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통화] 달러 지수(DXY00)는 31일(현지시간) 0.14% 상승하며 2개월 만의 최고치를 새로 썼다. 투자자들은 미국 노동시장이 견조하고 물가·노동비용 상승세가 완만히 둔화되지 않고 있다는 경제지표에 주목했다. 이러한 흐름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키우며 달러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Nasdaq.com) 보도에 따르면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고려할 때 현행의 다소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적절하다”고 언급해 9월 금리 인하 기대를 희석시켰다. 이러한 발언은 달러 강세에 추가 동력을 보탰다.
■ 미국 주요 지표: 고용·물가 모두 예상 상회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000건 증가한 21만8,000건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22만4,000건)를 하회했다.
6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3% 늘어 예상치(0.4%)에는 못 미쳤으나, 개인소득은 0.3% 증가해 예상치(0.2%)를 웃돌았다.
핵심 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8% 올라 시장 컨센서스(2.7%)를 상회, 연준의 물가 목표(2%)를 여전히 넘어섰다. 2분기 고용비용지수(ECI)도 0.9% 상승해 예상치(0.8%)를 상회했다.
“물가와 임금 압력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연준의 완화 전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 시카고 PMI·개인소비: 경기 탄탄, 그러나 소비 조정 시사
7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1로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기준선(50) 아래에 머물렀다. 이는 제조업 경기가 수축 국면이지만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같은 달 소비는 둔화됐으나 소득 증가세가 유지돼 향후 소비 여력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 관세 이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시사
가장 최근 관세 관련 소식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대만과의 합의도 초안 단계라고 밝혔다. 태국·캄보디아와는 휴전에 따른 무역 협상이 예고됐으며, 멕시코의 기존 관세는 90일 연장됐다. 시장은 해당 발언이 글로벌 교역 둔화를 초래해 위험자산 심리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연방기금 선물: 9월·10월 인하 확률 동반 하락
연방기금 금리 선물(Fed Funds Futures)에 따르면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은 41%, 10월 28~29일 회의에서는 35%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한 주 전 각각 55%, 48%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축소다.
유럽·일본 통화 동향
[유로화] EUR/USD는 0.21% 상승했다. 유로존 6월 실업률이 사상 최저인 6.2%로 유지되며 고용시장 강세가 확인됐으나, 독일 7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치를 하회(전년 대비 1.8%)하면서 ECB의 추가 완화 가능성이 부각돼 상승폭이 제한됐다. 스왑시장은 9월 11일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1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엔화] USD/JPY는 0.84% 급등, 4개월 만의 엔화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물가 목표 2% 달성을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며 정책동결을 정당화한 데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상을 깨고 하락(33.7)한 점이 엔 약세를 가중했다. BOJ는 2025년 GDP 전망을 0.5%→0.6%, 근원 CPI 전망을 2.3%→2.8%로 각각 상향 조정했음에도 정책금리를 연 0.50%로 묶어뒀다.
■ 일본 지표: 생산·소매↑, 심리↓
6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7% 증가해 예상치(-0.8%)를 크게 상회, 4개월 만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6월 소매판매도 1.0% 증가해 5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여당(LDP)이 참의원에서 과반을 상실한 뒤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공급 압력과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품시장 동향
8월물 금(GCQ2)은 온스당 2.60달러(0.08%) 하락, 9월물 은(SIU2)은 1.027달러(2.72%) 급락하며 4주 최저가로 마감했다. 달러 강세가 금·은 가격을 압박했고,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가 귀금속 매력을 저하했다. 특히 은 가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제 구리(refined copper)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직후 구리 가격이 21% 폭락한 데 따른 연쇄 반응으로 낙폭을 확대했다.
한편, 러·우 전쟁과 중동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안전자산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또한 인도에 8월 1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침은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를 키우며 금 가격의 하방을 제한하고 있다.
■ 용어 해설
• 핵심 PCE(Core PCE) :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중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지표로,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 척도다.
• ECI(Employment Cost Index) : 임금·수당·복리후생을 포함한 기업의 인건비 상승률을 측정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늠한다.
• 연방기금 선물 : 투자자들이 연방기금금리(FFR) 예상 경로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시장의 금리 전망을 파악하는 주요 수단이다.
■ 기자 해설 및 전망
달러 강세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의 급격한 후퇴와 직결된다. 현재 지표 흐름만 놓고 보면 연준이 9월에 ‘선제 완화’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하반기 물가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경우 연준이 12월 이전에 유연하게 태세를 전환할 여지도 남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과 9월 CPI 발표를 주시하며 포지션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유로화는 고용호조에도 불구, 인플레 기대가 식으면서 약세 압력을 받기 쉽다. 반면 엔화는 정책 차별화와 정치·재정 불확실성으로 인한 구조적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 결국 ‘강달러-약엔’ 구도가 유지되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상향 압력이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