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통화정책 수단, 근본적 변화 신호

워싱턴발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금리 통제 방식자산 매입·축소 전략을 둘러싼 정치권의 집중 검증에 직면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이 은행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 폐지를 추진한 데 이어, 제롬 파월 의장 후임 인선을 둘러싼 논쟁이 맞물리며 향후 통화정책 ‘도구 상자’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의 임기가 2026년 5월 만료되기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 지명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금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만큼, 차기 의장 선정 과정에서 연준의 기존 정책 도구에 대한 재검토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첫 번째 신호탄은 지난달 크루즈 의원이 발의한 ‘준비금 이자 지급 중단’ 법안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지침서로 불리는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가 제안한 ‘기본으로 돌아가기(back-to-basics)’ 접근법 가운데 핵심 항목으로 꼽힌다. 해당 법안은 현재 의회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통과될 경우 연준의 기준금리 운용 체계와 6조 달러대에 달하는 채권 포트폴리오가 근본적 변화를 맞게 된다.

■ 준비금 이자 지급 제도란?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준비금(Reserves)에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기준금리가 ‘제로(0%대)’에 근접하고, 대규모 양적완화(QE)로 시중 유동성이 넘쳐난 상황에서도 정책금리를 정교하게 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2019년에는 이를 초과지급준비금(IOER)을 포함한 ‘풍부한 준비금 운영 체계’로 공식화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현 체계는 통화정책 집행을 매우 단순화하며, 시장 개입 없이도 단기금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준비금 이자 지급은 ‘금융권 보조금’이라는 비판과 함께 연준을 흑자 기관에서 적자 기관으로 전환시켰다는 지적도 받는다. 실제로 연준이 과거 매년 재무부에 환급하던 수익금은, 장기채권 매입으로 이자 비용이 늘어나며 최근 몇 년간 사라졌다.

크루즈 의원은 “이자 지급을 폐지하면 연방 재정적자를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들리 전 총재는 “적자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장기채 매입 규모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이라며, 준비금 이자 지급 폐지는 연준이 보유 채권을 대규모 매도하고 유동성을 급격히 흡수하도록 압박해 단기금리 급등과 시장 변동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 역시 6월 상원 청문회에서 “준비금 부족(Scarce Reserves) 체계로 돌아가려면 장기간의 변동성험난한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엘런 미드 전 연준 선임고문(현 듀크대 교수)은 “유동성을 급격히 줄이기 위해선 대규모 채권 매각이 필연적이며, 이는 실물경제 금리를 끌어올려 거시경제적 충격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차대조표’ 축소 공방

준비금 제도와 별개로, 연준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적정 규모를 둘러싼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연준은 2022년 이후 2조 달러 이상을 축소했으며, 시장에서는 6조 1천억 달러 수준에서 축소가 멈출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5조 9천억 달러까지 줄어들 가능성”을 언급했다.

더 과감한 축소론자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다. 그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메인스트리트 지원을 위한 금리 인하’와 ‘월스트리트 과열 억제를 위한 공격적 자산 축소’를 병행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라이트슨 ICAP는 보고서에서 “해당 제안에 회의적”이라면서도, “향후 1년간 미국 경제정책 전반이 전면 재검토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금리·대차대조표를 둘러싼 논란이 실제 정책 변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예측기관 LH 마이어의 데릭 탱 애널리스트는 “공화당은 전반적으로 통화 완화를 요구하며 연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대차대조표가 ‘통화정책·포트폴리오 결정과 재정 여력’이 교차하는 지점인 만큼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용어·배경 설명

준비금 이자(Interest on Reserves): 시중은행이 연준에 예치한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연준이 지급하는 이자. 통화정책의 기준금리 하한 역할을 한다.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연준이 보유한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등 자산과, 통화·지급준비금 등 부채를 합산한 규모. ‘양적완화(QE)’는 자산을 늘리고, ‘양적긴축(QT)’은 자산을 줄인다.
Project 2025: 보수 성향 싱크탱크 연합체가 작성한 정책 가이드라인으로, 차기 공화당 행정부가 추진할 규제·재정·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 기자 전문 분석

준비금 이자 지급 폐지와 과격한 대차대조표 축소는 모두 유동성 부족 리스크를 높여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연준이 장기채를 일시에 매도하면 장기금리가 급등해 재정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동시에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정책 상충’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책 결정자는 실물·금융 복합 파급 효과를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