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면서 베이징의 국가 주도적 전략을 “부당(unreasonable)”하다고 규정했다. 다만 새로운 재정적 제재, 즉 관세 부과는 즉시 시행하지 않고 18개월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12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STR은 광범위한 중국산 반도체 수입 품목에 대해 초기 관세율을 0%로 설정하고, 이 비율을 2027년 6월 23일※에 인상하기로 명시했다. 이 같은 18개월 유예 조치은 양국 간 무역 긴장을 완화하고 관련 산업에 숨고르기 시간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측정된 대응과 휴전의 맥락
이번 결정은 미·중 무역 관계의 긴장 완화 신호로 평가된다. USTR의 발표는 지난 10월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중국 최고 지도자 시진핑의 부산 회동 이후 도출된 “불안한 무역 휴전(uneasy trade truce)”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양국은 관세를 포함한 일련의 무역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의 재개에 동의했다는 점이 이번 유예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USTR의 공식 문건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China’s targeting of the semiconductor industry for dominance is unreasonable and burdens or restricts U.S. commerce.”
USTR는 이 문구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이 미국의 상거래를 제약하거나 부담스럽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건은 또한 “현재의 외교 채널을 통해 문제 해결의 여지가 있으므로 18개월의 기회를 부여한다”
조사 결과의 핵심 내용
이번 조사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시작되어 약 1년간 진행된 끝에 마무리되었다. USTR은 중국이 글로벌 경쟁을 저해하기 위해 비시장적(non-market) 이점을 활용한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특히 다음 세 가지 핵심 쟁점을 강조했다.
• 국가 재정 지원: 대규모 보조금과 이른바 “guidance funds(지침기금)”을 통한 지원으로 중국 기업이 시장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자금은 기업의 실패 리스크를 완화해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
• 의존성의 무기화: 보고서는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영향력을 통해 다른 국가들을 경제적으로 압박(economic coerce)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정 품목에 대한 공급 통제는 외교·안보적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
• 기술 이전 관행: 강제적 기술 이전 관행과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가 계속 관찰되며 이는 국제 경쟁의 정당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비시장 조치와 지침기금
여기서 사용된 “비시장(non-market)”이라는 용어는 정부의 광범위한 개입으로 인해 시장 원리가 왜곡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침기금(guidance funds)”은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민간 투자와 연계해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자금으로, 표면상 민간 성격을 띠지만 사실상 공적 자금의 보조·보증을 통해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이러한 제도는 실패 리스크를 낮추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
2027년 온쇼어링(reshoring) 기한과 향후 전망
USTR의 결정은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지닌다. 하나는 부산에서 합의된 불안한 휴전을 공식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기업들에게 생산을 자국으로 되돌리거나 국내 투자 계획을 조속히 확정하도록 압박하는 데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관세 인상률은 장래에 상당할 수 있다고 당국은 시사했으며, 최종 수치는 시행 30일 전에 공개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미국 내 생산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향후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해 왔으며, 이는 기업들에 대한 온쇼어링 유인책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즉, 2027년 6월 23일을 기점으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제조 역량 확충을 통해 관세 회피 또는 면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시장 및 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유예 결정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초기 관세율이 0%로 유지됨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의 즉각적인 단절이나 가격 급등은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7년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재고 관리 전략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미국 및 동맹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적 관세 인상 가능성이 공급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최종 전자제품 및 데이터센터 운영비 등으로 전가될 위험이 있다. 반도체는 다수 산업의 핵심 부품이므로 가격 상승은 자동차·서버·통신장비 등 광범위한 산업에 파급 효과를 낳는다. 또한, 기업들이 온쇼어링을 추진할 경우 초기 설비 투자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나, 중장기적인 공급망 안정성 및 제조 역량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실무적 시사점
기업 입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유예 기간인 2025년 말부터 2027년 6월 23일까지의 기간을 이용해 공급망 리스크를 점검하고, 온쇼어링 또는 다국가 분산 생산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 즉 국내 설비 투자에 따른 관세 면제 가능성을 검토해 투자 결정을 앞당기는 것이다.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들은 2027년 관세율 발표(시행 30일 전 공개 예정)에 주목하면서 관련 시나리오별 비용·편익 분석을 준비해야 한다.
결론
USTR의 이번 발표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부당하다고 규정하면서도 즉각적인 제재 대신 18개월의 유예를 부여해 산업·무역적 안정을 우선시하는 절충안이다. 향후 2027년을 전후로 한 정책·시장 대응이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과 글로벌 산업 경쟁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과 투자자는 유예 기간을 활용해 전략적 결정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