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가격이 20일(현지시간) 급격히 하락하며 한 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2월물 아라비카 커피(종목코드 KCZ25)는 전일 대비 -3.77% 떨어진 파운드당 14.35센트 하락했고, 11월물 로부스타 커피(RMX25) 역시 -7.02% 급락하며 톤당 312달러 내렸다.
2025년 9월 20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은 커피 제품 수입에 대한 관세를 전면 면제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다. 그동안 미국은 브라질산 커피와 관련 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번 면제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즉각 가격에 반영하며 매도세를 확대했다.
그동안 고율 관세로 인해 ICE 보관창고의 아라비카 재고는 16.75개월 만에 최저치인 654,224포대까지 감소했다. 로부스타 재고도 1.7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인 6,464로트로 줄었다. 미국이 소비하는 볶지 않은 생두의 약 3분의 1이 브라질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는 공급 측 긴장을 유발하며 가격 상승의 핵심 재료로 작용해 왔다.
베트남 d 풍작 예고, 공급 과잉 우려 부각
반면 베트남에서는 2025/26년 로부스타 생산량이 전년 대비 6% 증가한 176만 톤(2,940만 포대)으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베트남 통계총국은 지난주 올해 1~8월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7.8% 증가한 114만 톤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은 전 세계 로부스타 공급의 절대적인 1위 생산국으로, 풍작 소식은 가격 하락 압력을 가중시킨다.
앞서 9월 16일까지만 해도 12월물 아라비카는 계약 최고가를 경신하며 근월물(U25) 기준 7개월 만의 고점을, 로부스타 역시 3주 만의 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에는 브라질 커피 벨트에 가뭄이 지속돼 개화기에 필요한 수분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가격을 끌어올렸다. 민간 기상기관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에 따르면 9월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재배 지역 미나스제라이스에는 강우가 전무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10월~12월 남반구에 71%의 확률로 라니냐 발생을 예측한 것도 당시 상승세를 거들었다. 라니냐는 브라질 내륙에 극심한 건조를 초래해 2026/27 작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브라질 정부·협회 실사 결과도 공급 축소 신호
브라질 농업공급회사(Conab)는 9월 4일 발표에서 2025년 아라비카 생산 추정치를 3,520만 포대로 4.9% 하향 조정했다. 전체 커피 생산량 전망치 역시 5,570만 포대로 0.9% 낮췄다. 이어 8월 6일 브라질 상무부는 7월 원두 수출이 전년 대비 20.4% 감소한 16만1,000톤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수출협회 세카페(Cecafe)는 7월 녹색커피 수출이 28% 감소한 240만 포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브라질 최대 협동조합 코옥수페(Cooxupé)가 9월 12일 기준 수확률 98.9% 달성을 발표하며 추수 압력(harvest pressure)이 단기적으로 가격을 짓누를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글로벌 전망 및 투자자 판단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커피 생산이 1억7,868만 포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라비카 생산은 1.7% 감소하는 반면, 로부스타는 7.9% 증가해 8,165만8,000포대에 이를 전망이다. 같은 기간 재고는 4.9% 늘어난 2,281만9,000포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스위스 소재 트레이딩 하우스 볼카페(Volcafe)는 2025/26년 아라비카가 850만 포대 공급 부족, 2024/25년에는 550만 포대 부족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5년 연속 적자 구조다.
전문가 해설
‘아라비카’‧‘로부스타’란? 아라비카(Arabica)는 풍부한 향과 산미를 지녀 고급 커피 브랜드에서 선호한다. 로부스타(Robusta)는 카페인 함량이 높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용으로 쓰인다. 두 품종의 가격 차이는 품질·기후·수급 변수에 따라 크게 변동되며, 투자자들은 이를 스프레드 거래 전략에 활용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미 의회 법안이 실제 통과될 가능성, 그리고 이미 적은 재고 상황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면제가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공급이 늘어 가격 안정 요인이 되겠지만, 브라질·베트남 작황에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 추세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투자자 유의사항 ICE 선물가격은 전형적으로 기상, 무역정책, 통화가치, 재고 및 수요 등 복합 요인에 좌우된다. 특히 원부자재 시장은 변동성이 크므로, 레버리지를 활용한 선물·옵션 거래 시 과도한 포지션 설정은 지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생산국 현지 통계, 선물곡선 구조, 스프레드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분할 진입 전략을 구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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