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JP모건 직원들의 고가 처방약·보험료 소송 일부 진행 허용

미국 연방 법원이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직원들이 제기한 직원 의료 및 처방약 혜택 관리 부실 관련 소송의 일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은행이 처방약 및 보험료 면에서 직원들에게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는 주장을 일부 인정해, 관련 쟁점을 다툴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었다.

2026년 3월 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맨해튼 연방지방법원 소속 제니퍼 로숀(Jennifer Rochon) 판사는 JP모건 직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일부 청구를 기각하지 않고 진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로숀 판사는 은행이 CVS 케어마크(CVS Caremark) 측에 반복적이고 무단으로 과다 지급을 허용했을 가능성을 직원들이 입증하려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러한 지급이 약국 급여관리회사(PBM, Pharmacy Benefit Manager)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고, 의료서비스 기업 고객들로부터의 역풍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수 있다고 본점을 지적했다.

원고들은 수만 명의 직원을 대리하는 집단소송을 통해 1974년 제정된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 위반을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JP모건은 CVS 케어마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결함 있는” 절차를 사용했으며, 이 회사의 모회사인 CVS 헬스(CVS Health)가 JP모건의 투자은행 고객이라는 점이 이해충돌의 소지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소송은 또한 JP모건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이 아마존 닷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 함께 직원 의료서비스 개선을 시도한 점을 알고 있었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이 함께 시도했던 합작 벤처인 헤이븐(Haven)은 2021년에 해산된 바 있다.

소장에는 구체적 수치도 명시되어 있다. JP모건이 CVS 케어마크에 의해 366개의 일반의약품(generic drugs)에 대해 평균 211%의 가격 인상(마크업)을 허용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직원들은 보험이 없는 환자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테리플루노마이드(teriflunomide)의 경우, 30정 처방 기준으로 단가가 미화 16.20달러에서 6,229.23달러38,000% 이상 인상된 사례가 있다고 소장은 전한다.

로숀 판사는 34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충성의무(loyalty)신중의무(prudence) 위반에 대한 일부 주장은 기각했다. 판결문은 “합작 투자에 관한 결정, 기업 전략 또는 제3자와의 관계에 관한 결정이 단지 피고들이 ERISA 계획을 후원(sponsor)한다는 이유만으로 수탁(fiduciary)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Decisions about joint ventures, corporate strategy, or relationships with third parties do not become fiduciary acts merely because defendants also sponsor an ERISA plan.”

다만 법원은 생존하는 주장들에 대해 원고들에게 다툴 기회를 부여했다. 판결문은 지난 해 4월 미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언급하며, ERISA 원고는 피고가 ‘금지된 거래(prohibited transactions)’에 관여했다는 점을 그럴듯하게 주장(plausibly allege)하기만 하면 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피고 측은 향후 소송에서 특정 거래들에 대해 예외(exemptions)를 주장하는 것을 공방의 핵심 방어논리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판결은 지적했다.

원고 측 대리를 맡은 변호사 카이 리히터(Kai Richter)는 이메일을 통해 “법원이 처방약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것이 법이 인정하는 피해(injury)에 해당한다고 상식적으로 판단한 데 대해 만족한다”며, “원고들은 금지된 거래 주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소송을 진행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JP모건과 이 사건 소송에서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전문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ERISA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의 약자로, 미국의 연방법으로서 근로자의 퇴직연금과 단체복리후생(plan)에 관한 수탁자 의무 및 규제 기준을 규정한다. ERISA 하에서 플랜을 관리하는 자는 엄격한 신의성실 의무와 충성·신중 의무를 부담한다. PBM(약국 급여관리회사)은 제약회사가 아닌 중개기관으로, 건강보험사가 처방약 비용을 관리하기 위해 약국 및 제약사와 가격, 환급, 네트워크 구성 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금지된 거래(prohibited transactions)란 ERISA에서 수탁자와 플랜 사이에 이해상충을 발생시킬 수 있는 특정 거래를 제한하거나 금지한 규정이다.


사안의 경제적·시장적 시사점 및 향후 전망

이번 판결은 다수의 고용주 후원 복리후생(plan)을 운영하는 기업과 PBM 사이의 관계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를 재조명한다. 소송이 확산될 경우, 고용주들은 향후 약품 처방 관리 계약을 체결할 때 가격 투명성, 수수료 구조, 리베이트(rebate) 배분 방식 등에 대해 기존보다 더 엄격한 검증 절차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플랜 운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과 투명성 제고를 통해 제약비용 압박을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PBM 업계와 CVS 헬스 같은 대형 의료기업의 영업·주가에 단기적인 불확실성 요인을 제공할 수 있다. 소송의 규모와 배상 규모가 커질 경우, 해당 기업들은 법적 방어 비용과 함께 잠재적 합의금 마련을 위해 재무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법원 판결에서 일부 청구가 기각된 점과 피고 측이 예외 조항을 방어논리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손해배상 책임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추가 소송단계가 필요하다.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액 처방약의 마크업이 해소되거나 약가 협상이 강화되면 고용주형 건강보험에서의 처방약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고,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 압력을 일부 완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소송 비용과 잠재적 배상금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복리후생 예산에 부담을 가중시켜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이번 사건이 PBM의 사업 관행과 제약 유통 구조의 투명성 강화 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의회와 규제당국은 이미 약가 투명성과 관련해 관심을 보여왔으며, 법원 판결과 맞물려 추가적인 입법·행정 조치가 논의될 여지가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소송 리스크를 고려해 계약 관행을 재검토하고, 비용 통제와 법적 준수를 병행하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절차

이번 판결은 소송이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니라 쟁점별로 일부 주장을 계속 다툴 수 있도록 한 단계 진전된 결정이다. 원고 측은 금지된 거래 주장의 입증을 시도할 것이며, 피고 측은 예외 조항과 다양한 방어논리를 근거로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소송 진행 과정에서 제출되는 증거, 추가적인 사실조회(discovery) 결과, 양측의 합의 협상 여부 등이 사건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이 사건은 기업 복리후생 운영, PBM과의 계약 구조, 그리고 ERISA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어 시장과 법률계, 규제 당국 모두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