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미국 교통부(USDOT)가 멕시코 정부의 2023년 항공 슬롯(Slot) 회수 및 화물기 이전 결정에 대응해 멕시코 항공사 노선 허가를 보류 또는 불승인할 수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2025년 7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숀 더피(Sean Duffy) 미 교통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멕시코 측이 미국의 우려 사항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멕시코 항공사의 신규·증편 노선 요청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조치로는 Δ멕시코 항공사의 미국 노선·편수 신청 불승인 가능성 Δ델타항공(NYSE:DAL)과 아에로멕시코(Aeroméxico) 간 조인트벤처의 항트러스트(독점금지) 면책 철회 제안이 포함됐다. 이는 양사 간 공동 운항·운임 조정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시장 경쟁 촉진이 목적이라고 USDOT는 설명했다.
“우리는 양국 항공시장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해야 하며, 일방적 조치로 미국 항공사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 숀 더피 장관
용어 설명: 슬롯(Slot)·항트러스트 면책이란?
항공 슬롯(slot)은 혼잡 공항에서 이·착륙 가능한 시간대를 의미한다. 슬롯 수는 항공사의 운항 횟수를 결정짓는 핵심 자원으로, 정부나 공항 당국이 배정·회수 권한을 가진다. 항트러스트 면책은 경쟁 제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공동 노선·가격 책정에 대하여 경쟁당국이 예외를 허용하는 제도다. 따라서 면책 철회는 조인트벤처 구조 자체를 흔드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이번 갈등의 배경과 맥락
멕시코 정부는 2023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AICM)의 혼잡 해소를 이유로 미국 항공사 보유 슬롯 일부를 회수했다. 동시에 미국 화물 항공사는 수도권 외곽 공항인 펠리페 앙헬레스 신공항(NLU)으로 이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미국 측은 이를 “비대칭적·차별적 조치”로 규정하며 협상을 진행해 왔다.
특히 델타–아에로멕시코 조인트벤처는 미·멕 항로 최대 규모의 협력 체제다. USDOT가 항트러스트 면책 철회를 최후통첩 수단으로 꺼내 들면서, 양국 항공사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잠재적 파급 효과
첫째, 멕시코 항공사의 미국 노선 확장이 중단될 경우 양국 간 공급 좌석이 축소돼 운임 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조인트벤처 해체 시 델타와 아에로멕시코가 공동으로 제시해 온 운임·스케줄·마일리지 혜택이 축소돼 이용자 편익이 감소할 수 있다. 셋째, 이번 사안은 미·멕 국경 인프라 협력 및 북미 자유무역 틀(USMCA)에도 간접적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더피 장관은 “협의의 여지는 열려 있다”며 멕시코 당국이 조속히 시정책을 내놓을 경우 제재조치를 재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전문가적 시각
본지는 항공 규제·경쟁법 관점에서, USDOT가 항트러스트 면책을 지렛대 삼아 멕시코 정부에 협상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항트러스트 면책은 양국 항공사가 공동으로 네트워크·가격 전략을 최적화할 수 있게 해 소비자 편익이 크지만, 동시에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일 위험이 있다. 미국 교통부가 이를 “정책형 제재”로 활용함으로써 멕시코 정부의 공항 정책 전반에 재검토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향후 멕시코가 슬롯 재배분과 화물 이전 명령의 철회·조정안을 내놓을 경우, USDOT의 보복성 조치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타협이 실패하면 양국 항공 자유화(Open Skies) 합의가 부분적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긴장 속에 협상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