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에 새 비자 신설 지지 요청한 한국 정부…이민 단속으로 체포된 근로자 300여 명 귀국

[한·미 비자 갈등] 체포·송환 사태의 전말과 파장

서울발(로이터) — 한국 외교부는 300여 명의 국내 인력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대규모로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미국 의회가 한국인을 위한 신규 비자 제도 도입을 조속히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12일 밝혔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 상원의원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한국 기업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문인력들이 부당하게 구금됐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장관은 “우리 기업의 대(對)미 투자 계획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개요
지난주 ICE는 조지아주 영화(榮河) 카운티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단기 근무 중이던 한국 국적 근로자 356명비자 규정 위반 혐의로 일제히 체포했다. 이 가운데 300여 명이 일주일간 구금된 뒤 지난 10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서 인천행 항공편으로 귀국했다.

주목

현대차그룹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1일(현지시간) “이번 단속으로 공장 가동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앞둔 시점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한 정부 간 ‘새 비자’ 논의 본격화

조 장관은 회동에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미국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한국인 전문직을 위한 별도 비자 카테고리 신설을 공식 제안했다. 양국은 실무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으며, 외교부 당국자는 “K-비자(가칭) 형태가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명칭은 협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음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Axios 인터뷰에서 “체포된 근로자들은 잘못된 비자를 갖고 있었다”며 “

한국 측에 ‘비자 문제로 어려움이 있으면 내게 직접 전화하라’고 말했다

”고 전했다. 그는 기존 행정부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회색지대’(규정 완화 해석)를 더는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목

전문가 해설
미국 취업 비자는 대표적으로 H-1B(전문직), L-1(주재원) 등이 있으나,
발급 쿼터가 제한적이고,
심사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공장 시운전·설치 단계의 단기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협력사·하도급 인력을 관광·전자여행허가제(ESTA) 등으로 파견해 왔다. 이는 엄밀히 말해 규정 위반 소지가 있어, 바이든·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단속 강도가 높아졌다.


기업·투자 파급 효과

글로벌 공급망 분산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센티브로 미국 내 배터리·전기차 설비 투자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한국 기업의 투자 환경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주·생산 타임라인이 밀리면 완성차 고객사 납품 차질IRA 세액공제 요건 충족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내 복귀 인력의 재배치 문제도 대두된다. 노동시장 전문가는 “고급 기술인력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현지 채용 전환이나 자동화 설비 대체가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전망 및 제언

① 외교적 협상 — 한·미가 비자 제도 현대화에 합의할 경우,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 확보가 관건이다.
② 법적 리스크 관리 — 기업들은 파견 인력의 비자 종류·체류 자격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③ 공급망 다변화 — 미국 이외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분산해, 지정학적·법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전략도 검토돼야 한다.

기자의 시각 —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이민법 위반을 넘어, 글로벌 투자 유치와 산업 정책을 둘러싼 ‘제도·규제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기반의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면서도,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유연성을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규정 준수’(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투자 카드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