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7월 생산자물가 0.9% 급등…서비스·상품 동반 상승세로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

[워싱턴 로이터=박진우 기자]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7월에 전월 대비 0.9% 급등하며 시장 예상치(0.2%)를 크게 웃돌았다. 서비스와 상품 가격이 동반 상승해 향후 소비자물가까지 자극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이날 “6월 보합세를 보였던 PPI가 7월에 전월 대비 0.9%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최대폭의 월간 상승률이다.

서비스 가격1.1% 뛰어올라 2022년 3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기계·장비 도매,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 호텔·모텔 요금, 화물 도로 운송 등이 급등했다. 상품 가격0.7% 상승해 올해 1월 이후 최대폭을 나타냈다. 채소·육류·계란 등 식료품 가격이 오름세를 주도했다.


연간 기준 상승률도 가속

전년 동월 대비 PPI는 3.3% 상승했다. 6월의 2.4%에서 확대된 수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對中) 관세(pass-through)가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진다.

“관세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지만, 이번 보고서는 향후 몇 달간 수입물가 상승이 전가돼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 뉴욕 소재 투자은행 관계자


BLS 지표 축소·예산 부족 논란

BLS는 이번 보고서부터 총 350개에 달하는 세부 지수(최종수요·중간수요, 산업·품목별 특수 지수 등)를 계산·공표 중단했다. 수년간 이어진 예산 축소와 인력난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공화·민주 양당 정부 모두에서 만성적 재정 부족이 지속됐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규모 감원·지출 삭감 기조가 통계 생산 체계를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보수 성향 싱크탱크 해리티지재단 소속 이코노미스트 E.J. 안토니가 BLS 국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데이터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서비스 인플레이션 재점화…연준 완화 기대감에 제동

이틀 전(8월 12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치과 진료·항공권 등 서비스 물가가 뛰면서 근원(CORE) CPI가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9월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해 채권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이번 PPI 급등과 관세 리스크가 맞물려 연준의 행보에 물음표가 붙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악화 없이는 정책 완화를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준은 7월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4.25%~4.50% 범위로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한 차례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나, 서비스 물가 압력이 이어지면 연말까지 동결이 지속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기 물가 지표: PCE에 주목

경제학자들은 이번 PPI 발표 이전까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근원(Core) 지수가 7월에 전월 대비 0.3% 오르며 연율 2.9%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1. Fed가 중시하는 지표인 근원 PCE 목표는 2%다.

주석 1. PCE는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한 가격뿐 아니라 기업·정부가 부담한 의료 비용 등도 반영해 CPI보다 폭넓은 지출 흐름을 측정한다.


용어 해설: PPI·CPI·PCE 차이

• PPI(Producer Price Index): 생산자가 받는 도매단계 가격을 측정한다. 원가 압력을 통해 선행 인플레이션 지표로 활용된다.

•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가 지불한 소매단계 가격을 나타낸다. 실생활 체감 물가와 직결돼 통계 중 가장 널리 인용된다.

• 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미 상무부가 발표하며, 보험·의료보조금 등 제3자 지출을 포함한다. 연준이 목표로 삼는 공식 물가 척도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뉴욕 소재 자산운용사 브라이튼 캐피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리사 첸 박사는 “PPI 급등은 공급망 전반에 걸친 비용 압력을 반영하며, 근원 PCE가 2%대 후반에 머무르면 연내 두 차례 인하 베팅은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시카고 파생상품 브로커리지 투마이 파이낸셜의 제임스 롱 이사는 “관세 효과가 일시적일 수도 있고, 실업률이 4%를 넘어설 경우 연준은 결국 성장 둔화를 우려해 금리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발표될 8월 CPI·PPI가 서비스 물가의 피크아웃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꼽힌다. 만약 물가 압력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정책 스탠스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결론 및 시사점

7월 PPI 급등은 인플레이션 재가열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연준이 9월 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비스 부문 가격이 주요 동인이 된 만큼, 임금·고용 흐름과 맞물려 통화정책 경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BLS의 예산·인력 부족이 통계 공신력에 미치는 영향도 정책·투자 의사결정의 새로운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 데이터 품질 논란이 확대될 경우, 민간 데이터나 고빈도 데이터를 활용한 대체 지표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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