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판사, 캘리포니아 중부지구 ‘대리’ 연방검사 자격 박탈

로스앤젤레스발 — 미 캘리포니아주 중부지구(Los Angeles를 포함)에서 대통령 지명·상원 인준 절차 없이 ‘대리(acting)’로 임명돼 직무를 수행해 온 빌랄 에사일리(Bilal Essayli) 연방검사가 법적으로 자격이 없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하와이 호놀룰루 연방지방법원의 J. 마이클 시브라이트 판사는 64쪽 분량의 결정문에서 에사일리를 즉시 직무에서 배제(disqualify)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에사일리가 재임 중 서명된 세 건의 기소장(조직범죄·총기 위반 혐의)에 대한 효력은 인정하되, 향후 그가 ‘연방검사장 대행(acting U.S. attorney)’으로서 수행하는 모든 업무는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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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판결의 핵심

시브라이트 판사는 “

에사일리는 캘리포니아 중부지구 연방검사장 대행의 직위를 불법적으로 취임했다

라며, 그가 연방법(Federal Vacancies Reform Act·연방공직대행법)상 허용된 120일의 ‘임시(interim)’ 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무기한(indefinite)으로 직무를 수행한 것이 결정적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에사일리는 2025년 3월 말 당시 법무장관 팸 본디(Pam Bondi)의 재량으로 ‘임시(interim) U.S. attorney’로 임명됐다. 법에 따르면 임시 연방검사장은 120일 이후 백악관의 공식 지명과 상원 인준을 거치거나, 관할 지방법원이 별도의 임시 대행을 다시 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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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5년 7월, 법무부는 별도 절차 없이 에사일리를 ‘대리(acting)’ 직책으로 전환했다. 시브라이트 판사는 “이는 연방법이 금지한 편법적 인사”라며, 상원 견제·균형 기능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2. 세 건의 기소장은 유효

피고인 측은 ‘불법 임명’을 이유로 기소 무효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시브라이트 판사는 “문제가 된 세 기소장은 모두 다른 정식 연방검사가 서명했고, 절차적 실체적 ‘적법절차(due process)’ 위반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조직범죄( racketeering ) 및 총기법 위반 사건은 원래 일정대로 진행된다. 여기서 racketeering은 조직적·반복적 범죄행위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하며, 국내 ‘범죄수익은닉·조직범죄처벌법’과 유사하다.


3. ‘대리(acting)’과 ‘임시(interim)’의 차이

‘Interim’은 법무장관이 120일간 한시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직책이다. 반면 ‘Acting’은 대통령이 상원 승인 없이도 무기한 지명할 수 있는 고위대행 직위다. 그러나 연방검사장 직위는 행정부 독립성을 이유로 acting 형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행정부가 입법부 감시를 우회하려는 관행이 반복될 경우, 기소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이라고 분석한다.


4. 인사 공백과 파급효과

캘리포니아 중부지구는 7개 카운티·약 1,900만 명을 관할하는 미 최대 연방사법구역이다.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확정될 경우, 로스앤젤레스·샌버너디노 등 대형 도시의 기소 지휘 라인이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미 사법부 내부에서는 “수천 건의 사건 처리 속도·일관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법원 임명 임시 U.S. attorney’ 카드가 거론되지만, 실제 임명까지 여러 절차·시간이 필요하다.


5. 에사일리의 향후 거취

시브라이트 판사는 “에사일리는 해임이 아닌 수석 부검사(first assistant U.S. attorney) 직위로 복귀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기소 승인권·지휘권은 잃지만, 실무 검사 역할은 지속할 수 있다.

에사일리 측은 즉각 항소 뜻을 밝혔으며, 법무부 또한 “판결 검토 후 조치”라며 구체적 입장을 유보했다.


6. 유사 사례 확산

이번 결정은 한 달 전 네바다주에서 ‘acting’ 연방검사 시걸 차타(Sigal Chattah)가 자격을 박탈당한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법원은 차타가 4건의 형사사건을 감독할 권한이 없었다고 판결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뉴저지주에서도 전(前) 대통령 개인변호사 알리나 하바(Alina Habba)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려 했으나, 2025년 8월 연방판사는 “임명 불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법무부는 해당 건을 항소 중이다.


7.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헌법학자들은 “사법·행정부 간 권력 균형을 둘러싼 헌법적 쟁점이 대법원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본다. 특히 거대 사법구역에서 발생한 인사 공백은 국가 안보·기업범죄·금융범죄 수사까지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일부 보수 법조계에선 “임시 공석을 장기간 방치한 상원 책임도 있다”며, 신속한 청문·인준 절차를 요구했다.


8. 독자 참고: ‘연방검사장’이란?

연방검사장(U.S. Attorney)은 해당 사법구역에서 연방 형사·민사 사건을 총괄한다. 국내로 치면 ‘지방검찰청 검사장’과 유사하며, 대통령 지명·상원 인준을 받아야 한다.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임기가 4년이지만, 관행적으로 행정부 교체 시 사직한다.

‘acting’과 ‘interim’ 구분, 상원 인준 절차 등은 미국 헌법의 ‘임명·조언·동의’(Advice & Consent) 조항과 직결돼 있어, 이번 판결은 형사사법체계뿐 아니라 헌정질서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결론 — 시브라이트 판결은 캘리포니아 중부지구 기소권한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연방검사장 임명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연방항소법원 판단이 남아 있지만, 인사·사법·정치 전반에 걸쳐 장기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