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로이터) —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가 91년 역사의 미국 교환안정기금(Exchange Stabilization Fund·ESF)을 활용해 아르헨티나 페소화 급락에 “대규모이면서도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페소화와 아르헨티나 자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2025년 9월 23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의 발언 직후 페소화와 아르헨티나 주식·채권이 지난주 급락분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입 결정은 베선트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내려질 예정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전략국장을 지낸 마틴 뮐라이젠(Martin Muehleisen)*Atlantic Council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지원이 단기적으로 페소화 가치와 밀레이 정부의 중간선거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동시에 “대출 조건이 복잡해지면 아르헨티나의 이미 얽힌 채무 구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SF란 무엇인가?
ESF는 1934년 대공황 당시 달러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창설됐다. 금본위제 비중 조정 이후 달러 급락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재무장관의 승인만 있으면 다음과 같은 조치가 가능하다.
① 외환 매수·매도
② 해외 정부·기관에 대한 대출 및 신용 부여
③ IMF의 특별인출권(SDR) 사용·교환
즉, 미 연준(Fed)의 통화스와프와 달리 재무부 직속 비상 기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가용 자금 규모와 역사적 선례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31일 기준 ESF의 총자산은 2,195억 달러다. 그러나 SDR 1,737억 달러를 제외하면 현금성 자산은 약 300억 달러 미만이다. 브래드 셋서(Brad Setser·CFR 선임연구원)는 “국채 219억 달러, 현금 16억 달러, 외화 57억 달러 등 실제 동원 가능한 규모는 300억 달러 아래”라고 추산했다.
이 기금은 1994년 멕시코 페소 위기 때 200억 달러를 대출·보증하는 등 외화 시장 개입 전례가 있다. 1998년 브라질, 2002년 우루과이에도 긴급 대출이 제공됐고, 모두 조기 상환됐다. 미국 내에서는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파산 당시 미 연준의 은행정책대출프로그램(BTFP)을 250억 달러로 지원한 바 있다.
이번 지원이 의미하는 바
베선트 장관은 “중앙은행 통화스와프 라인도 도구 중 하나”라고 언급했지만, 스와프 라인 개설 여부는 연준의 관할이다. 연준은 글로벌 전염효과 방지 차원에서만 스와프를 운용하며, 연준 대변인은 아르헨티나 관련 계획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마크 소벨(Mark Sobel·前 미 재무·IMF 고위관, OMFIF 미국 의장)은 “조건 없는 지원은 자본 유출만 가속할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100년 넘게 과잉 차입·하이퍼인플레이션·연쇄 디폴트로 투자자에게 학습효과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정치·외교적 배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파 자유주의자 밀레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깊다. 밀레이는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민영화·규제 완화 등 시장 친화적 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 좌파 정부를 냉대했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시장 반응과 향후 변수
베선트 장관 발언 직후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달러당 1,000페소 선에서 950페소 안팎으로 반등했다. 아르헨티나 Merval 주가지수는 5% 이상 상승했고, 국채 스프레드도 좁혀졌다. 다만 기업·가계의 달러화 수요가 여전히 크고, 중국·국제 사모펀드 등 기타 채권자와의 채권 상환 순위가 엇갈릴 가능성이 변수로 남는다.
뮐라이젠은 “미국 대출이 선순위가 되면 중국 등 다른 채권자는 뒤로 밀려날 수 있다”며 대외관계 악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문가 시각
국제금융협회(IIF) 애널리스트들은 “ESF 지원이 시간을 벌어줄 뿐, 구조개혁 없이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특히 달러화 고정 환율제나 통화 폐쇄적 드루마라인이 아닌 한, 인플레이션 기대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교환안정기금 활용 모델로 재조명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딜러는 “KRW/USD 환율 급변시 기획재정부가 ESF에 준하는 스태빌라이저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및 참고
• 교환안정기금(ESF): 재무부 직속 외환·신용 비상대응 기금. 연방의회 승인 없이도 재무장관 전결로 외환 매입·대출 가능.
• IMF 특별인출권(SDR): 달러·유로·위안·엔·파운드를 가중평균한
국제준비자산. 각국 중앙은행이 IMF와 교환 가능.
• 스와프 라인: 중앙은행 간 통화 교환협정. 달러 유동성 공급 창구 역할.
※ 본 기사는 로이터 통신 원문을 기반으로, 한국어 독자를 위한 전문 번역‧재구성 기사다. 모든 수치는 원문의 달러 표기를 그대로 사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