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소법원,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해임된 저작권청장 직무 복귀 결정

워싱턴 D.C.—미국 컬럼비아특별구 연방항소법원2025년 9월 10일 2 대 1 판결로 시라 펄머터 미국 저작권청장을 즉시 복직시키라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 해당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메일을 통해 단행한 해임 조치를 ‘위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컬럼비아특별구 연방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Circuit)은 펄머터 청장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暫定으로 그녀를 자리에 복귀시켰다. 재판부는 특히 “이번 사건이 지닌 이례적‧초유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임 결정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에 저작권 정책을 자문할 독립 기관을 대통령이 정치적 사유로 간섭하는 것은, 권력분립 규범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재판부 다수의견을 작성한 플로렌스 팬 판사(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임명)는 판결문에서 밝혔다.

이번 소송은 5월 10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메일로 펄머터 청장을 전격 해임한 데서 비롯됐다. 해임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저작권청(Library of Congress 산하)이 의회법에 따라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펄머터 청장 측은 5월 22일 정부를 상대로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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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생성형 AI와 저작권 논쟁

소송의 도화선은 저작권청이 5월 9일 발표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훈련 데이터의 저작권 적법성’ 보고서였다. 보고서는 “기술 기업들이 보호대상을 무단 활용할 경우, 법적 면책이 일률적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고서가 공개된 이튿날 펄머터 청장을 해임했으며, 이후 공개 석상에서 “AI 훈련을 가로막는 것은 혁신을 억제하는 일”이라며 보고서 내용을 사실상 부정했다.

생성형 AI란 텍스트·이미지·음악 등을 ‘새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모델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기존 창작물이 학습 데이터로 사용되는데, 저작권 침해 문제가 국제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펄머터 청장의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한 최초의 공식 문서 중 하나로 꼽힌다.

하급심 판단과 항소심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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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티머시 켈리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직을 잃은 사실만으로는 회복불가능한 손해(irreparable harm)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펄머터 청장의 예비적 복직 요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사건의 성격과 대통령 개입 경로를 고려할 때, 단순 인사권 분쟁을 넘어선다”며 하급심 결정을 뒤집었다.

항소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접적 인사 조치와 저작권청의 의회 자문 기능 사이에 “명백한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들어 긴급 구제를 정당화했다. 재판부는 또한 “직무 공백이 길어질 경우 의회의 정책 판단에 돌이킬 수 없는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정치권 반응

펄머터 청장의 법률대리인 브라이언 네터 변호사는 “법치주의‧권력분립‧의회의 독립성이 모두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백악관과 저작권청 대변인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저작권청의 위상과 향후 전망

미국 저작권청은 1800년대 설립 이후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산하에서 저작권 등록과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독립 조직이다. 의회법은 대통령으로부터 일정 부분 인사‧운영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행정부가 임명권을 행사하더라도, 직무상 독립성을 침해하는 조치는 위헌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통해 ▲AI 시대 저작권 정책의 독립성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한 경계를 다시 조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 연방대법원도 최근 몇 년 간 각 부처장 해임권을 둘러싼 판례를 잇따라 내놓으며, 행정부 고위직 해임 기준을 엄격히 제한하는 추세다.

향후 트럼프 측이 전원합의체 재심(en banc)이나 대법원 상고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경우, 미국 헌법이 규정한 임명‧해임 절차저작권 정책의 중립성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1 Separation of Powers(삼권분립): 입법‧행정‧사법 세 기관이 권한을 분리해 상호 견제‧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헌법 원칙이다.
2 Generative AI(생성형 AI):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대표적으로 GPT, 이미지 생성 모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