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전(前) 월스트리트 변호사인 랜달 가인(Randall Guynn)을 새 감독·규제(Division of Supervision and Regulation) 국장에 내정할 전망이다. 복수의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두 명은 이 같은 인선이 가업(家業) 출신의 강력한 은행 감독 책임자를 임명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했다.
2026년 2월 13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가인은 미국 대형 은행들을 대변해 온 법무법인 데이비스 폴크 앤드 워드웰(Davis Polk & Wardwell LLP)의 전 파트너로, 중앙은행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마이클 깁슨(Michael Gibson)의 뒤를 이어 이번 직책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깁슨은 올해 7월 은퇴를 발표했다.
가인은 2025년 5월부터 연준 이사 겸 감독 담당 부의장(Vice Chair for Supervision)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의 고문으로 활동해 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가인의 이번 임명 계획은 연준 이사회(7명의 이사)가 표결로 확정해야 하며, 표결 시점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가인은 새로운 직책에서도 계속 보우먼에게 보고하게 된다.
이번 인선은 연준의 전통적 관행에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로이터의 연준 보도자료 검토 결과에 따르면, 최소 1977년 이래로 이 직책에는 주로 오랜 기간 연준에서 근무한 내부 경력직이 임명되어 왔다. 이번처럼 월가 출신 인사가 직책을 맡는 것은 예외적이라는 평가다.
과거 월가 출신 변호사가 규제 기관으로 이동할 때에는 자신이 최근에 대리했던 금융사에 대해 업무를 회피(recusal)하는 관례가 있었다. 예컨대 보우먼의 공화당 전임자인 랜달 쿠얼스(Randal Quarles)는 웰스파고(Wells Fargo) 관련 사안에서 회피 조치를 취했다. 연준 대변인은 가인이 연준 입성 이후 지난 1년 동안 자신이 법률업무를 수행했던 특정 회사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회피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더 이상의 언급은 거부했다.
감독·규제 부서의 역할과 보우먼의 개편 계획
연준의 감독·규제 부서는 국가의 은행업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감독을 담당하며, 가장 크고 복잡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규칙 설정과 검사(감독)를 포함한다. 보우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규칙과 감독 관행들을 전면 개편하려는 방침을 추진해 왔다. 그녀는 해당 규정들이 지나치게 부담스럽고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감독 자체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정확성 및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보우먼은 감독·규제 부서의 구조조정을 발표했으며, 인력을 대략 30%가량 감축하여 약 35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로 자연 감축(자연 감소), 퇴직 및 자발적 희망퇴직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인력 감축 과정에서 깁슨은 자발적 퇴직 보상(voluntary buyout)을 수락한 바 있다.
가인의 경력과 관련 사건
가인은 1986년 데이비스 폴크에 합류했으며, 그곳에서 금융기관 그룹(Financial Institutions Group)을 이끌었다. 그는 은행 규제 분야의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미국 내 8대 대형 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은행과 금융기관, 업계 단체들을 대리해 규제 제안에 대해 자문해 왔다. 그의 공식 약력에 따르면 그는 규제 제안에 대한 자문 업무를 광범위하게 수행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방준비은행 뉴욕(Fed New York)에 대해 미국 국제그룹(AIG) 구제금융 관련 자문을 수행했고, 프레디 맥(Freddie Mac)의 정부 보전(government conservatorship) 과정에서도 조언을 제공했다. 또한 2023년 은행권 혼란 당시에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First Republic Bank)에 대한 3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유동성 주입과 관련해 대형 은행들을 자문하는 역할을 했고, 해당 은행이 며칠 후 붕괴한 뒤 JPMorgan이 인수할 때에도 자문을 제공했다.
2024년 의회 증언에서는 연준이 은행의 자본 요건을 강화하려는 노력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로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은행이 강력한 자본 요건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건전성 기준은 기관의 규모와 위험도에 따라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의 목적은 은행업의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지만, 그 방식은 기관의 특성과 위험도에 맞춰 조정되어야 한다”
용어 설명
감독·규제 국장(Director of Supervision and Regulation)은 연준 내에서 은행에 대한 규칙 설정, 검사 및 감독 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해당 직책은 대형 은행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요건, 유동성 규제, 스트레스 테스트 등 금융 안정성 관련 규범과 감독 관행을 설계하고 집행한다.
자본요건(capital requirements)은 은행이 보유해야 하는 자기자본의 최소 수준을 뜻하며, 은행이 손실을 흡수하고 정상적인 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수단이다. 이 요건이 강화되면 은행의 대출 여력과 수익성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시장 및 경제에 대한 잠재적 영향 분석
가인의 임명은 규제 완화 혹은 규제의 성격 변화를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월가 출신의 경험을 가진 인사가 감독·규제 부서를 이끌 경우, 규제의 실무적 합리성에 대한 재검토가 촉진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은행의 규제 부담 완화 기대를 낳아 대형은행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의 핵심 목표인 금융안정성 유지가 훼손되지 않는 한에서의 변화여야만 시장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로로 영향이 파생될 수 있다.
1) 규제 비용과 대출 여력
감독·규제의 완화는 은행의 규제 준수 비용을 낮추고 자본 효율성을 개선해 대출 여력을 늘릴 수 있다. 이는 기업 투자와 가계 대출 확대를 통해 단기적 경기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2) 은행 주가 및 자본시장
규제 부담 완화 기대는 대형은행의 수익성 개선 전망을 높여 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과도한 완화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면 장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3) 금융안정성 리스크
자본요건 완화가 지나치게 빠르게 이뤄지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은행의 손실 흡수능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정책 변화는 단계적이며 데이터에 기반한 검증 절차를 동반해야 한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전망
가인의 임명이 확정될 경우 연준 내부에서 규제 정책의 실무적 재정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연준 이사회의 표결과정, 회피조치(recusal) 범위 및 구체적 규제 완화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정책의 방향성과 시장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향후 연준의 공식 발표와 이사회 표결 결과, 보우먼의 구조조정 실행 속도 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참고: 본 기사는 로이터 통신의 2026년 2월 13일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연준의 공식 발표 전까지는 최종 확정되지 않은 인선안과 관련된 보도임을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