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네시 폭스바겐 공장 노동자, 파업 권한 부여…남부 첫 외국계 완성차 공장 파업 현실화되나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새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큰 파업 권한 승인이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위치한 폭스바겐(Volkswagen) 조립공장에서 가결됐다. 이로써 약 3,200명의 생산직·정비직·물류직 노동자들은 언제든 합법적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절차적 문턱을 넘었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전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해당 공장에서 실시한 파업 권한 투표(strike authorization vote)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 투표는 실제 파업이 즉각 단행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노조가 곧바로 집단 행동에 들어갈 수 있는 법적 무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상징성을 지닌다.

앞서 이 공장은 2024년 4월 치러진 노조 가입 찬반 투표에서 73%라는 압도적 찬성률로 UAW 가입을 결정했다. 남부 지역에서 1940년대 이후 선거 절차를 거쳐 노조를 인정받은 첫 완성차 공장이자, 외국계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최초로 노조를 설립한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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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W는 성명에서 “이번 결과는 빅3(Big Three) 외 완성차 업체에서 이뤄진 사상 첫 파업 권한 승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노사는 1년 넘게 임금·의료·연금·생계비 조정(COLA·Cost-of-Living Adjustment)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 왔다. 공장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EV)인 ID.4와 가솔린 SUV 아틀라스(Atlas)를 생산하며, 연간 최대 15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COLA란 무엇인가?
COLA는 물가상승률에 맞춰 임금을 주기적으로 인상해 실질임금을 방어하는 제도다. 미국 빅3—제너럴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의 2023년 신규협약에서 부활하며 업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남부 비(非)노조 공장들은 그간 COLA 도입을 꺼려 왔으나, 빅3 협약 이후 노동자들의 요구가 거세진 상황이다.

폭스바겐 미국법인 CEO 켈 그루너(Kjell Gruner)는 30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로이터 콘퍼런스에서 “우리가 제시한 최종 제안을 직원들이 직접 투표로 판단하길 원한다”며 “직원들이 쉽게 찬성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 최종안에는 4년간 20% 추가 임금 인상(2023년 11% 인상 기 반영), 최초의 COLA 도입, 4,000달러 체결 보너스가 포함됐다. 반면 노조는 “공장 폐쇄·생산 외주·매각 등 구조조정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고용안정 조항이 누락됐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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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W는 2023년 말 디트로이트 빅3와의 협상에서 총 25% 임금 인상과 성과배당, 의료비 동결 등을 이끌어낸 바 있다. 남부 공장 노동자들 역시 동등하거나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노조는 4,000만 달러(약 547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조직화 기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앨라배마 메르세데스 공장에서 패배하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 시각*산업·노동 정책 연구자들은 남부 지역 외국계 공장의 노조화가 전기차 전환친환경 산업 보조금 등 구조적 변화와 맞물리며 확산할 가능성을 주목한다. EV 생산 라인은 기존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가 적어 고용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고용안정 장치를 협약에 명문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생산·공급망 파장 가능성
채터누가 공장은 북미에서 ID.4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허브다. 만일 파업이 현실화되면 폭스바겐 EV 공급망에 즉각적 차질이 불가피하며, 북미·유럽 전기차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아틀라스는 미국 내 중형 SUV 세그먼트에서 매년 100,000대 이상 판매되는 전략 차종이어서, 재고 부족이 딜러망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사 모두 파업을 피하고자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향후 고용안정 조항·의료보험 회사 부담률·퇴직연금 등 쟁점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전격적인 가동 중단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UAW는 필요한 경우 “표적 파업(Stand-up strike)” 전술—부분적인 라인을 순차 타격해 압박을 극대화하는 2023년 빅3 협상 당시 채택했던 전략—을 재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향후 일정 및 시나리오
1) 노사 잠정 합의 → 조합원 비준 투표 → 정상 가동.
2) 교섭 결렬 → 조정 절차(연방 조정국) → 파업 개시.
3) 부분 파업 발동 → 공급망 압박 → 단기간 협상 타결.
각 시나리오에 따라 생산·매출·주가 변동 폭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며, 투자자들은 UAW 협상 관계자의 발언 및 테네시주 정부의 중재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 용어 설명
Strike Authorization Vote는 조합원이 파업 필요성을 사전 승인하는 절차로, 가결 시 노조 집행부가 언제든 파업 지시를 내릴 수 있다.
Big Three는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GM, 포드, 스텔란티스를 가리킨다.
COLA는 생계비 상승분을 임금에 연동하는 제도이며, 1970~80년대 미국 주요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시행됐다.


종합하자면, 채터누가 폭스바겐 공장의 파업 권한 가결은 남부 제조업 벨트에서 노조 조직률이 낮았던 전통적 판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다. 빅3 협상 결과가 업계 임금 수준을 끌어올린 가운데, 외국계 완성차 업체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사가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미국 전기차 보급 속도와 글로벌 공급망 모두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