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発 — 미국 재무부가 멕시코 기반 마약 카르텔 ‘카르텔 델 노레스테’(Cartel del Noreste·CDN)의 고위 조직원 3명과 이들과 연계된 유명 힙합 가수 엘 마카벨리코(본명 리카르도 에르난데스)를 제재한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집행하며, 제재 대상은 아브돈 로드리게스, 안토니오 로메로, 프란시스코 에스케다, 그리고 음악가 리카르도 에르난데스(엘 마카벨리코) 등 총 4명이다.
엘 마카벨리코는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34세 뮤지션이다. 재무부는 그의 콘서트·이벤트가 CDN의 자금세탁 통로로 활용되고 있으며,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로열티의 50%가 직접 카르텔로 흘러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의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미 기업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재무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해 테러성 마약 카르텔을 지속적으로 겨냥할 것이다. 이들 카르텔은 펜타닐로 미국인을 중독시키고 남서쪽 국경에서 인신 밀매를 자행한다.” —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재 대상자와 역할
재무부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로메로, 에스케다는 CDN의 ‘고위 간부’로 마약 밀매·갈취·자금세탁 등 조직 운영 전반을 총괄해 왔다. 이들은 조직 분열 전 모체였던 로스 세타스(Los Zetas) 출신으로, 현재 국경 거점 도시 누에보라레도와 인접한 미국 텍사스주 라레도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테러리스트’ 지정 연장선
카르텔 델 노레스테는 2025년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에 의해 ‘국제 테러조직(Global Terrorist Organization)’으로 분류됐다. 재무부는 올해 5월에도 동일 카르텔 고위간부 두 명을 선제 제재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에서 나온 추가 압박이다.
CDN과 문화산업의 교차지점
멕시코 카르텔은 음악·영상 등 문화산업을 통한 ‘소프트 머니 세탁’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엘 마카벨리코 사례는 창작자와 조직범죄 간 자금 흐름이 어떻게 얽힐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스트리밍 시대에는 디지털 로열티가 범죄 조직의 ‘비접촉형(Non-contact)’ 자금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실시간 결제 데이터를 추적하기 어렵고, 플랫폼이 국경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로열티 지급 과정에 은행·음원 플랫폼·MCN(멀티채널네트워크) 등 다수의 중개자가 관여한다는 점을 지목하며, 미 금융기관의 준법 감시 강화를 권고했다.
제재가 의미하는 것
OFAC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리스트’에 등재되면 미국 소재 자산은 즉시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서비스 제공이 차단된다. 위반 시 최대 2000만 달러의 민사벌금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해당 금액은 일반적인 OFAC 위반 시 최대치이며, 개별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엘 마카벨리코가 소속사로 기재한 DEL Records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답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내 음원 유통사·플랫폼이 즉각 지급 보류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본지 취재진이 접촉한 국제형사법 전문가들은 “관세·무역·금융 네트워크의 ‘제재 피로감’이 누적되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새로운 감시 사각지대로 부상 중”이라고 평가했다. 음악 산업이 국경 없는 스트리밍 구조로 재편된 만큼, 자금세탁 추적은 ‘플랫폼-은행-아티스트’ 삼각 고리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측통은 “미 재무부의 메시지는 단순 제재를 넘어, 마약 카르텔의 브랜드·문화적 확산 차단을 겨냥한다”며 “가수·배우 등 대중문화 인플루언서가 카르텔 서사를 미화할 경우, 소비자 행동이 조직범죄의 외연 확대에 기여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멕시코 정부와의 공조 역시 변수다. 양국 간 범죄인 인도 조약은 존재하지만, 멕시코 사법 시스템은 주 정부 관할과 연방 관할이 얽혀 있어 체포·송환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금융·통신망 봉쇄’를 통해 실질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카르텔 폭력과 국경 도시 라레도의 현실
CDN은 로스 세타스 잔존 세력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으로 평가된다. 라레도(텍사스)와 누에보라레도(타마울리파스주) 일대는 마약·무기·인신 밀매 루트가 교차하는 ‘회색지대’다. 재무부는 이번 제재가 “국경 도시 주민과 미국 내 소비자 보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OFAC(해외자산통제국)은 미국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 테러·마약·무기 확산 등에 연루된 개인·단체의 금융 활동을 차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SDN 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이 불가능해지므로 ‘금융 사형선고’에 비유되기도 한다.
펜타닐은 합성 오피오이드 진통제로, 헤로인보다 최대 50배 강한 중독성을 지닌다.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망 원인 1위로 꼽히며, 카르텔이 대량 유통한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 이슈로 상정됐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 온 ‘공급망·금융망 수호’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KYC(고객확인절차) 강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며, 플랫폼 사업자는 아티스트 배경조사 및 지불 정산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전망이다.
정리하면, 미 재무부는 CDN의 범죄 수익원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제재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문화산업을 통한 자금세탁을 ‘새로운 전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향후 제재 범위가 영화·스포츠 등 다른 엔터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