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차단할 조짐을 보이면서, 약 2조 1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재무부 인플레이션 보호국채(TIPS) 시장이 1997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임시물가지수(fallback index)’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투자자들은 CPI 공백에 따른 가격 왜곡 가능성과 계산 방식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통계국(BLS)은 셧다운 기간 동안 모든 자료 수집과 공표를 중단했으며, 지난주 9월 CPI 발표를 위해서만 예외적으로 인력을 소집했다. 이번 셧다운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길어졌으며 백악관은 “다음 달에는 물가 지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즉, 11월 13일로 예정돼 있던 10월 CPI 발표가 무산될 공산이 크다.

● TIPS와 CPI의 관계
TIPS는 명목 이자율이 아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수익률(real yield)’을 제공한다. 이 채권의 이자는 고정이지만, 원금은 CPI 변동폭만큼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되므로, CPI가 발표되지 않으면 정확한 원금 조정이 불가능하다. 최근 며칠간 10년 만기 TIPS 실질금리는 1.7% 내외에서 소폭 상승했고, 5년물은 1.249%로 다소 높아졌다. 이는 데이터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따른 가격 할인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데이터 부재가 위험 프리미엄을 키웠다”
“데이터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료 공백으로 더욱 확대됐다. 그 결과 TIPS에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이 싸게 형성된다.” ―벤저민 윌트셔, 씨티 글로벌 인플레이션 전략가
미 재무부는 11월 말까지 CPI가 산출되지 않을 경우, 최근 12개월 CPI 변동률을 바탕으로 한 ‘임시물가지수’를 적용하도록 규정(Uniform Offering Circular)에 명시해 놓았다. 그러나 실제 가동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재무부 대변인은 로이터 질의에 “해당 규정이 곧 지침”이라며 추가 언급을 삼갔다.

● 시장 영향은 제한적?
피비 화이트 JP모건 미국 인플레이션 전략 책임자는 “대다수 장기 투자자는 이 같은 기술적 이슈를 이미 이해하고 있어, 임시지수 도입이 TIPS 수요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다음 TIPS 입찰(11월 20일 예정) 수요에는 변수가 될 수 있다.
● 용어 설명
TIPS(주식 코드 없음)는 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ies의 약자로,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원금 물가연동 국채다. 실질금리(real yield)는 물가상승률을 제거해 산출한 채권 수익률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실질금리가 상승한다. Fallback Index는 공식 CPI가 발표되지 못할 때, 가장 최근 12개월 CPI 상승률을 반복 적용해 산정한 대체 지수다.
● 투자심리를 흔드는 변수
모건스탠리 글로벌 매크로 전략 대표 매트 혼바크는 “셧다운이 11월 20일 10년물 TIPS 입찰 시점까지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조기 재가동돼야 인플레이션·성장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그때서야 투자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뱅가드 미국 국채·TIPS 총괄 존 마지이레는 “최근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며 “물가 압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TIPS 수요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지수를 쓰더라도 플러스(+) CPI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완전치 않더라도 어느 정도 보호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 향후 관전 포인트
1) 정부 셧다운 종료 시점: CPI 공백 장기화 여부를 좌우한다.
2) 11월 20일 10년물 TIPS 입찰 수요: 투자자 심리의 가늠자.
3) 실질금리 추이: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실질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시장 참가자들은 셧다운과 데이터 공백이 이어져도, TIPS의 장기 ‘물가 헤지’ 기능 그 자체는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단기적인 가격 왜곡과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므로,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모두 위험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