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항소법원, 트럼프 행정부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대량 해고 재개 허용…즉각 시행은 보류

(편집자 주: 마지막 문단의 누락된 단어를 보완해 기사를 재송출한다)

워싱턴(로이터)—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CFPB) 직원을 대량으로 해고하려던 계획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연방콜럼비아특별구 항소법원은 15일(현지시간) 2대 1의 의견으로 1심 법원이 발령했던 임시 차단 조치가 관할권을 벗어난 결정이라고 판시했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으로 한때 무산됐던 최대 1,500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이 다시 추진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법원은 판결의 효력을 즉시 발휘하지 않기로 하면서, CFPB 직원과 소비자단체를 대리하는 변호인단이 전원합의체(En Banc)에 재심리를 요청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CFPB는 무엇인가?
CFPB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의회가 제정한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에 따라 2011년 출범한 독립 규제기관이다. 은행, 카드사, 학자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소액대출 등 소비자 금융 시장 전반을 감독하며 불공정‧기만적 관행을 단속한다. 그러나 공화당과 업계 로비 단체는 CFPB가 ‘행정 국가’를 강화해 자유시장 원칙을 침해한다며 꾸준히 폐지를 주장해 왔다.

판결의 핵심
다수 의견을 작성한 그레고리 카차스네오미 라오 판사(모두 트럼프 임명)는 “고용 손실을 전제로 한 청구는 연방공무원 특별 절차에 따라야 하며, 지방법원은 이를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고 밝혔다1. 두 판사는 또 “원고 측이 제기한 다른 쟁점 역시 CFPB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사안이므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대통령이 국가에 CFPB가 전혀 필요 없다고 판단할 재량을 가졌다고 해서, 헌법·의회가 부여한 독립기관을 해체할 권한까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 콘릴리아 필라드 항소판사(소수 의견)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콘릴리아 필라드 판사는 반대 의견에서 “1심이 CFPB를 ‘완전히 지우려는 시도’를 일시적으로라도 막은 것은 정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대통령이나 측근이 ‘국가가 CFPB 없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의회가 만든 기관을 일거에 없앨 재량까지 부여된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실직 위기에 놓인 1,500명
올해 3~4월 트럼프 행정부는 CFPB 인력의 60%에 달하는 대량 해고 통보를 발송했으나, 지방법원은 지난 3월 ‘폐쇄 중단 가처분’을 발령해 이를 잠정 중단시켰다. 1심 재판부는 “해고 범위가 광범위해 부서를 텅 비우거나 업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도록 설계됐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판단으로 1,500여 명의 운명은 다시 불확실해졌다. 제니퍼 베넷 원고 측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CFPB의 전면적 기능 약화는 소비자 금융 시장에서 ‘악성 플레이어’에게 면죄부를 줄 위험”이라며 “결국 미국 가계의 재정적 안전망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시 기구의 행보
올해 초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감사실의회 회계감사국(GAO) 등 두 곳의 감시 기관은 CFPB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 전반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량 해고’가 행정 절차법연방법 인사제도를 위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책 혼선 지속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으로 알려진 엘론 머스크 전 고문은 공개석상에서 “CFPB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측 법무관은 법정에서 “법률상 완전 폐지는 불가능하며, 규모만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혼선을 빚었다.

전문가 시각
워싱턴 싱크탱크 ‘정책·공공경제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 Public Economics)’의 헌법학자 A. 로버트슨 교수는 “이번 판결은 행정국가 내 권한 분립—특히 대통령 권한과 독립규제기관 지위를 둘러싼 미묘한 힘겨루기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원합의체나 대법원 단계로 넘어가면, 행정법 판례공무원 보호 규정의 해석이 미국 행정 체계 전반에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 용어 해설2
• ‘특별 검토 절차(Specialized-Review Scheme)’란 연방 공무원의 징계·해고와 관련해 공무원보호위원회(Merit Systems Protection Board)와 같은 전문 기구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는 ‘사법부의 무분별한 개입’ 대신, 행정 내부의 전문성을 존중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향후 전망
원고 측이 30일 이내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청하면, 항소법원은 ‘과반 찬성’ 여부를 가려야 한다. 재심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대량 해고는 최소 수개월 더 미뤄질 전망이다. 반면 재심 신청이 기각되면, 행정부는 즉시 해고 통보를 재발송할 수 있다. 이후에도 분쟁이 지속될 경우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단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결국 ‘CFPB 존폐’ 문제는 행정권·입법권·사법권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균형 시험대로 부상했다. 소비자 보호라는 공익 가치와 규제 완화를 원하는 보수 진영의 이해가 정면충돌하면서, 앞으로도 상당한 정치·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