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당파 갈등 격화…가을 연방 정부 셧다운 위험 고조

[워싱턴] 미국 의회의 초당적 예산 편성 전통이 흔들리며 올가을 연방 정부 부분 셧다운 위험이 커지고 있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산 전략을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의 불신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는 수십 년간 관례처럼 유지돼 온 ‘양당 합의→예산 통과’ 구조를 뒤흔들며, 10월 1일 시작되는 2026 회계연도(FY2026) 예산안 처리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공화당은 백악관 요구에 따라 미 의회가 이미 승인한 90억 달러(약 12조 원)를 전격 회수(rescission)했고, 추가 회수까지 거론하면서 민주당의 반발을 자초했다. 일부 강경 공화 의원은 상원 의사진행 규칙(60표 필리버스터)을 우회해 민주당의 단 한 표도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전례 없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검토 중이다.

앨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본회의 연설에서 “공화당은 트럼프에게 무릎을 꿇고 그의 최악의 시도를 추인하고 있다”며 “예산 집행 이후에도 자금을 다시 빼앗지 않겠다는 공화당의 확약 없이는 협조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결정은 트럼프가 한다’고 공공연히 선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30년 째 이어지는 ‘예산 전쟁’
미국 연방 의회는 지난 30여 년간 12개 세부 예산 법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왔으며, 1981년 이후 14차례 부분 셧다운을 겪었다. 연간 6조 7,500억 달러 규모의 연방 예산 가운데 셧다운 분쟁이 벌어지는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사회보장·메디케어·국채 이자(연 1조 달러) 등이 차지하는 의무지출 영역이다.

■ 공화당 “셧다운 책임은 민주당” 공세
상원 공화 원내총무 존 튠은 기자회견에서 “‘슈머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8년 말~2019년 초 35일간 이어진 마지막 셧다운 때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이 더 큰 비난을 받은 바 있어 여야 모두 긴장 상태다.

초당적 예산 협상을 이끌어온 윌리엄 호글랜드 전 상원 공화당 보좌관(현 Bipartisan Policy Center 선임연구원)은 “예산 편성은 곧 정치”라며 “극심해진 당파성 탓에 의회가 제 기능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 ‘강경파 전술’(HARDLINE TACTICS) 본격화

이번 교착의 중심에는 러셀 보이트 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이 있다. 그는 민주당 우선 과제였던 공영방송공사(CPB) 예산 삭감을 끌어낸 데 이어, ‘포켓 리시전(pocket rescission)’—의회가 승인한 자금을 행정부가 집행 기한 만료 직전까지 묵혀 두고 자동 소멸시키는 방식—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가 제시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1,630억 달러 규모 지출 삭감이 포함돼 있다.

상원 민주당 대표 척 슈머는 “우리 모두 초당적·양원 합의의 예산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공화당이 이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 예산 조정 절차(재정 조정·Reconciliation)의 등장
하원 강경 보수파는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예산 조정 절차를 이용해 전체 연방정부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는 새 전술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FY2026 예산을 대폭 삭감된 규모로 재편성하겠다는 계산이다.

앤디 해리스(하원 프리덤 코커스 의장)는 “아직 본격 논의 단계는 아니지만, 9월 30일이 다가올수록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원 세출위원장 톰 콜은 “역대 세출 심사는 초당적이었지, 전면 당파적이 아니었다”며 “매우 나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강경파 구심점인 짐 조던(공화·오하이오) 의원은 “우리는 전통적 세출 절차를 선호하지만, 실패할 경우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예산 조정을 사용하려면 ‘예산 결의안(Budget Resolution)’부터 통과시켜야 하므로 수주 또는 수개월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워런 데이비드슨(공화·오하이오) 의원도 “마감 직전에 예산 조정을 추진하기란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용어 해설

① 예산 조정(Budget Reconciliation)
1974년 의회예산통제법에 따라 도입된 절차로, 세입·세출·부채 한도 변경 법안을 최대 20시간 토론 뒤 단순 과반(51표)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60표 요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입법 패스트트랙’으로 불린다.

② 포켓 리시전(Pocket Rescission)
의회가 배정한 예산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집행 지연해 회계연도 종료 시 잔액을 사라지게 만드는 방식을 뜻한다. 사실상 ‘행정적 거부권’으로 평가되며, 예산권을 가진 의회와의 충돌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시각
현 상황은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이 상원을 각각 지배하면서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가 고착된 결과다. 초당적 타협이 실종된 채 셧다운 위기가 반복될수록 ▲국채금리 상승 ▲연방 공공서비스 중단 ▲신용등급 압박 등 금융시장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기사에 사용된 환율은 1달러=1,320원(7월 31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