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미국 하원은 여름 휴회(일명 ‘August recess’)를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민주당 주도의 절차 표결이 무산됐다.
2025년 7월 22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장은 “행정부가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을 의회가 다시 압박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조속한 표결을 거부한 배경을 설명했다.
존슨 의장은 “
이는 정치적 놀음에 불과하다
”고 표현하며, 제프리 엡스타인과 기슬레인 맥스웰 관련 법무부(DoJ) 수사 기록을 즉시 공개하도록 강제하려는 시도가 피해자 보호와 조사를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표결 취소와 조기 휴회*1휴회 기간은 보통 9월 초까지 이어진다 :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원래 7월 24일(목) 진행 예정이던 일반 법안 표결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에 따라 23일(수) 오후부터 휴회 체제에 들어가며, 엡스타인 자료 공개 결의안은 논의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존슨 의장은 “투명성을 요구하면서도 피해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며 “절차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무부가 제 역할을 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내 갈등 부각 : 존슨 의장은 같은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켄터키) 하원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존슨은 매시 의원이 민주당 로 칸나(캘리포니아)와 손잡고 ‘디스차지 피티션(discharge petition)’—상임위 문턱을 건너뛰어 본회의 표결을 강제하는 절차—을 추진한 데 대해 “당 동료를 뒤에서 물어뜯었다”고 직격했다.
그는 “매시 의원은 지난 4년간 언제든지 같은 안건을 꺼낼 수 있었지만, 이제 와서 대선 정국에 맞춰 민주당과 함께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정부의 대응 : 트럼프 행정부는 법무부가 엡스타인·맥스웰 사건 기록 공개 약속을 번복했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지난주 연방법원에 대배심 절차 녹취록 공개를 요청했다.
또한 토드 블랑치 부장관은 22일 “맥스웰 측과 협의해 추가 범죄 정보를 얻을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며, 맥스웰이 ‘피해자들에 대한 범죄에 관여한 인물’을 진술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맥스웰은 미성년자 성착취 범행을 도운 혐의로 징역 20년을 복역 중이다. 엡스타인은 2019년 8월 뉴욕 맨해튼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으며, 당시 아동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부연 설명 : 미국 의회는 매년 8월 초부터 약 한 달간 휴회를 갖는데, 이를 ‘August recess’라고 부른다. 이 기간 동안 본회의는 열리지 않지만, 각 위원회 차원의 조사·청문회·소환장 발부 등은 계속될 수 있다. ‘디스차지 피티션’은 하원 다수의 서명(218명)을 모아 상임위를 우회해 법안을 본회의로 직행시키는 수단으로, 당 지도부의 통제를 벗어난 입법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드물지만 강력한 절차다.
한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House Oversight Committee) 대변인은 22일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원회는 맥스웰을 가급적 신속히 소환(Subpoena)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업무는 휴회 중에도 계속될 수 있어, 향후 맥스웰 증언이 추가 공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는 완전한 투명성을 요구하면서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기 휴회가 공화당 내 결속을 지키려는 전략적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법무부가 과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회 내 초당적 압박이 더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미국 의회 용어 해설 : ‘표결 취소’(votes cancelled)는 예정된 본회의 안건 상정을 철회하는 절차이며, 다수당 지도부가 일정 변경 권한을 갖는다.
이번 사안은 성범죄 연루 인물들의 진상 규명과 관련 피해자 보호, 그리고 대선 국면에서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