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소법원, 트럼프 행정부의 아이티인 임시보호종료 요청 불허…35만명 이상 보호 유지

네이트 레이먼드 기자 보도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이티인에 부여된 임시보호지위(Temporary Protected Status, TPS)를 종료하려는 조치를 일시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미국 내에 거주하며 근로할 수 있는 35만 명 이상의 아이티인들이 당분간 추방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2026년 3월 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D.C. 순회항소법원(미국 연방항소법원, D.C. 서킷)의 분열된 3인 배심 패널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금요일 늦게 기각했다. 이 패널은 2대1로 행정부가 지난 2월 2일 판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2월 2일 판결은 국토안보부(DHS)가 아이티의 TPS를 종료하는 것을 차단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아이티인들이 집단소송(class-action)으로 제기한 것으로, 이들은 DHS가 그들을 추방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연방지방법원 판사인 아나 레예스(Ana Reyes)는 2월 판결에서, 크리스티 노엠(Kristi Noem) 장관이 아이티인의 TPS를 종료하려는 2025년 11월 조치는 TPS 종료 절차와 관련된 법적 요건 및 미 헌법 수정헌법 제5조의 평등보호 조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TPS(임시보호지위)는 인도주의적 프로그램으로서, 지정된 국가 출신의 이민자가 해당 국가로 강제송환되는 것을 보호하고 합법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제도는 자연재해나 내부 충돌, 치안 붕괴 등으로 인해 본국에 즉각적으로 귀국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노엠 장관과 트럼프 행정부는 TPS가 사실상 ‘사실상의 사면(de facto amnesty)’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행정적 단속의 일환으로 12개국에 대한 TPS 종료를 추진해 왔다. 행정부는 항소에서 대법원이 과거에 베네수엘라 출신자들에 대한 TPS 종료를 두 차례 허용한 전례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다수 의견을 제시한 두 명의 판사, 플로렌스 판(Florence Pan) 판사와 브래드 가르시아(Brad Garcia) 판사는 베네수엘라 사안과는 구별되는 점을 강조했다. 다수 의견은

“귀국 시 아이티인들은 ‘법치 붕괴(collapsing rule of law)’에 직면해 폭력에 취약해지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이티의 현재 상황이 귀환 시 중대한 인권 및 생명권 위협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저스틴 워커(Justin Walker) 판사는 트럼프 임명 판사로서, 이 사건과 베네수엘라 관련 대법원 소송은 “법률적으로 형제나 혹은 동일한 쌍둥이와 다름없다”라고 반박하며 항소심이 중단을 허용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DHS는 본 보도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역사적 맥락

아이티인들이 처음으로 TPS를 부여받은 것은 2010년 대지진 이후였다. 그 이후 미국은 여러 차례 이 지정(status)을 갱신해 왔으며, 가장 최근의 갱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7월에 결정한 것이다. 당시 DHS는 “동시에 진행되는 경제적, 안보적, 정치적, 보건적 위기”를 이유로 갱신을 정당화했으며, 갱단의 폭력성과 기능하는 정부의 부재를 배경 요인으로 제시했다.

용어 설명 — TPS란 무엇인가

TPS(임시보호지위)는 미국 법체계 내의 행정적 보호 제도로, 특정 국가에 대해 자연재해, 내전, 전염병 등으로 인해 시민을 즉시 송환할 경우 심각한 위험이 예상될 때 미 국토안보부가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 부여할 수 있다. TPS가 부여된 사람들은 미국 내 추방 면제와 함께 합법적 노동 허가를 받을 수 있으나, TPS 자체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지위는 아니다. TPS의 지정·종료·갱신은 행정 절차와 법적 요건, 그리고 헌법적 권리 검토가 수반된다.

법적·정치적 파장

이번 항소법원 판결은 단기적으로 DHS의 TPS 종료 조치를 제약함으로써 아이티인들의 거주 안정성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법적으로는 항소심 판결이 최종심이 아닐 수 있으며, 행정부는 계속해서 항소를 진행할 수 있다.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내릴 가능성이 존재하며, 과거 베네수엘라 사안에서 보였던 대법원의 선례가 향후 절차에 중요한 참조점이 될 것이다.

경제적·사회적 영향 분석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TPS 수혜자들은 미국 노동시장, 특히 저숙련·서비스업 부문에서 중요한 노동력 공급원이다. 35만 명 이상의 아이티인들이 추방 위협을 받지 않음으로써 해당 산업의 노동공급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역사회 복지 및 사회 안전망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나, 갑작스러운 대규모 추방이 현실화될 경우 송금(remittance) 규모의 급격한 변동, 노동력 소실, 지역 경제의 불안정화 등 부정적 외부효과가 우려된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이번 판결이 직접적인 주가 변동을 일으키지는 않겠으나, 이민정책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관련 산업(농업, 건설, 서비스업 등)의 인력 공급과 비용 구조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전망

현재로서는 항소심의 기각으로 아이티인들의 TPS 종료는 즉시 효력을 상실하지 않으며, 행정부는 상급심에 계속해서 불복할 수 있다. 최종 결론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며, 그 사이에 아이티의 국내 상황 및 미국 내 정치적 변수(예: 행정명령, 의회 입법 움직임 등)가 판결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다. 법률적 측면에서는 TPS 종료 절차의 적법성,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헌법상의 평등보호 원칙이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결론

이번 판결은 인도주의적 보호와 행정권한의 범위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미국 내 법적·정치적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35만 명이 넘는 아이티인들이 계속해서 미국 내에서 생활하고 일할 수 있도록 보호받게 되었지만, 궁극적인 법적 결론과 정책적 해결책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 향후 소송 진행 상황과 행정부의 추가 조치, 그리고 국외(아이티) 상황의 변화가 이 문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