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이 아이클라우드(iCloud) 유료 고객들이 제기한 ‘저장용량 축소 제공’ 집단소송을 3 대 0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원고 측은 유료 구독 시 무료 5GB와 별도로 유료 용량이 추가로 더해질 것이라 믿었으나, 법원은 “애플이 약속한 만큼 정확히 제공했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요금제 설명을 오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고가 주장한 ‘205GB’ 기대치는 “비합리적 가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애플(AAPL)이 200GB 요금제(월 2.99달러)를 구매한 고객 리사 보덴버그(Lisa Bodenburg)가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다. 보덴버그는 “무료 5GB가 기본으로 주어지는 만큼, 유료 200GB를 추가하면 총 205GB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5GB를 덜 받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밀란 스미스(Milan D. Smith Jr.) 판사는 판결문에서
“보덴버그는 애플이 ‘증분(incremental) 또는 보충(supplemental) 용량’이라고 밝힌 200GB를 정확히 제공받았다”
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의 표현이 ‘다이어트 닥터페퍼를 마시면 체중이 준다’거나 ‘립밤 용기의 설계 탓에 일부 내용물이 못 쓰인다’는 등의 사례처럼 일부 소비자의 비현실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허위·기만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또한 “아이클라우드+ 안내 페이지가 ‘추가 용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총합이 아니라 ‘구독으로 얻는 순수 유료 용량’을 명시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해당 표현이 평균적∙합리적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정도로 모호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보덴버그 측 변호인은 23일(현지시간) “판결문을 검토 중이며 향후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항소 여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2024년 5월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 트리나 톰프슨(Trina Thompson) 판사가 내린 1심 각하 결정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사건 정보Case No. 24-3335에 따르면, 사건명은 Bodenburg v. Apple Inc.이며, 피고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본사를 둔 애플이다. 9순회항소법원은 미국 서부지역(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워싱턴 등)을 관할하는 상급 법원으로,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 관할 연방지방법원의 모든 유사 사건에 선례로 작용한다.
● 용어 설명
• Class Action(집단소송) : 동일 피해를 입은 여러 명이 대표 원고를 통해 한 번에 제기하는 소송 방식이다.
• 9th U.S. Circuit Court of Appeals : 미국 13개 연방항소법원 중 하나로, 기술·IT 기업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와 시애틀 등을 관할한다.
• Incremental/Supplemental Storage : 기본 용량에 더해지는 ‘추가 용량’이란 의미로, 총합이 아닌 ‘덧셈분’을 가리킨다.
전문가 시각과 시장 영향
IT 업계 법무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은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들이 마케팅 문구를 보다 명확히 표기하도록 압박하면서도, ‘소비자 오인의 합리성’에 대한 기준을 재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한다. 즉, 모든 오해가 법적 배상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례가 된 셈이다.
시장 측면에서 애플은 이번 소송 기각으로 잠재적 손실 위험을 제거했다. 만약 패소했다면 2억 명 이상의 iCloud 사용자에게 “추가 5GB 지급” 또는 금전 보상을 해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현재로선 그런 부담이 사라졌다. 투자은행들은 “장기적으론 AR·AI 서비스 확대에 필요한 서버 비용을 아이클라우드+ 구독으로 충당하려는 애플 전략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소비자단체들은 “무료 5GB가 2011년 이후 한 번도 증액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클라우드 저장 수요가 급증한 만큼 무상 용량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 대부분이 무료 기본 용량을 10~15GB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편, 보덴버그 측이 미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에 상고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사실심에서 두 차례 연속 패소한 점을 고려하면 상고 허가(Petition for Certiorari) 단계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이번 판결은 클라우드 서비스 설명·계약 체결 시 ‘총합’과 ‘추가’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또한 9순회항소법원이 “평균 소비자의 합리적 해석”을 기준으로 정보제공 의무 범위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유사 사안의 소송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