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장기전망 | 오피니언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만든 ‘제도 리스크 프리미엄’: 항공·노동·소비·사이버까지 흔들린 미국, 앞으로 1~3년 투자지형의 재편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날에도, 시장이 간과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용이 쌓이고 있다. 사상 최장으로 이어진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공항 관제부터 식품보조금 지급, 통계 공백, 사이버 방어, 소비심리 악화까지 실물과 제도 전반에 균열을 만들었다. 이 칼럼은 최근 공개된 다수의 뉴스·데이터를 바탕으로, 셧다운의 1~3년 장기 파급효과와 미국 자본시장의 ‘제도 리스크 프리미엄’ 재평가 가능성을 점검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셧다운 장기화는 1) 항공·여행·레저·소매 등 서비스 공급망의 마찰비용을 높이고, 2) 고용·물가 공식지표 공백으로 연준의 신뢰 기반 정책운영을 어렵게 만들며, 3) 소비심리의 기초체력을 훼손하고, 4) 사이버보안·핵심 인프라의 조정·집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 변화는 단기 실적의 진폭을 넘어, 미국 주식의 헤드라인 프리미엄(제도적 신뢰에 대한 상수)을 가변비용으로 바꾸며 섹터와 팩터(因子) 배분의 지형을 바꿀 개연성이 크다.
I. 증거 모음: 셧다운의 다층 파급
다음 표는 최근 보도에 나타난 셧다운 관련 핵심 데이터다.
| 영역 | 핵심 관측치 | 세부 |
|---|---|---|
| 항공·교통 | FAA 감편 명령, 결항 급증 | 금요일 오전 9시(ET) 기준 700편+ 결항(전체의 약 3%), 초기 4% 감편에서 11월 14일 최대 10% 확대 가능 시사. 유나이티드는 허브-허브·장거리 국제선 제외 입장, 아메리칸은 221편 취소. AAA·항공사들은 조기 도착·수하물 최소화 권고. |
| 노동·고용 | 공식 고용보고서 공백 | 대체 데이터: ADP +4.2만명, 챌린저 감원 153,074건(10월 기준 22년 만의 최대), ISM 고용지수 서비스 48.2%/제조 46%(<50=축소), 주간 실업청구 추정 22.8만명. 시카고 연은은 낮은 해고·낮은 채용의 안정적 특징 관찰. |
| 소비 심리 | 미시간대 심리지수 급락 | 소비자심리지수 50.3(전월 대비 -6.2%, 전년 대비 -약 30%), 2022년 6월 저점 근접. 현재여건 52.3, 기대 49.0. 셧다운 장기화가 주요 하방 요인. |
| 행정·복지 | SNAP 지급 법정 공방 | 하급심은 4,200만 명 대상 전액 지급 명령, 행정부는 항소심에 컨틴전시 펀드 65% 우선지급 방안 긴급 중지 신청. 지급 시차·규모 불확실성 부각. |
| 공공 데이터 | 통계·공시 지연 | USDA AWP(조정 세계가격) 업데이트 중단, 주간 수출판매 보고서 연속 미발표. 곡물·소프트커머디티 가격발견 왜곡 리스크 상승. |
| 사이버·안보 | 조정 약화·예산 삭감 | CISA 예산 축소, CIPAC 해체 등으로 공공-민간 정보공유 약화. Volt Typhoon 사례 등 핵심 인프라 상시 침투 경고. 전문가들 “조정 실패”를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 |
이들 관측치는 상호 연결돼 있다. 관제 인력의 결근·미지급은 항공 수용능력을, 통계 공백은 정책 신뢰와 자산가격 향배를, 사이버 조정의 약화는 금융·에너지·선거 인프라의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키운다. 모두가 즉시 비용으로 보이지 않지만, 장기 리스크 프리미엄을 점증시켜 자본비용을 올리는 경로라는 점이 핵심이다.
II. 전달 경로 1 — 서비스 공급망: 항공·레저·소매의 마찰 비용
FAA·DOT의 수용력 감축은 ‘통제된 축소’로 보인다. 대도시 간 연결(허브-허브)과 장거리 국제선은 최대한 유지하되, 소형기 중심의 지역노선과 빈도(첫편·막편)가 조정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미세한 연결망의 끊김이 1) 환승 실패·2) 할증 운임·3) 레저 수요의 취소·연기로 이어져, 호텔·외식·렌터카까지 연쇄적인 수요 왜곡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허츠는 최근 이틀간 편도 렌탈 예약이 전년 대비 20%+ 급증했다고 밝혔다. ‘항공→도로’로의 대체 이동은 교통 수요의 대칭성을 무너뜨리고 지역별·기간별 상쇄 불가능한 손실을 남긴다.
이 비용은 단기 이벤트로 종결되지 않는다. 관제 인력 피로·사기 저하, 공항 운항 슬롯의 임시 재배정, 항공사 승무원 로테이션 재설계 등은 셧다운 종료 후에도 Tail을 남긴다. 특히 6~12개월 후 성수기(여름·연말) 진입 시점에 셧다운의 후유증이 남아 있으면, 항공사·공항·지상조업의 복원력은 한번 더 시험받는다.
III. 전달 경로 2 — 데이터 공백과 정책 신뢰: 연준의 ‘눈가리개’ 비용
연준은 ‘데이터 의존적’ 정책을 운용해 왔다. 그런데, BLS 고용보고서·USDA 공시·AWP 등 주요 통계가 멈추면 시장은 대체 데이터를 붙잡고 방향을 가늠한다. 이번에 확인된 대체 데이터는 “약하지만 붕괴는 아닌 냉각”을 시사한다. ADP +4.2만명, 챌린저 153,074건 감원, ISM 고용 48.2/46 등은 고용이 천천히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연준 입장에서는 물가 대체 데이터의 빈약함과 함께 이 신호의 신뢰도가 낮다. 이는 1) 과소/과대 완화의 정책오류 리스크, 2) 시장의 금리경로 가격발견 왜곡, 3) 자산 배분에서 추세추종형 변동성 증폭을 부른다.
정책 신뢰의 핵심은 예측가능성이다. 셧다운이 반복되고 데이터 공백이 상수화되면, 미국의 제도 프리미엄은 가변적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전환된다. 가령 고용·물가 쇼크의 ex-post 확인이 늦어질 경우, 장단기 금리곡선은 더 높은 불확실성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금리의 평균수준만이 아니라 ‘변동성의 변동성’(vol of vol)이 자본비용을 밀어올리는 경로다.
IV. 전달 경로 3 — 소비심리의 경로의존성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0.3으로 2022년 6월 사상저점 근처까지 후퇴했다. 슈 소장은 워싱턴 교착을 최상위 요인으로 지목했다. 흥미로운 점은 주식 보유가 큰 집단의 심리가 11% 개선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주가 상승이 상위 소득층의 체감 경기를 지탱하는 경로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광범위한 표본에서 연령·소득·정치 성향을 막론한 하락은, 셧다운 쇼크가 중·하위 소득층의 불확실성을 강하게 자극했음을 뜻한다.
문제는 심리의 경로의존성이다. SNAP 지급과 같은 ‘생활형 정책’이 법정 공방을 거치며 부분 지급(65%)·전액 지급 사이에서 진동하면, 가계의 예산 가용성·구매결정 타이밍이 흔들린다. 소매·식품·편의점·주류 같은 현금흐름 민감 업종은 즉각 반응한다. 이는 기업의 재고·발주·근무스케줄(근로시간)까지 2차 파급을 만든다. 동시적으로 기업은 ‘시한부 판촉’에 의존해 할인율을 올리고, 마진 변동성을 키운다. 이러한 과정이 분기 실적에 끼치는 노이즈는 향후 1~2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V. 전달 경로 4 — 사이버·핵심 인프라: ‘조정 실패’의 비용
CISA 예산 축소, CIPAC 해체, 주·지방정부 보조금 축소 등은 공공-민간의 실시간 위협 인텔 공유를 약화시켰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위험으로 ‘조정 실패’를 지목한다. Volt Typhoon과 같은 상시 침투형 위협은 ‘전장 준비’를 전제한다. 즉, 평시에 보이지 않게 위치 선점을 하고, 분쟁·위기 시 동시 다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금융·전력·수자원·교통의 상호연결을 감안하면, 단일 공격의 기대손실은 거대하다. 셧다운의 장기화는 이 방어조직의 집행능력을 마모시키며, 기업의 사이버 보험료와 보안 CAPEX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IT·산업·공공서비스 전반의 총비용에 반영된다.
VI. 1~3년 시나리오: 제도 리스크 프리미엄의 구조화
셧다운의 후유증은 다음과 같은 현실적 경로를 갖는다.
- Risk-Free? → Risk-Adjusted: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 최대 안전자산이지만, 통계·정책 불연속은 정책오류 프리미엄을 얹는다. 이는 장단기 금리의 리스크 중립 수준 자체를 밀어올릴 수 있다.
- 서비스 산업의 마찰비용 상수화: 항공·레저·소매·외식은 정상화 이후에도 복원력 비용을 반영해 가격·운영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물가의 하방경직성으로 나타난다.
- 기업 CAPEX의 지연과 재구성: 정책·수요·보안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은 옵션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CAPEX를 연기하거나 소프트 CAPEX(소프트웨어·보안·데이터)로 대체한다. 총투자 대비 실물 CAPEX 비중이 낮아지는 동안, 생산성에 미묘한 음(-)의 영향이 누적될 수 있다.
- 보험·보안·법률비용의 상향 평준화: 사이버·행정 리스크가 체화되면서, 대기업·중견·중소를 막론하고 프리미엄이 올라간다. 이는 ROIC의 신(新) 하방압력이다.
VII. 섹터별 중장기 영향도
- 항공·여행: 단기 결항·감편은 매출손실과 보상비용, 중기 운항 재배치·슬롯 재설계 비용, 장기 운임정책 상향요인. 네트워크·허브 경쟁력이 강한 대형사 상대우위.
- 레저·호텔·외식: 이동 마찰비용이 높아질수록 단거리·국내 중심의 수요 회복이 상대적으로 견조. 지역 분산·가변비용 구조가 핵심.
- 소매·식품·편의: SNAP·소득 하위층의 소비 탄력성이 낮아져 판촉 의존도 상승. 재고·구색·가격의 미세조정 역량이 필수.
- 사이버·보안·인프라: 공공-민간 조정 약화가 초래한 구조적 수요 확대. 이메일·아이덴티티·데이터계층 방어에 더해 OT(산업제어) 보안 CAPEX 장기화.
- 농산물·상품: AWP·주간수출 등 공시지연은 가격발견을 왜곡. 정보비대칭이 헤지 비용과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음.
VIII. 투자전략: ‘제도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5가지 접근
- 저베타·현금흐름 방어: 강세장 피로 속 제도 리스크가 커질수록 저변동·배당의 완충재 역할이 강화된다. 보험·리츠·기초소비재 중 현금창출력·배당 지속성이 검증된 종목 우선.
- 네트워크·규모 우위: 항공·여행 등 마찰비용 상승 구간에서는 허브·스케줄 회복력이 우월한 대형사가 상대 강세.
- 리스크 기술주 분화: ‘AI 서사’와 별개로, 사이버·데이터 보호·규제준수 등 리스크 축소형 기술수요는 구조적 성장. OT 보안·ID·데이터 거버넌스 유망.
- 현금성 자산·듀레이션 바벨: 정책불연속 리스크가 금리 변동성을 키우므로, 단기 MMF 비중과 장기 듀레이션을 바벨로 배치해 경로오류에 대응.
- 대체·실물 상쇄: 공항·인프라 병목은 지역 운송·물류·저온체인 등 현장형 실물의 상대적 프리미엄을 높인다. 비용 전가력이 있는 인프라 에셋이 방어선.
IX. 체크리스트: 6~12~24개월 관찰 포인트
- 항공 운영지표: 결항률·정시성·수하물 지연·환승 실패율, FAA 수용력 통보 주기.
- 통계 재개·시차: BLS·USDA 공시 정상화 시점과 Backfill 품질. 대체 데이터와의 괴리.
- 소비심리·SNAP 지급: 미시간대 지수의 반등 지속성, SNAP 지급 안정화(전액/부분/타이밍) 추적.
- 사이버 사고·규제: E-ISAC·ISAC 라인 경보, CISA 리더십 인준, CIPAC 대체 프레임워크 복구 여부.
- 연준 커뮤니케이션: 데이터 공백 하에서 포워드 가이던스 조정 톤, 데이터 보강(민간·대체) 언급 빈도.
X. 반론과 리스크
일부는 “셧다운은 늘 있었고, 결국 타결된다”는 점을 든다. 맞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기간·범위·중첩에서 다르다. 항공·복지·통계·사이버가 동시에 흔들렸다. 더구나 장기간 반복될 가능성을 시장이 가격에 내재화하기 시작하면, 미국 자산에 붙던 제도 프리미엄의 일부가 가변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치환된다. 이는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평균적 비용의 재정의다. 반대로, 조기 재개·예산 가시성 복원·공공-민간 협치의 제도적 복구가 확인되면, 리스크 프리미엄은 다시 축소될 수 있다. 정책 신뢰는 빠르게 훼손되지만 되돌림은 시간이 걸린다—이것이 투자의 경계선이다.
XI. 정책 제언: 비용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
- 데이터·공시 최우선: BLS·USDA·AWP 등 필수 통계의 예외적 운영을 제도화. 데이터 공백의 마진 비용이 정책오류·시장 변동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 사이버 조정의 복구: CIPAC 대체 프레임워크 신설, CISA 리더십 공백 해소, 주·지방 보조금 복원. ‘조정 실패’는 단기 비용 대비 장기 손실이 막대하다.
- 항공 안전·수용력 확보: 관제 인력의 급여·근무환경 정상화, GDP(지상지연프로그램)·슬롯 정책의 투명한 로드맵 제시.
- 취약층 소득의 예측가능성: SNAP 지급의 전액·정시 원칙을 분명히 하고, 컨틴전시 펀드의 집행 기준·시점을 제도화.
맺음말: 미국 주식의 ‘헤드라인 프리미엄’이 흔들릴 때
미국 자본시장의 장점은 법치·투명성·연속성이었다. 셧다운은 이 세 축을 동시에 시험했다. 항공 관제의 지연은 티켓값으로, SNAP의 법정 공방은 장바구니로, 통계 공백은 금리와 P/E로, 사이버 조정 약화는 보험료와 CAPEX로 전가된다. 이는 곧 미국 주식의 ‘헤드라인 프리미엄’ 일부가 제도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자는 소음 속에서 신호를 골라내야 한다. 현금흐름의 질, 네트워크 복원력, 보안·준법의 체화, 가격 전가력을 갖춘 기업은 이 변곡점에서 더 강해진다. 반대로 ‘제도 리스크’를 영업외 변수로 치부하는 포트폴리오는, 의도치 않은 변동성의 인질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회복력이 강하다. 다만, 그 회복력은 제도 신뢰의 복구 속도에 달려 있다. 시장은 그 속도를 가격으로 측정할 것이다.
참고: 본 칼럼에 인용된 최근 뉴스·데이터(발췌)
- FAA 감편 명령·결항 700편+, 초기 4%→최대 10% 확대 가능(FAA·DOT·Cirium·항공사 코멘트)
- ADP +4.2만, 챌린저 감원 153,074건(10월 22년래 최대), ISM 고용지수 48.2/46
- 주간 실업청구 추정 22.8만(골드만), 시카고 연은 “낮은 채용·낮은 해고”
-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50.3(현재 52.3, 기대 49.0), 1년 기대 인플레 4.7%, 5년 기대 3.6%
- SNAP 4,200만 명 전액지급 명령 vs 행정부 65% 우선지급 긴급중지 신청
- USDA AWP 업데이트 중단, 주간 수출판매 보고 공백
- CISA 예산 축소·CIPAC 해체·E-ISAC 정상 운영 등 사이버 조정 약화 경고
이중석 |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