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직장 내 차별과 괴롭힘에 관한 법적 지침을 철회했다. 이번 철회는 2024년 제정된 지침의 핵심 내용을 뒤엎는 조치로, 해당 지침은 LGBTQ(성적지향·성정체성) 근로자와 낙태를 한 여성 근로자에 대한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26년 1월 22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EEOC는 이날 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2 대 반대 1로 2024년 지침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약 25년 만에 이뤄진 지침의 주요 업데이트가 다시 후퇴하게 되었다.
EEOC는 연방 차원에서 인종, 성별, 종교, 장애 등 특정 특성을 이유로 한 근로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위원회는 다섯 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규칙 제정과 지침 발행을 통해 이러한 법의 적용 방식을 설명한다. 또한 기관 내 별도 부서인 총괄고문실은 근로자들이 제기한 차별 고소를 심사하고, 합의를 중재하거나 고용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지침의 법적 효력에 대해 EEOC는 지침 자체가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규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침은 위원회의 집행 의도를 보여주는 청사진으로서, 법원의 판결에서 새로운 법적 쟁점에 대해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지침은 그간의 주요 판결과 최근 약 25년간 의회 입법을 반영했다고 EEOC가 설명한 바 있다.
지침의 주요 내용과 논란
2024년 지침은 2020년 연방 대법원의 Bostock v. Clayton County 판결의 논리를 확장하여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불법적인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EOC는 Bostock 판결의 원리가 본래 해고 사건에 적용된 사례였지만, 해당 판결의 이론적 근거는 LGBTQ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과 관련된 사건에도 확장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구체적으로 지침은 다음의 사례들을 불법적 직장 괴롭힘으로 포함시켰다: 근로자가 낙태를 했거나 피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 그리고 트랜스젠더 근로자의 선호하는 이름과 대명사 사용을 거부하는 행위 등이다. 이러한 규정은 일부 판사와 피고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EEOC에 임명된 인사들은 트랜스젠더 관련 사건 처리 축소, 대학 캠퍼스의 다양성 정책 및 반유대주의 혐의에 대한 조사 착수 등 집행 방향의 변화를 보였다. 이번 지침 철회 표결은 상원에서 트럼프 후보로 지명된 브리타니 파누치오(Brittany Panuccio)가 EEOC 위원으로서 확정된 지 세 달이 채 되지 않아 이뤄졌으며, 이로써 위원회는 3명 정족수(quorum)를 회복하고 공화당 성향이 2 대 1로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위원장과 반대측의 입장
EEOC 위원장인 안드레아 루카스(Andrea Lucas)는 표결 전 성명에서 EEOC가 기존 법을 해석하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의무를 고용주에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은 지침이 고용주에게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여하려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반면 해당 조치에 반대하는 측은 지침 철회가 고용주가 직장 괴롭힘을 예방하는 노력을 저해하고, 근로자들이 괴롭힘을 당했을 때 구제받을 수단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결 직전, 전직 EEOC 및 미 노동부(DOL) 관리 12명은 공동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This action is likely to increase the amount of harassment that occurs in workplaces across the country.”
해당 공동성명에 참여한 관리자 대부분은 민주당 행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다.
법적 분쟁과 하위 법원 판결
2024년 지침의 일부 내용, 특히 Bostock 판결의 괴롭힘 사건으로의 확장 해석은 지침 발표 이후 연방법원에서 다툼을 빚었다. 텍사스의 한 연방 판사는 그 부분을 새로운 해석으로서 EEOC의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며 작년(2025년)에 해당 부분을 차단하는 가처분을 내렸다. 또한 다른 두 명의 판사는 종교 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EEOC가 지침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용어 설명
EEOC(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는 연방 기구로서 고용 차별 관련 연방법 집행을 담당한다. 지침(guidance)은 기관의 법 해석을 설명하는 문서로서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판례와 행정집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Bostock v. Clayton County(2020) 판결은 연방 대법원이 성적지향·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해고가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이후 관련 소송과 해석의 핵심 근거가 되었다.
실무적·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
이번 지침 철회의 직간접적 영향은 다양한 경로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일부 고용주들이 지침 철회로 인한 규제 부담 완화를 이유로 내부 인사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의 축소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리스크와 비용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소송 및 합의 비용의 불확실성: 지침 철회로 인해 연방법원에서의 일관된 해석이 약화될 경우, 동일한 사안에 대해 관할구역별로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사안별 방어 비용을 증가시키고, 예측 가능한 준수 전략 수립을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법적 비용과 합의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인재 확보 및 유지는 비용 상승 요인: 다양성과 포용 정책을 중시하는 업종, 예컨대 기술·서비스·교육·의료 분야에서는 직원 이직률 증가와 채용 경쟁력 저하로 인한 운영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기업 평판 손상은 고객·투자자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주가 변동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셋째, 섹터별 영향 차별화: 종교 단체와 관련된 고용 문제는 이미 일부 판결에서 보호 대상에서 배제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반면 다국적 기업과 대형 공공기관은 국제 규범과 주(州)별 법률에 근거한 자체 기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별·업종별로 적응 방식과 비용이 달라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적 변경을 넘어 법적 불확실성과 기업의 준법 및 인사 전략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들은 내부 정책 재검토, 직원 교육 유지 또는 확대 여부, 주정부·연방법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맺음말
이번 EEOC의 지침 철회 결정은 미국 노동법과 기업의 인사관리 관행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2024년 지침이 반영하려 했던 법원 판결과 입법 변화는 계속해서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의 상호 작용 속에서 재검토될 전망이다. 당분간 관련 분쟁과 법적 다툼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중요한 실무적 의미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