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내부에서 고조되는 금리 인하 논쟁
[워싱턴 D.C.]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 최신 위원인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 이사는 노동시장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단기간 내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시급하다고 25일(현지시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으로 재직하며 외부에서 금리 인하를 촉구해 왔고, 연준 입성 이후에는 내부에서 동일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9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런 이사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에 동료 위원들이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다”고 지적하며, 2%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리지 않을 경우 고용 시장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른 연준 정책위원들은 “점진적·신중한 접근”을 한목소리로 강조하며 미런 이사의 ‘과속 인하론’에 제동을 걸었다. 오스탄 굴스비(Austan Goolsbee) 시카고 연은 총재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행사 직후 기자들에게 “인플레이션 경로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앞당긴(heavy front-loading) 금리 인하는 실수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을 ‘안정적이며 완만하게 냉각 중’이라고 묘사했다.
메리 데일리(Mary Daly)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유타주 연설에서 “노동 시장에 노란불이 켜졌다”며 신입 대학 졸업생의 취업난과 구직 기간 장기화를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관세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 목표를 상회한다”며, 정책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려면 “점진적 조정과 지속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준 부의장(은행 감독 담당)인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역시 트럼프 정부 지명 인사면서도 “노동 시장이 예상보다 취약하다”고 진단하며 올해 말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할 수 있다는 ‘베이스라인 전망’만을 제시했다. 이는 미런 이사의 한 번에 0.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총 1%p) 요구와는 온도 차가 크다.
현행 정책금리는 지난주 0.25%포인트 내려 4.00%~4.25% 범위다. 연준 점도표(dot-plot)는 대부분의 위원이 ‘올해 추가 인하’를 선호하지만, 3분의 1가량은 더 이상의 인하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연준 내부 의견 대립 구도
제프리 슈미트(Jeffrey Schmid)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텍사스주 댈러스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노동시장은 균형 상태”라며 ‘금리 동결론’을 제기했다. 그는 “현 정책 스탠스는 약간의 억제적 수준(slightly restrictive)에 불과하며, 현 위치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반면 미런 이사는 8월 공석을 기회 삼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속하게 연준 이사직에 임명했다. 그는 9월 16~17일 FOMC 정례회의 전날 상원 인준을 통과했고, 회의에서 ‘0.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임기는 내년 1월 31일까지이며, 이후 백악관 경제자문직 복귀가 예정돼 있다.
미런 이사는 “정책금리를 회의마다 0.5%p씩 두 차례, 총 2%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25일 폭스비즈니스 ‘Mornings with Maria’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억제적인 통화정책은 경제를 하방 충격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역설했다. 이어 “동료 위원들은 관세 인플레이션에 여전히 겁을 먹고 있다”면서 “가시적인 관세발(發) 물가 상승 근거는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긴축이 과도하다면 건설·주택·설비투자 등 금리 민감 부문이 가장 먼저 얼어붙어야 한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의외로 견조하고, 주택시장은 약세지만 악화되지는 않고 있다.”
—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굴스비 총재는 또 “인플레이션이 4년 이상 목표치를 상회한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만으로도 실질금리(real rate)는 이미 낮아지는 효과”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민 감소가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라는 미런 이사의 논리에 대해서도 “이민 축소는 특히 서비스업에서 오히려 인플레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비(CPI Housing) 둔화 전망에 대해선 “주택·임대료 물가는 지표 산정 방식과 시장 특성 탓에 지연효과(long tail)가 커, 당장 월간 CPI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용어 풀이
• 프런트로딩(Front-loading): 정책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초기에 과감한 조치를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전략을 뜻한다.
• 실질금리(Real Rate):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값으로, 경제 주체의 실제 차입·투자 비용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점도표(Dot-Plot): FOMC 위원 각자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표. 시장은 이를 통해 연준 내부의 금리 경로 컨센서스를 파악한다.
■ 기자 분석 및 시사점*
연준 내부 갈등은 “통화 완화 가속”과 “인플레이션 수비”라는 두 축으로 압축된다. 단기적으로는 미런 이사의 급진적 인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고용지표가 급랭하거나 소비 심리가 후퇴할 경우 여론은 빠르게 ‘선제 완화’로 기울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관세·이민·주택 비용 변수는 복합적으로 작용해 예측 오차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지표 의존적(data-dependent)’ 연준의 발언 하나하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본 단락은 기자의 시장 해석이며, 기사에 인용된 연준 인사 발언과는 별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