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발 미국 연방정부의 자금집행 기한이 불과 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회와 행정부가 서로의 책임을 공방하며 또 한 차례의 부분적 셧다운(partial shutdown)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81년 이후 15번째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셧다운은 전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 비상운영 계획을 대외적으로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과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2025년 9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올해 초 각 부처에 예산 공백 시 업무 지속계획(contingency plan)을 업데이트할 것을 지시했으나, 해당 문서들은 아직 의회나 일반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과거와 달리 백악관 홈페이지의 관련 페이지도 공란으로 남아 있어 의원들과 정책 전문가들은 “행정부가 투명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셧다운이란 연방예산이 기한 내 통과되지 않았을 때 (1834년 제정된) 안티디피션시법(Antideficiency Act)에 따라 의무 지출(Mandatory Spending) 외의 모든 재량 지출(Discretionary Spending)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 국채 이자 등 의무 지출은 계속되지만, 항공관제나 국립공원 운영,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증권거래위원회(SEC) 같은 규제기관의 인력은 ‘필수 인력(Essential Personnel)’을 제외하고는 대거 무급휴직(Furlough)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연방공무원 210만 명과 위성도시 경제에 연쇄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MB와 백악관은 “셧다운 계획을 공개할지 여부”에 대한 로이터 통신 등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가시성이 없는 상태에서 연방정부가 어떻게 운영될지 알 수 없다”
고 초당파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의 경제정책 국장 레이첼 스나이더먼은 우려했다. 스나이더먼 국장은 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에서 경력을 쌓은 예산 전문가로, “업무 지속계획은 누가 유급·무급 근무하는지, 누가 강제휴직에 처해지는지를 명확히 해주는 유일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주 11월 21일까지 예산을 연장하는 임시예산안(Continuing Resolution·CR)을 통과시켰으나, 100석 중 53석을 보유한 공화당 주도의 상원에서 부결됐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장벽 예산을 반대해 합의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건강보험 문제를 포함하지 않은 탓”이라며 책임을 돌린다. 상·하원 모두 이번 주 휴회에 들어갔고, 상원은 9월 29일에서야 워싱턴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상원 국토안보·정부업무위원회 민주당 간사 개리 피터스 의원(미시간)은 성명을 통해 “셧다운 위협이 임박한 만큼, 행정부는 즉각적으로 모든 부처의 업데이트된 비상계획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계획이 없으면 입법부와 국민이 행정부의 법 준수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연방예산은 약 7조 달러 규모이며, 그중 4분의 3이 사회보장·메디케어·국채이자와 같이 법률로 지출이 보장된 ‘의무지출’이다. 나머지 1조 7,000억 달러 안팎의 ‘재량지출’을 놓고 의회의 예산안 통과 여부가 매년 반복적 갈등의 핵심이 된다. 원칙적으로 OMB는 예산 공백 1주일 전부터 각 부처에 셧다운 대비 상황·입법 전망·주요 정보를 통보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행정 각 부처는 우선순위 조정과 구조조정을 거치며, 비자발적 해고·권고사직·명예퇴직 등을 통해 올해에만 약 30만 명의 인력이 감소했다는 것이 비영리단체 퍼블릭서비스 파트너십(Partnership for Public Service)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인력 공백이 셧다운 대응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평가한다.
러스 보트 OMB 국장은 지난 7월 의회 청문회에서
“예산 협상은 오히려 덜 초당적이어야 한다”
며 전통적 ‘양당 합의’ 관행을 문제 삼아, 협상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의회 예산전문가 출신 조 칼라일 전 수석보좌관은 “‘생명·재산 보호’ 예외 조항의 해석 폭을 넓혀 셧다운 중에도 더 많은 업무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행정부는 이전 정부들과 달리 경계선을 시험해왔다”고 분석했다.
상원 세 위원회 보좌관들에 따르면, 일부 소관 부처는 비상계획을 OMB에 제출했고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다른 부처는 전혀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보 접근의 불균형이 의회의 감독권을 약화시킨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최근 셧다운은 트럼프 1기 말기인 2018년 12월 말부터 2019년 1월 말까지 34일간 이어졌다. 당시 행정부는 국립공원 서비스와 농무부 보조금에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지출을 강행했다가, 의회조사처(GAO)로부터 안티디피션시법 위반 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선례는 “이번에도 법률 해석을 둘러싼 충돌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용어 해설]
안티디피션시법(Antideficiency Act)은 1884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연방지출을 금지한다. 위반 시 행정·형사 책임이 따르며, 셧다운은 사실상 이 법의 강제 발동 절차다.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은 방위·교육·환경 등 의회가 매년 승인해야 하는 예산을 뜻한다.
전문가 시사점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백악관이 ‘필수 인력’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지다. 항공관제·국경보안·FBI 등 국가안보 관련 업무는 예외 처리되겠지만, 금융 규제기관과 행정 서비스 부문은 대규모 무급휴직 가능성이 높다. 또한 투자자와 채권시장은 일시적이라도 경제지표 발표 지연, 행정부 데이터 업데이트 중단에 따른 정보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셧다운 장기화 여부는 상원 복귀 직후의 정치적 셈법에 달려 있으며, ▲재정지출 우선순위 ▲대선 레이스를 앞둔 당내 역학관계▲향후 연방부채 한도 협상 등과 얽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