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미국 하원이 ‘모든 투자자를 위한 기회균등법(Equal Opportunity for All Investors Act of 2025)’을 22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가결하며, 사모주식·헤지펀드·벤처캐피털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투자자층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2025년 7월 2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적격투자자(accredited investor)’ 자격 요건을 순자산‧소득 중심에서 지식‧이해도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새롭게 마련할 ‘투자지식 시험’을 통과하면,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적격투자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행 적격투자자 제도, 무엇이 문제였나?
현재 SEC 규정에 따르면 개인 연소득 20만 달러(부부 합산 30만 달러) 이상이거나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주거용 부동산 제외)이어야 사모증권에 투자할 수 있다. 물가 연동 장치가 없어 1980년대 이후 실질 기준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대다수 중산층은 진입이 어려운 ‘높은 장벽’으로 기능해 왔다.
“순자산만으로 투자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투자 위험·보상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더 나은 기준이 될 것” — 마이크 플러드 공화당 하원의원(네브래스카)
SEC 시험, 어떤 내용을 담을까?
법안에 명시된 시험 범위는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증권의 기본 특성 △재무제표 분석 능력 △사모자산의 ‘제한적 유동성·주관적 가치평가·장기 투자기간’에 대한 이해 여부 등이다. 시험 난이도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되, 일반 투자자도 학습을 통해 통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하도록 규정했다.
안전장치로서의 적격투자자 제도는 투자자가 ‘자기 책임으로 손실을 감당할 능력’을 갖췄는지 판별하기 위한 것이다. 사모증권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가격 투명성·유동성·정보 공개가 제한적이므로, ‘정보 불균형’ 위험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스타트업·사모펀드 업계 “자금 생태계 확대” 기대
공동 발의자인 사라 맥브라이드 민주당 하원의원(델라웨어)은 “혁신기업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자본 부족으로 좌절된다”며 “커뮤니티를 더 폭넓게 반영한 투자자 풀을 통해 일자리와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모시장 운용사와 핀테크 기업들도 환영 입장을 밝혔다. 자산운용 스타트업 알토(Alto)의 창업자이자 CEO인 에릭 자츠는 “폐쇄적이던 ‘월드 가든(walled garden)’에 첫 균열이 생겼다”며 “초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가와 동일한 기회를 모든 개인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 경고도 “대부분 투자자는 준비 안 됐다”
보스턴 소재 자문사 그린비 어드바이저리(Green Bee Advisory)의 설립자이자 공인재무설계사(CFP)인 캐서린 발레가는 “미국 가구의 95%가 비상자금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위험 사모상품은 최소 자산배분·현금흐름 관리가 완비된 뒤에나 검토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똑똑하다고 해서 손실 감내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재정 기초가 먼저” — 캐서린 발레가 CFP
추가 용어 해설
• 적격투자자(Accredited Investor) : 규제 당국이 ‘재정적·전문적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한 개인 또는 기관. 사모펀드, 헤지펀드, 벤처캐피털 등 공모 규제를 받지 않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법적 자격이 있다.
• 사모증권(Private Securities) : 공모가 아닌 비상장·비등록 형태로 발행되는 증권. 유통시장이 제한적이어서 현금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며 공시 의무도 적다.
• 유동성(Liquidity) : 자산을 시장에서 가치 손실 없이 현금화할 수 있는 용이성. 사모시장 자산은 상장 주식 대비 유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의회 일정 및 향후 전망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이제 상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 말까지 최종 입법이 완료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시험 세부 기준·감독 체계·투자자 교육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조정이 남아 있어 시행 시점은 유동적이다.
기자 해설 (Opinion)
이번 조치는 ‘포용적 자본시장’이라는 대의명분과 소매투자자 보호라는 현실 과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사모상품은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알파(초과수익)를 제공할 수 있지만, 정보 비대칭·평가 불투명성·장기 잠금(lock-up) 구조라는 태생적 위험을 안고 있다. 결국 새로운 시험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투자자 교육⟂상품 투명성⟂감독규제가 삼위일체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