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셧다운 속 기업들의 IPO 우회 전략 및 위험 요인 해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업무 중단이 3주째 이어지면서, 신규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이 ‘20일 자가 효력(20-Day Rule)’ 조항을 활용해 규제 공백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10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맵라이트(MapLight)는 이달 초 해당 조항을 이용해 최초로 신규 상장 서류를 제출했다. 반면 유니레버(Unilever)의 매그넘(Magnum) 아이스크림 부문 등 다수 기업은 셧다운 여파를 이유로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현행법상 기업은 통상 SEC의 심사를 거쳐야만 공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 셧다운 기간에는 SEC 인력의 90% 이상이 무급 휴직(furlough) 상태로 전환돼 상장 심사가 전면 중단된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시급성이 큰 기술·바이오 기업들은 SEC 승인을 생략하고도 상장을 단행할 수 있는 20일 자가 효력 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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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셧다운 속 SEC의 운영 현황

SEC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르면, 상근 인력은 약 390명으로 축소돼 시장 모니터링 및 핵심 집행 업무만 유지된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35일간 이어진 셧다운에서도 IPO 심사는 전면 정지됐고, 시장 회복세가 한동안 주춤했던 바 있다.

2. ‘20일 자가 효력’이란 무엇인가?

통상 IPO 발행가는 상장 전날 확정되지만, 해당 조항을 활용하면 기업은 공모가를 최소 20일 이전에 공시하며, 스스로 등록 효력을 선언(Declare effective)할 수 있다. 2018년 셧다운 당시에도 바이오기업 고새머 바이오(Gossamer Bio)와 에너지 회사 뉴포트리스 에너지(New Fortress Energy)가 같은 방식으로 상장을 진행했다. 이 제도는 특히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에서 널리 쓰였는데, 스팩은 실질 자산·영업이 없는 백지수표(blank-check) 기업이기에 사전 가격 확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3. 잠재 위험과 투자자 고려 사항

Risk

SEC 검토를 건너뛰면 정보 누락, 오기재, 법적 분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머저마켓(Mergermarket) 미국 주식자본시장 공동대표 트로이 후퍼(Troy Hooper)는 “규제 검증을 우회하면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법적 리스크 및 예상치 못한 손실에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또 “SEC 심사는 시장 신뢰 유지의 핵심으로, 심사를 생략한 기업은 공모가 하락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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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도 SEC의 ‘보증 역할’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체 실사(Due diligence)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기관투자자는 셧다운 기간 중 진행되는 IPO에 참여하지 않거나, 할인된 가격만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4. 바이오·테크 기업의 긴급 자금 수요

IPO 연구기관 IPOX의 루카스 뮐바우어(Lukas Muehlbauer) 연구원은 “고(高)현금 소모 구조를 가진 바이오 기업은 자금 확보가 시급해, 셧다운이 장기화될수록 20일 규정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브랜드 가치가 이미 확립돼 있고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소비재·유통 기업은 상장 일정을 늦추며 사모시장(Private Market)에서 자금 조달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5. 이해를 돕는 용어 설명

① 셧다운(Shutdown) : 연방 예산안 합의 실패로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되는 상황.
② 스팩(SPAC) : 우회 상장을 통해 인수·합병을 목표로 하는 특수목적법인.
③ 자가 효력(20-Day Rule) : 등록일로부터 20일 경과 시점에 발행사가 자체적으로 공모 유효를 선언할 수 있는 규정.

6. 전문가 시각 및 전망

[기자 해설] 최근 미 연준(Fed)의 긴축 기조, 고금리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SEC 셧다운은 기업 가치평가(Valuation)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특히 성장 스토리만으로 투자심리를 자극하던 바이오·테크 섹터는 사업 모델 검증 및 매출 가시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이중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반면, 기술적·법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상장 창구가 사실상 ‘열려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해 자금 유치에 우호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의회 교착이 장기화될 경우, 과거 2018년 사례처럼 공모 일정 백로그(backlog) 누적과 이후 ‘IPO 러시’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본격적인 상장 회복 시점을 선점하려면, 기업은 내부 위험 관리 체계 강화, 정보공시 투명성 확보, 투자자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수적이다.

결국 20일 규정은 셧다운 상황에서 선택 가능한 합법적 우회로이지만, 시장 신뢰라는 무형 자산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