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석의 마켓 딥다이브 | 2025·09·08
1. 문제 제기 ― ‘느리게 움직이는 악순환’의 출현
2025년 여름,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선을 돌파했다. 2007년 7월 서브프라임 붕괴 직전 이후 18년 만의 기록이다. 장기물 금리 급등은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가계·기업·정부를 동시에 옥죄는 복합 충격으로 작동한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구조적 변화를 네 가지 축—① 소비·주택, ② 기업 이익, ③ 정부 재정, ④ 연준 정책—으로 나눠 살펴보고, 투자자가 취할 전략적 대응을 제시한다.
데이터 한눈에 보기 (2024.12 → 2025.09)
지표 | 2024.12 | 2025.09 | 증감 |
---|---|---|---|
美 30년물 수익률 | 3.73% | 5.02% | +129bp |
30년 고정 모기지 | 6.40% | 8.10% | +170bp |
S&P 500 PER(선행) | 20.3배 | 22.5배 | +2.2 |
연방 재정적자/GDP | 5.9% | 6.7%(E) | +0.8p |
2. 소비·주택: 금리 충격의 1차 파동
2-1. 모기지 금리와 ‘체감 인플레’
30년 고정형 모기지 평균 금리는 8% 안팎까지 치솟았다. 월 상환액은 2023년 말 대비 24% 증가했다. 실질 임금이 3% 남짓 오르는 동안 주택 구매력은 한 세대(約 25년) 만에 가장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 단기(6~12개월): 주택 착공·기존주택 거래 모두 두 자릿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건설업 고용이 둔화되며 서비스 고용에도 지연된 충격(lagged impact)이 번진다.
- 중기(1~3년): 주거 이전·가구 구매·소매 소비까지 연쇄 감소한다. 팬데믹 기간 급등했던 ‘이동성 인플레’가 역전돼 렌트 지표가 하락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2-2. 신용카드·BNPL 연체 위험
장단기 금리차가 플랫하게 수렴하면서 카드금리는 23%대, BNPL(후불결제) 연체 수수료는 30%대를 기록한다. 30세 미만 계층의 연체율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상회한다. 고정금리 모기지를 보유한 장년층은 버티겠지만, MZ세대는 소득 대비 이자 부담률(DSR)이 가계 방어선의 약한 고리다.
3. 기업 이익: EPS 컨센서스의 ‘눈높이 조정’
3-1. 이자 비용의 두께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평균 쿠폰은 2023년 3.1%에서 2025년 4.6%로 뛰었다. 만기 구조를 보면 2025~2027년 재조달(리파이낸싱) 대상 채권이 1.9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S&P 500 순이익의 약 15%를 잠식할 수 있는 규모다.
3-2. 빅테크의 상대적 내성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 현금부자 기업은 리스크가 작다. 그러나 AI 투자 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데이터센터 기업은 막대한 자본적 지출(CapEx)을 차입으로 충당해야 한다. WACC(가중평균자본비용)가 150bp 오르면, DCF 밸류에이션은 10~15%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
3-3. 소형주·고수익채권(하이일드)의 경고
러셀 2000 기업은 평균 순차입/EBITDA 비율이 3.9배로, 팬데믹 이전(2.5배)을 크게 웃돈다.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30년물 급등 뒤에도 400bp 초반에 머무나, 실물 경기 냉각과 맞물리면 500bp+ 재평가 위험이 크다.
4. 정부 재정: 역설적 ‘금리 징벌’
4-1. 이자 지출이 국방 예산을 추월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6 회계연도 연방 순이자비용이 $1.15조로, 국방비(예산안 기준 $9980억)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금리 100bp 상승은 향후 10년간 누적 이자비용을 $2.3조 추가로 늘린다.
4-2. ‘안전자산’ 지위 재검토
30년물 수익률이 동일 만기 투자등급 회사채보다 40~60bp 높게 형성되는 ‘비상식적 양태’가 관측된다. 일시적 오버슈트가 아니라면 장기 국채의 위험프리미엄이 상수(常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미 장기물의 비중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트리거가 된다.
5. 연준의 딜레마: 커브 제어 or 침묵
연준은 2025년 9월 FOMC 의사록에서 “장기금리 상승이 금융여건을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시키면 통화정책 경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점검해 보자.
- 베이스라인: 2025년 11월 25bp 인하 이후, 2026년 상반기까지 총 75bp 추가 인하. 10년물은 4%대 중반, 30년물 4.6%선으로 서서히 안정.
- 장기금리 방어(비공식 YCC): 연준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2.0’ 발표—단기 채권 매각, 장기 채권 매입—를 통해 곡률(커브) 평탄화 촉진. 인플레 기대가 안정적일 때만 실행 가능.
- 무대응·커브 스티프닝 고착: 정치 불확실·재정 확대가 겹쳐 장단기 스티프닝 지속. 연준은 “시장 기능 정상화”를 이유로 개입 자제. 10·30년물 스프레드 80bp까지 확대.
6. 장기(≥1년) 투자 전략 로드맵
6-1. 채권: 듀레이션 바벨 전략
- 단기 팁스(TIPS)·단기 국채로 변동성 회피.
- BBB+ 이상 IG 5~7년물: 재투자 리스크 최소화, 실효 만기 단축.
- 장기 국채 20% 전술 배분: YCC 시나리오 시 가격 상승 베팅.
6-2. 주식: ‘현금창출 능력 + 가격결정력’ 포트폴리오
고배당 유틸리티·헬스케어, AI-CapEx 수혜 반도체 장비, 리츠 중에서도 데이터센터·셀타워는 장기 수주 계약으로 금리 변동 방어 가능.
6-3. 대안 자산
골드·PGI(디지털 금)은 장기 국채 불안·달러 변동성의 헤지 수단. 인프라·프라이빗 디빗은 물가연동·변동금리 구조로 방어벽 형성.
7. 결론 ― ‘5% 장기금리’는 뉴 노멀인가
거시·정책·시장 세 영역에서 볼 때, 30년물 국채 5%는 일시적 피크라기보다 새로운 평균값에 수렴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인구구조·적자·탈세계화가 모두 저금리 환경을 역풍(逆風)으로 전환했다.
- 연준·ECB·BOJ가 축소한 대차대조표는 장기물 매수 ‘큰손’을 잃었다.
- 정책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상향됐다—프랑스 OAT, 일본 JGB 사례가 전조다.
향후 1년간 투자자는 ‘낮은 변동성 채권+현금흐름 안정 주식+실물 헤지’라는 삼각 구도를 견지해야 한다. 금리 정상화는 끝났지만, 금리 안착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장기금리가 대담하게 말할 때, 시장은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칼럼니스트 이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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