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건설업체들의 경기 체감지수가 예상 밖으로 악화되며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했다. 주택금융 비용이 여전히 높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주택 업체 3곳 중 1곳 이상이 분양가 인하에 나섰고, 이들 중 약 3분의 2는 구매자 유인을 위한 각종 판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2025년 8월 18일, 로이터통신·인베스팅닷컴 공동 보도에 따르면,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와 웰스파고가 공동 집계하는 ‘주택시장지수(HMI)’가 8월 32로 떨어졌다. 이는 전월(33)보다 1포인트 낮아진 수치이자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34 또한 하회했다.
이번 조사에서 현주택 판매여건 지수는 하락했고, 6개월 후 판매 기대치 지수는 보합을 유지했다. 반면 잠재 구매자 발걸음(트래픽) 지수는 5월 이후 최고치로 소폭 상승했으나, 절대 수준은 여전히 낮다. 지역별로는 북동부 체감경기가 2023년 1월 이후 최저치로 급락했으며, 남부·중서부는 보합, 서부는 소폭 개선됐다.
금리 부담 완화 조짐에도 ‘주택 구매 여력’은 여전히 난제
NAHB 회장인 버디 휴스(Buddy Hughes·노스캐롤라이나주 렉싱턴 소재 주택건설·개발업체 대표)는
“구매 여력(Affordability) 문제가 여전히 가장 큰 도전 과제며, 잠재적 수요자들은 모기지 금리가 내려갈 때까지 관망하고 있다”
고 진단했다. 그는 또 “택지 개발 및 주택 건설과 관련된 각종 규제 이슈가 공급 측면의 역풍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0년 고정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58%(프레디맥 기준)로, 작년 10월 이후 최저치이며 연초 대비 약 0.5%p 하락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며 차입 비용이 추가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AHB 수석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디츠(Robert Dietz)는 “주택시장 둔화와 최근 경제 지표를 감안할 때,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해 건설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모기지 금리 완화를 간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격·인센티브 공세… ‘포스트 코로나’ 이후 최고 수준
가격 인하(Price Cut) 및 기타 인센티브 활용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다. 조사에 참여한 업체 중 37%가 평균 5% 수준의 분양가를 인하했고, 66%는 옵션 무료 제공·클로징 비용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시했다.
한편, 미국 인구조사국은 8월 19일(현지시간) 7월 신규주택 착공·건축허가 통계를 발표한다. 6월 기준 단독주택 착공은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고, 신규허가는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로이터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는 7월에도 뚜렷한 반등이 어렵다고 본다.
배경과 용어 설명
NAHB/Wells Fargo 주택시장지수(Housing Market Index·HMI)는 약 900여 개 주택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현재 주택 판매여건 ▲향후 6개월 판매 전망 ▲잠재 구매자 트래픽 등 3개 항목을 조사해 0~100 범위로 산출한다. 50을 웃돌면 ‘긍정적’, 50 아래면 ‘부정적’으로 해석된다.
30년 고정형 모기지는 미국 가계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만기 30년 동안 금리가 고정된다. 금리 변동 위험이 적어 선호도가 높지만, 기준금리·장기 국채 수익률 등 거시 지표에 크게 좌우된다.
또한 분양가 인하는 주택 건설업체가 재고 소진과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해 취하는 전략이다. 인센티브(옵션 무상 업그레이드, 이자율 buydown, 클로징 비용 지원 등)는 금리 부담을 상쇄하고 구매 결정을 앞당기기 위해 활용된다.
전문가 관점 및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모기지 금리가 실제로 6% 이하로 안정돼야 주택 수요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 경로, 고용·임금 흐름, 규제 환경 등 복합 변수 탓에 단기간 내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단독주택 착공·허가 지표가 지속 부진할 경우, 2025년 상반기까지 신축 주택 공급이 억제돼 ‘공급 부족→가격 상승’이라는 역설이 재현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저금리 전환과 인플레이션 개선이 맞물릴 경우, 첫 주택 구매자(First-time Buyer) 유입이 늘어 건설업체 이익률·주가가 동반 회복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건설 섹터 ETF·관련 종목의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9월 FOMC 회의 결과와 7~8월 고용·물가 지표에 집중된다. 향후 수개월간 Fed의 정책 경로가 주택시장 심리·착공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