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EPA, 목화·대두용 디캄바 제초제 재승인 절차 착수

[워싱턴 발]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디캄바(dicamba) 성분 제초제 3종에 대한 신규 등록을 승인하기 위한 규제 제안을 23일 발표했다. 2024년 연방법원 판결 이후 중단됐던 디캄바 살포가 재개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목화·대두 재배농가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PA는 해당 제초제가 인체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검토 결과를 근거로 제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다만 비표적 식물 피해 위험은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살포 시기·용량 제한 등 추가 조건을 병행할 방침이다.

디캄바는 잡초 제거 효과가 강력하지만, 휘발성이 높아 살포 후 공중으로 증발해 인접 농경지까지 드리프트(drift)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비해 미국 대형 종자 업체들은 디캄바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변형(GM) 대두와 목화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해 왔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

디캄바는 타 농작물을 고사시키고, 토종 식물의 다양성을 해친다

”고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실제로 일부 주(州)에서는 복숭아·토마토·포도 등 고부가가치 작물 피해가 보고되며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논란은 2024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 지방법원이 “EPA가 3개 디캄바 제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공청회 등 절차적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정점에 달했다. 법원은 즉각 제품 등록을 무효화했고, 그 결과 올해 파종기에 디캄바를 사용할 수 없게 된 농가들은 대안 제초제를 찾아야 했다.

이번에 EPA가 재검토 중인 제품은 독일 Bayer AG의 ‘XtendiMax’, 스위스 Syngenta의 ‘Tavium’, 그리고 독일 BASF의 ‘Engenia’ 등 3종이다. 세 기업은 법원 판결 직후부터 등록 갱신서를 제출하며 “과학 기반 재평가”를 요구해 왔다.

Bayer는 “라벨(사용 지침)을 철저히 준수할 경우 저휘발성(low-volatility) 디캄바는 충분히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BASF 역시 “농업 경쟁력을 위해 디캄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규제당국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Syngenta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업계는 세 기업 모두 일괄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EPA는 자체 독성학·환경모형을 적용한 결과 “인체 독성 지표가 기준치 이하”라고 결론 내렸다. 반면 민감 식물군(초목·야생화)에 대해서는 잠재적 피해가 확인됐다고 판단, 1헥타르당 살포량, 기온 조건, 하루 중 살포 시간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초안을 함께 제시했다.

디캄바 드리프트란?

디캄바 분자는 25~30℃에서 기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며, 미세 입자가 상승 기류를 타고 수 킬로미터까지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살포 지역 바로 옆 농장뿐 아니라 수십 개 필지에서 예상치 못한 낙엽·작물 황변 현상이 발생해왔다. EPA가 기온 및 풍속 조건을 추가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주목되는 인물은 EPA 화학안전·오염예방국(OCSPP)의 최상위 농약 정책 책임자인 Kyle Kunkler다. 그는 2023년까지 미국대두협회(ASA)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대두 농가의 디캄바 사용을 적극 지지해 온 전력이 있어, 이해충돌 가능성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된다.

ASA는 “디캄바는 제초제 저항성 잡초를 방제할 수 있는 핵심 도구”라며 EPA 제안을 환영하되, 세부 조건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가·시장 파급효과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이 최종 승인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 남부와 중서부에서 글리포세이트 내성 잡초가 급증한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타작물 피해 민원과 소송이 재점화될 소지가 커 보험·법률 비용 증가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규제 측면에서 EPA의 행정절차법(APA) 준수 여부가 쟁점이다. 법원이 요구한 “절차적 투명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EPA는 60일 의견 수렴·주(州) 농무부와의 협의·최종 보고서 공개 등 총 3단계 일정표를 제시했다. 업계는 이르면 2026년 파종기 이전 최종 라벨이 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디캄바는 미국 농업 현장의 생산성 향상과 환경 보호 사이에 놓인 첨예한 갈등의 상징이다. EPA의 이번 결정은 기술과 규제가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