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은행들, 트럼프 계좌 해지 논란에 “정치 아닌 평판 위험 규정 준수”

뉴욕·워싱턴 — 주요 미국 은행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보수 성향 인사들의 계좌를 폐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실제로는 정치적 견해가 아니라 ‘평판 위험(reputational risk)’ 규정을 따랐을 뿐이라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여러 은행 관계자들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강화된 평판 위험 관리 지침 때문에 특정 고객을 수용하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성명을 통해 JPMorgan ChaseBank of America가 거액 예금을 거부했다며 “정치적 차별”이라고 비판했지만, 은행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남긴 ‘평판 위험’ 규정 *1

첫 번째 산업 소식통은 “규제 당국이 은행 검사 과정에서 주관적 판단으로 평판 위험을 따져 묻는 분위기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법적 분쟁이 그 리스크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소식통도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인물을 고객으로 뒀다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핵심은 과도한 규제와 감독 재량이다.” — 미 은행정책연구소(BPI)

은행 로비단체 BPI는 성명을 통해 ‘감독권 남용’을 지적하며, 평판 위험 항목을 감독평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뱅킹’ 논란과 공화당의 반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은행들이 정치적 이유로 내 계좌를 닫았다”고 비난해 주목을 받았다. 공화당은 이를 ‘각성 자본주의(woke capitalism)’ 사례라며, 총기 제조업체·화석연료 기업·종교 단체 등 우파 성향 고객도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Capital One은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 트럼프 조직 관련 300개 계좌를 폐쇄했다. 트럼프 측은 올해 초 이를 두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은행은 “법원 문서 외에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만 밝혔다.

감독기관 기조 변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는 2025년 들어 평판 위험을 감독 지표에서 제외하라는 지침을 속속 발표했다. 이어 백악관 행정명령 초안까지 등장해 “정치화된 디뱅킹 여부를 점검하라”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JPMorgan·BoA의 반론

JPMorgan 대변인은 “우리는 정치 성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일가와 일부 선거자금 계좌는 여전히 거래 중이라고 밝혔다. Bank of America 측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규정 개정을 시도하는 것에 환영한다”고 응수했다.

계좌 해지 이유, 고객은 ‘깜깜이’

정부 감독은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은행은 고객에게 구체적 사유를 전달하기 어렵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NLPC의 폴 체서 국장은 “고객이 왜 계좌가 닫혔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투명성 제고를 촉구했다.

전문가 시각 — 규제 명확성 확보 시급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가 자금세탁방지(AML) 법공정한 금융접근권의 해석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하나의 연방 표준’이 마련돼야 금융회사와 고객 모두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 평판 위험(Reputational Risk)은 은행이 고객·투자자·사회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아 자본 조달 비용 상승·규제 강화 등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뜻한다. 2020년대 초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과 맞물려 규제 키워드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