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에프스틴 ‘고문 영상’ 이메일 수신자로 지목한 UAE 고위 사업가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가 최근 공개한 제프리 에프스틴(Jeffrey Epstein) 관련 문서에서 사망한 금융인 겸 성범죄자 제프리 에프틴이 보낸 이메일의 수신자로 의심되는 인물로 술탄 아흐메드 빈 술레이엠(Sultan Ahmed bin Sulayem)이 지목됐다. 술레이엠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표적 해운·물류기업 DP World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수년간 에프스틴과 교류를 유지해온 것으로 문서에서 드러났다.

2026년 2월 12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공화당 소속인 톰 매시(Rep. Thomas Massie, 공화·켄터키)와 로 칸나(Rep. Ro Khanna, 민주·캘리포니아)는 월요일 미 법무부에서 비공개(또는 부분 비공개) 처리되지 않은 문건을 검토했다. 이들이 검토한 문서 중에는 에프스틴이 보낸 이메일의 스크린샷이 포함돼 있었고, 에프스틴은 해당 이메일에서 수신자에게

“where are you? Are you ok, I loved the torture video.”

라고 적었다고 전해진다. 매시 의원은 이 스크린샷을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게시하며 “a sultan seems to have sent this”라고 적어 발신자로서의 술레이엠 가능성을 지적했다.

Jeffrey Epstein and Sultan Ahmed bin Sulayem매시 의원의 게시물은 미 법무부 부검찰총장 대리인(Deputy Attorney General) Todd Blanche의 반응을 불러왔다. 블랜치 대리는 X에 답글을 달아 해당 이메일 주소의 일부가 개인식별정보(PII)를 보호하기 위해 가려졌다고 설명했으며, 술레이엠의 이름은 법무부가 공개한 다른 문건에서는 가려지지 않고 등장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공개한 파일 중에는 술레이엠의 이름이 명시된 문서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술레이엠은 범죄 혐의로 기소된 바가 없다. CNBC가 DP World를 통해 술레이엠 측에 입장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또한, 해당 이메일에서 언급되는 “고문 비디오(torture video)”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또는 실제로 술레이엠이 에프스틴에게 해당 영상을 보냈는지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미 당국은 에프스틴 파일에 특정 이름이 언급됐다고 해서 곧바로 범죄의 증거가 되거나 협박·고객 목록의 구성원임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복해 경고했다.


친분과 교류의 폭, 그리고 문서상 드러난 내용

DOJ가 공개한 에프스틴 문서에서 술레이엠의 이름을 검색하면 수천 건의 결과가 나온다. 문서의 다수는 2007년부터 2019년 사이의 이메일 교환으로 보이며, 이는 2008년 에프스틴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매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의 기간까지 포함한다. 공개된 자료에는 에프스틴이 술레이엠을 “close personal friend“(8년간 알고 지냈다)라고 부른 문건과, 다른 자료에서는 그를 “one of his most trusted friends“로 지칭한 표현도 담겨 있다.

문서들을 종합하면 두 사람의 사적인 교류에는 비즈니스·정치 관련 논의뿐만 아니라 마사지사 섭외, 성적 만남, 룻 서비스(escort) 및 매춘 서비스, 외설적 농담과 포르노그래피 공유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몇 차례의 이메일에서는 에프스틴의 개인 섬인 리틀 세인트 제임스(Little St. James)가 언급되며, 검찰은 이 섬이 성매매·성착취를 위한 거점으로 이용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용어 설명

리틀 세인트 제임스(Little St. James)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한 에프스틴 소유의 개인 섬으로, 검찰은 이 섬을 성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장소 중 하나로 규정했다. DP World는 두바이 기반의 글로벌 항만·물류 운영기업으로,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10%를 처리하는 항만들을 운영하는 대기업이다. UN Women HeForShe는 남성과 기관의 참여를 통해 성평등을 촉진하려는 유엔 여성기구(UN Women)의 캠페인 이름이다.

DP World Chairman Sultan Ahmed bin Sulayem술레이엠은 두바이의 주요 가문 출신으로 평가받으며, 아버지는 알 막툼(Al Maktoum) 통치가문에 대한 자문을 맡아온 인물이다. 그는 제벨 알리(Jebel Ali) 항만을 세계적 심해(深海) 항로 중심지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고, DP World를 국제 물류 제국으로 확장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정부 기관 소유의 개발사인 Nakheel Properties의 수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두바이 월드(Dubai World)의 채무 문제와 관련된 이사회 개편 과정에서 교체됐다.


정치·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중개 역할

공개된 이메일은 에프스틴이 친분 있는 부유층·정치인들의 연결을 주선하는 ‘슈퍼커넥터’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2014년 이메일에서는 에프스틴이 영국 노동당의 전 각료 피터 맨델슨(Peter Mandelson)에게 술레이엠의 이사회 합류를 권유하는 바람을 전달한 정황이 있다. 또한 2015년에는 에프스틴이 전 이스라엘 총리 에후드 바락(Ehud Barak)과 술레이엠을 이메일로 연결하는 장면도 발견된다.

보도에 따르면 에프스틴은 레스 웩스너(Les Wexner), 제스 스탤리(Jes Staley), 하얏트 호텔스의 토머스 프리츠커(Thomas Pritzker) 등 재계·금융계 유력 인사들과의 연결을 시도하거나 알선한 정황을 보였다. 또한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sultan’으로 지칭된 대상에게 투자거래와 에프스틴에 대한 지불 문제를 논의하며 “Your people should talk to Pritsker”,”Hyatt is the =erfect answer to MGM. not Barrrack.” 등의 문구가 기록돼 있다.

술레이엠과 에프스틴의 교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 진영 인사들과도 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문서에는 술레이엠이 2017년 트럼프의 첫 취임식 초청을 받아들일지 에프스틴에게 문의한 이메일(1월)이 존재하며, 에프스틴은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을 술레이엠에게 소개하는 등 트럼프 측 인물들과의 연결을 조율한 정황도 나타난다.


향후 파장과 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문서 공개가 DP World와 술레이엠 개인에게 미칠 실질적 영향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거래·계약 리스크다. 이미 보도 직후 캐나다의 두 번째로 큰 연금펀드(구체 명칭은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음)가 DP World와의 향후 거래 중단을 선언한 바 있으며, 이는 기타 기관투자가들 및 공공·민간 계약 파트너들의 재검토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둘째, 평판 리스크로 인해 DP World의 브랜드 신뢰도와 경영진 거버넌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항만·물류는 신뢰와 장기계약에 기반한 산업이므로 평판 훼손은 단기적으로 물동량 처리, 신규 입찰, 금융조달 비용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금융시장 반응은 기업의 공개·투명성 조치와 규제당국의 조사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약 주요 고객이나 파트너가 계약을 보류하거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DP World와 관련 채권·주식(상장 여부에 따라)의 시장가격에 즉각적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네 번째로, 국제기구·민간 이니셔티브와의 관계 손상이다. 예컨대 DP World와 술레이엠은 과거 UN Women의 HeForShe 캠페인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해당 프로그램은 2024년 12월 종료됐지만 유사 협력관계의 재검토는 브랜드 이미지를 추가로 훼손할 수 있다.

전문적 평가(추정) — 현재까지 공개된 사실만으로는 술레이엠에 대한 형사적 혐의 입증이 되지 않았다. 다만, 문서의 방대함과 여러 고위 인사와의 빈번한 소통은 규제당국·거래상대방·투자자들이 추가 설명과 구체적 해명을 요구하게 만드는 충분한 명분을 제공한다. 기업 차원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즉각적이고 투명한 내부 감사, 독립적 조사위원회 구성, 이해관계자 대상의 공시 확대 및 외부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 여부에 따라 단기적 충격은 완화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


추가적 맥락과 주목할 점

법무부 공개 문서는 에프스틴이 2000년대 중반부터 2019년까지 구축한 폭넓은 인맥망을 일부 드러내지만, 문서상 언급만으로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술레이엠은 DP World 내에서 글로벌 무역과 항만 운영을 총괄하는 대표적 기업인이며, 그의 역할은 중동·유럽·아시아 등 물류 허브와 연계된 수출입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향후 법무부의 추가 공개, 의회 차원의 청문회 소집, DP World의 대응 및 주요 거래상대방의 행보가 이 사안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다. 현재로서는 술레이엠 본인에게 범죄 혐의가 제기된 상태는 아니지만, 공개 자료의 범위와 내용은 국제적 여론과 기관투자가들의 신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CNBC의 Emma Graham과 Matthew Chin이 이 보도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