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미국의 주요 통신사들이 상원의원들의 전화기록(통화·연계 기록)을 법무부 검사에게 제공한 사실을 둘러싸고 상원에서 강도 높은 질의를 받았다. 이 문제는 2023년 작성된 문건이 2023년 10월에 공개되면서 드러난 뒤 논란이 커졌다. 해당 문건은 연방수사국(FBI)이 소위 “toll records”로 알려진 전화 자료를 상원의원들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6년 2월 1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AT&T, Verizon, T-Mobile 등 미국의 주요 통신사 법률담당자들이 이날 미 상원 사법소위원회 산하 소위원회에서 약 두 시간에 걸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상원의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내부 절차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청문회는 워싱턴에서 열렸다.
세 통신사 모두는 특별검사 잭 스미스(Jack Smith)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및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일부 상원의원들의 전화기록을 확보하라는 소환장(subpoena)을 받았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자신들이 부당하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일괄 부인했으며, 매년 수십만 건이 넘는 법집행 기관의 정보 요청을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조시 호울리(Josh Hawley) 상원의원은 증언 도중 Verizon을 향해 “당신들은 불법 소환장을 받은 모든 상원의원들의 정보 일부를 넘겼다… 어떤 절차도 없이 넘겼다”고 강하게 문제 제기했다. 이에 대해 Verizon의 법률 대리인 크리스 밀러(Chris Miller)는 회사가 개인적·선거 관련 전화까지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절차를 개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밀러는 청문회에서 “우리는 더 나은 절차를 가져야 했다”고 인정하면서 향후에는 의원들에게 기록 요청 사실을 통지하거나 비밀 요청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우리는 법을 따랐다”고 덧붙였다.
AT&T 측은 의원들의 모든 전화번호를 식별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 중이며, 이는 공식 번호뿐 아니라 개인·캠페인 관련 번호까지 포함해 의원들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프라이버시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T-Mobile의 법률총괄 마크 넬슨(Mark Nelson)도 회사의 조치와 절차 조정 방안을 변호했다.
이 사건은 또한 정치적 파장도 낳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딕 더빈(Dick Durbin) 상원의원은 해당 수사에서 표적이 된 다수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선거 뒤집기 시도을 지지한 인사들이라고 지적했다. 더빈은 특별검사 스미스가 이전에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일부 의원들에게 인증을 더 지연시키라고 촉구하기 위해 전화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나는 그 의원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통령 트럼프가 선택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법적 절차의 진행 상황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사당 난입 관련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일련의 법적 쟁점으로 재판이 지연되었고,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뒤 스미스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지양하는 법무부의 오랜 정책을 이유로 해당 사건을 접을 것을 선언했다. 다만 스미스는 자신이 수집한 증거가 재판에서 트럼프를 유죄로 만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용어 설명
“Toll records(통신 요금 기록)”은 일반적으로 통화의 내용(통화 녹음 내용이나 문자 메시지 본문 등)을 포함하지 않는 메타데이터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발신·착신 전화번호, 통화 시간, 통화 기간, 통화가 이루어진 시각과 통화가 경유한 이동통신국 기지국 정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자료는 수사에서 통화 패턴과 접촉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다.
“Subpoena(소환장·요구서)”는 법원이 발부하거나 수사기관이 요청할 수 있는 공식 문서로서, 개인이나 기관이 증거 제출이나 출석을 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효력을 가진 문서다. 통신사가 소환장에 응해 자료를 제출하면 일반적으로 법적 방어권을 제한받을 수 있다.
분석 및 파급효과
이번 청문회와 관련 논란은 몇 가지 실무적·정책적 함의를 갖는다. 우선 통신사들은 규제 준수와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에서의 균형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내부 감사 강화, 응답 절차 표준화, 의원 식별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정비 등은 단기적으로는 컴플라이언스 비용 상승과 관리 절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 시장 측면에서는 기업 평판 리스크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 규제 불확실성과 추가적인 민사 소송 가능성은 해당 통신사들의 주가에 단기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건이 서비스 수익 구조에 직접적·장기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통신 서비스의 핵심 비즈니스(음성·데이터 전송)는 규제 준수로 인한 비용 증대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정책적 관점에서는 의회 차원의 추가적인 법적·제도적 대응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의원 개인정보 보호를 명확히 규정하는 추가 법안이나, 통신사에 대한 정보 요청 통지 의무 부과, 또는 소환장 검토를 위한 제3자(법원 또는 독립기구) 검토 절차 도입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제도 도입은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수사 과정의 효율성과 보안 요구 사이에서 새로운 논쟁을 촉발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안은 공직자 프라이버시와 국가안보 또는 형사수사 필요성 간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 기록 제공의 법적 근거와 절차적 안전장치가 향후 법정과 의회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청문회에서 제시된 사실과 기업들의 답변은 향후 규제·법률적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통신사들은 내부 절차 개선과 투명성 제고를 통해 신뢰 회복을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