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고급 AI 칩 대중 판매를 심사하기 위해 검토 절차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전해졌다. 이번 검토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논란의 대상이었던 해당 칩 판매 허용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의 일부로, 엔비디아(Nvidia)의 두 번째로 강력한 AI 칩인 H200의 중국 수출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2025년 12월 1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H200 칩의 중국 판매를 허용하되 미 정부가 25%의 수수료를 징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 칩에 대한 수요를 줄여 미국 기업들이 중국 경쟁업체들보다 우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주장했다.
해당 결정은 중국의 군사 역량을 급속도로 고도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 내 중국 강경파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실제로 엔비디아의 칩을 구매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이 얼마나 신속하게 관련 판매를 승인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번 칩 판매 관련 수출허가 신청서를 심사하기 위해 국무부(State), 에너지부(Energy), 국방부(Defense)로 해당 서류를 회람했다. 해당 기관들은 수출 규정에 따라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통상적으로 30일 이내에 입장을 내도록 되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부 관리는 이 검토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철저한 심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
not some perfunctory box we are checking
“라고 말했다. 다만 규정상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도 보도는 전했다.
미 상무부와 엔비디아 측은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 검토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술 스택의 우위 확보에 전념하고 있으며 국가안보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과 맥락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에 고급 AI 칩의 중국 판매에 대해 광범위한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과 제3국을 통한 밀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정책의 방향에서 중요한 전환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첫 기간에는 중국의 미국 기술 접근을 강경하게 규제해 국제적 관심을 끌었는데, 당시 그는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탈취하고 상업적으로 입수한 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와 관료들의 반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크리스 맥과이어(Chris McGuire)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리는
“이 칩을 중국에 대량 수출하는 것은 중대한 전략적 실수(significant strategic mistake)가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칩이 “중국의 AI 발전을 억제하는 유일한 장애물(one thing holding China back in AI)”이라고 평가하며 미 국무·상무·에너지·국방 등 부처들이 이를 미국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증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백악관 내 일부 인사들, 특히 백악관 AI 담당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와 함께하는 몇몇 행정부 관계자들은 고급 AI 칩의 중국 판매가 화웨이(Huawei) 등 중국 기업들로 하여금 엔비디아 및 AMD의 최신 설계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더욱 부추기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일정 부분 경쟁 억제라고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기술적·산업적 특징
H200은 엔비디아의 현 플래그십 칩인 Blackwell보다 성능이 낮지만, 여전히 업계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는 고성능 AI 가속기다. 보도에 따르면 H200은 중국에서 지금까지 판매가 금지되어 왔으며, 이번 조치로 인해 첫 판매가 승인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초기 중국 주문이 기존 생산능력을 초과하자 H200의 생산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로이터가 전했다.
용어 설명
수출허가(inter-agency licensing review)는 미 상무부가 수출 통제를 관리하면서 관련 부처에 허가 신청을 회부해 안전·외교·국방상의 영향을 검토받는 행정 절차다. 이 절차에서 국무부·에너지부·국방부 등은 각자의 관점에서 안보와 외교적 파급효과를 검토하며 규정상 통상 30일 이내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되어 있다. 이 숫자(30일)는 보도에 명시된 규정 기준
시장·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검토 개시는 반도체 공급망, AI 인프라 수요, 그리고 관련 기업의 주가에 복합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H200 판매 승인 시 중국 내 데이터센터 및 AI 개발업체들은 고성능 연산 자원을 보다 원활히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 내 AI 서비스 성능 향상과 관련 소프트웨어 생태계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둘째, 엔비디아의 H200 생산 확대 계획은 공급 측면에서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 압박을 다소 완화시키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매출 확대를 도울 수 있다. 셋째, 미·중 기술 경쟁 관점에서 보면 판매 허용은 단기적으로 중국 업체들의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자체 설계·생산 역량 강화를 촉진할 수 있어 전략적 의미는 복합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 변화가 관련 기업의 주가에 즉각적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 AI 칩업체는 수요 확대 기대감으로 긍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중국 내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경쟁 압력에 따른 비용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압박이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허가 최종 결정, 중국 내 구매 허용 여부, 그리고 실제 출하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향후 절차와 주목 포인트
현재 단계는 상무부가 관련 서류를 타 부처에 회람한 ‘심사 착수’ 단계로, 각 부처의 30일 내 의견 제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관건은 각 부처가 제기할 국가안보 우려의 범위와 중국 정부의 수입 허용 여부, 그리고 실제 판매 규모와 수수료(보도에서는 25%로 언급됨)의 적용 방식이다. 이들 요소에 따라 최종 정책의 경제적·전략적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보도는 앨렉산드라 알퍼(Alexandra Alper)가 작성했으며 로이터 통신의 취재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엔비디아의 H200 칩 판매 허용 여부와 관련한 심층적 추이는 향후 제시될 부처 의견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따라 확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