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기술주 흔들리자 투자자들,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올인’

뉴욕발(Reuters)—미국 기술주가 출렁이면서 시장의 시선이 21일(현지시각) 예정된 엔비디아(Nvidia Corp)의 분기 실적 발표에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상징해 온 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은, 최근 과열 논란 속에서 AI 매수세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미 기술섹터(S&P 500 기준)는 1.6% 하락하며 이전까지의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금요일 들어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조만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에 힘입어 주요 지수가 반등했으나, 엔비디아 실적 발표 전까지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엔비디아는 AI 추론과 학습에 필수적인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최근 몇 년간 기술주와 미 증시 전반을 끌어올렸다. 7월에는 시가총액 4조 달러를 최초로 돌파해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0% 이상 오르며, 2022년 10월 대비 누적 상승률은 1,400%를 넘어섰다.

그룹 전체(기술섹터)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가장 핵심 종목이 실적을 내놓는다면 파급력은 평소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 매슈 말리(Matthew Maley) 밀러타박 수석시장전략가

말리 전략가의 지적처럼, 엔비디아는 이미 AI 투자심리와 동의어가 됐다. 레이먼드제임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매트 오턴(Matt Orton)은 “엔비디아는 AI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가늠하는 ‘프록시’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S&P 500의 수익률 대부분이 AI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엔비디아의 한 마디에 시장 전반이 출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기술주 약세 원인으로는 △오픈AI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의 “AI 과열” 경고, △MIT 연구진의 ‘AI 투자 수익률 의문’ 제기 등이 꼽힌다. 이러한 신중론은 고평가 논란에 이미 예민해진 투자 심리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올 2분기(회계연도 기준)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호조다. LSEG IBES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할 전망(7월 1일 예상치 5.8% → 상향)이다. 이 가운데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메가캡 7개사는 26%의 이익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493개 종목(7%)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 용어 설명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알파벳·아마존·메타 플랫폼스·테슬라 등, 시가총액과 기술 리더십 면에서 시장을 압도하는 7개 빅테크를 지칭한다. 이들은 S&P 500 시총 비중의 약 30%를 차지하며, 움직임 하나가 지수 전체를 좌우한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엔비디아 추정 실적을 포함하면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이익 성장은 S&P 500 평균의 3.7배”라고 밝혔다. LSEG 데이터 기준, 엔비디아 2분기(회계연도 기준) 예상 매출은 459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48% 증가가 전망된다.

폴 로치(Paul Roach)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에 집중하는 메가캡 기업들이 최근 자본지출(Capex) 전망을 상향했다”며, 이는 GPU 수요를 대변하는 만큼 엔비디아 실적 가이던스가 ‘매우 낙관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는 초대형 고객사를 넘어 다른 산업으로도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경제 지표와 시장 방향성

다음 주에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PCE 물가 등 미국 거시지표가 연이어 발표된다. S&P 500은 이번 주 소폭 상승 마감해 연초 대비 10% 가까이 올랐고, 다우존스지수는 사상 최고치(종가 기준)를 또다시 경신했다.

기술주가 흔들리는 와중 일부 투자자들은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섹터로 ‘로테이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S&P 500 내 기술섹터 시가총액 비중이 33%에 달하고, 엔비디아 단독으로도 8%를 차지하는 구조상, 기술주 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지수 자체의 추가 상승은 ‘버거운 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말리 전략가는 “기술주가 더 떨어지면 지수도 피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했다. “다른 섹터가 받쳐준다 해도, 시가총액 비중이 이렇게 큰 상황에서는 방어가 어렵다”는 진단이다.

※ 추가 시각
저금리 기대가 현실화하면 성장주(특히 AI 테마)에 우호적일 수 있으나, 금리 인하 재료는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엔비디아 실적과 가이던스가 AI 서사(세계관)의 ‘현실 검증’ 역할을 할 것이며, 그 결과는 3분기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고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구조적 성장 국면”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보여줄 실적·수요·마진 동향은 기술·반도체·전력·산업재 등 복합 섹터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