 했다는 것이다.

*세마글루타이드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GLP-1 계열 약물이다. 국내에서는 주사제 ‘위고비’가 체중 감량제로, ‘오젬픽’이 당뇨 치료제로 유명하다.

마티 마커리(Marty Makary) FDA 국장은 “제약·헬스케어 기업들은 반드시 이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제시해야 하며, 부작용 전체를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수 주 내 약 100건의 ‘중단·시정 명령’(cease-and-desist)과 수천 통의 서한을 추가로 발송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가 반응과 기업 입장

경고장 소식이 전해진 16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힘스 주가는 장중 7% 이상 하락했다. 반면, 릴리 주가는 2.6% 상승세를 나타냈다. 애널리스트들은 비만 치료제 성장 기대가 여전해 릴리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힘스 앤 허스의 앤드루 두덤(Andrew Dudum) CEO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환자의 정보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FDA의 노력은 당사 사명과 일치한다”면서 “규제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고객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FDA는 세 기업 모두에게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에 시정 계획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기한 내 미조치 시 압류(seizure)·금지명령(injunction) 등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해설: ‘박스 경고’란 무엇인가

박스 경고(Boxed Warning)’는 FDA가 의약품 라벨에 가장 높은 수준의 위험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제도다. 검은색 테두리 안에 심각한 부작용을 굵은 글씨로 명시해 처방 의사와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주의를 촉구한다. 보통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장애 위험이 있는 경우 부과된다.

이를 광고나 홍보 자료에서 누락하거나 축소할 경우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 Act) 위반으로 간주되며, 이번 서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발송됐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필자는 이번 조치를 두고 ‘선제적 규제 강화의 신호탄’으로 본다. COVID-19 팬데믹 이후 원격의료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SNS·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처방약 광고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약물 안전성 정보를 30초 이내에 균형 있게 전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규제 기관은 ‘정보 미흡 시 제재’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기업 스스로 책임을 강화하도록 압박하는 모습이다.

특히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는 2024년 상반기 전 세계 매출이 2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사·스타트업이 우후죽순식으로 compounded 제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FDA의 감독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향후 기업들은 의료 전문가 동반 인터뷰·임상 데이터 링크 제공 등으로 리스크 정보를 적극 공개해야 한다.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한 짧은 영상 광고에서는 QR 코드·자막·링크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부작용 정보를 제시하는 기술적 솔루션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