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지난 22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즉각적으로 직을 내려놓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FBN)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궁극적 유산(legacy)은 연준이 수행하는 비통화정책 기능(non-monetary policy functions)을 ‘적정 규모(right-size)’로 조정하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FBN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전날에도 “연준이 통화정책 외 영역에 해당하는 운영 부문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는 “규제·감독, 지급결제·청산 시스템, 금융안정 역할처럼 통화정책과 간접적으로 얽힌 분야조차 ‘몸집’을 점검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 용어 해설
‘비통화정책 기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조정하고 유동성을 공급·흡수하는 전통적 통화정책 이외에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은행 감독, 소비자 금융 보호, 지급결제 시스템 운영, 금융시장 인프라 안정화, 지역경제 연구, 각종 통계·데이터 생산 등이 포함된다. ‘적정 규모(right-size)’는 인력·예산·조직 구조를 효율성 중심으로 재구성하자는 경영학적 표현으로, 규모를 무조건 줄이거나 늘리자는 취지라기보다 ‘구조를 현실에 맞추자’는 뜻을 내포한다.
■ 파월 의장 거취 관련 발언
베센트 장관은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다양하지만, 의장 교체가 금융시장에 주는 불확실성이 훨씬 더 크다”며 “경제가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 단계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연준 리더십 공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는 제롬 파월 의장이 스스로 물러날 어떠한 긴급한 이유도 보지 못한다. 오히려 그는 연준의 비통화정책 기능을 현실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보다 민첩하고 투명한 중앙은행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 배경 및 맥락
파월 의장은 2018년 2월 취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이라는 변곡점을 거치며 두 차례(2022년, 2023년) 양적긴축(QT)·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경로 의존성이 낮은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정계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융시장 전반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통화정책 외 기능이 덩치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 재무부와 연준의 미묘한 시각차
재무부는 국채 발행·세입 관리·경제정책 조율을 담당하는 행정부 부처이고, 연준은 통화정책 독립성을 보장받는 준(準)정부 기관이다. 전통적으로 두 기관은 경기 대응과 금융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지만, 조직 규모·규제 범위를 둘러싼 철학 차이가 종종 드러난다. 이번 발언도 그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 전문가 시각
월가 IB(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베센트 장관의 발언을 “조직 슬림화 논의에 불을 붙이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스티븐 블랫(바클레이즈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은 “연준이 대형은행 스트레스테스트, 기후리스크 분석 등 비통화정책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베센트 장관은 행정부 차원에서 예산·감독 권한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의 페드릭 제임스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빅테크·디지털 자산·섀도 뱅킹으로 복잡해진 상황에서 연준의 범정부적 협업 능력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 인력 축소만으로는 금융안정 리스크를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미 상·하원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 정기 청문회에서 연준 예산 구조와 재무부-연준 협업 메커니즘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둘째, 2026년 2월 만료되는 파월 의장의 임기 연장 또는 후임 인선 절차가 언제 본격화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셋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기후금융 등 신(新)규제 영역에서 연준의 역할 축소 여부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중앙은행 간 권한 재정립 논의가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기자의 평가
베센트 장관의 ‘사임 불필요’ 언급은 인사 리스크를 최소화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비통화정책 기능 재검토’라는 화두를 던져, 연준 내부 효율성 논쟁을 부각시키는 카드로 볼 수 있다. 연준의 조직 개편이 실제로 추진된다면, 이는 글로벌 중앙은행 거버넌스 논의에도 적잖은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