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트럼프 행정부의 ‘신속 추방’ 전국 확대 시도 제동
워싱턴 D.C.—연방 지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1월부터 추진한 신속 추방(expedited removal) 대상 확대 정책의 효력을 중단시키며, 헌법상 절차적 적법성(due process)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25년 9월 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지아 콥(Jia Cobb) 판사는 이민자 권익 단체 ‘메이크 더 로드 뉴욕(Make the Road New York)’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 주며 두 가지 정책을 전면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문제가 된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1월 채택해 시행 중이던 조치로, 미국 내 어디서든 체포된 비시민권자 가운데 국내 체류 기간을 2년 이상 입증하지 못한 사람을 별도 이민 법원 절차 없이 곧바로 강제 추방하도록 허용했다. 이로써 수백만 명의 이민자가 신속 추방 대상에 포함될 위험을 안게 됐다.
신속 추방 제도는 1990년대 중반 도입돼 국경 인근에서 방금 체포된 무단입국자를 빠르게 본국 송환하기 위한 행정 절차다. 그러나 행정부가 대상 범위를 국경 지역에서 ‘전국’으로 넓히면서, 미국 사회에 이미 자리 잡고 생활해 온 장기체류자까지 추방 절차에 노출됐다.
콥 판사는 “
적법절차를 보장받을 무게 있는 자유권(liberty interest) 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부가 ‘지나치게 간소화된(skimpy)’ 절차만 제공해선 안 된다”
고 지적했다. 이어 “속도를 최우선으로 하다 보면 정부가 잘못된 결정을 내려 합법 체류자를 추방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도했던 정책과 구조가 유사하다. 2019년판 정책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폐지됐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유사 규정을 다시 도입했다. 재도입 이후 국토안보부는 “공격적으로” 권한을 행사해 왔다고 판결문은 밝혔다.
행정부는 판결 효력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콥 판사는 이를 즉각 기각했다. 그는 “정부가 절차를 개선할 의사 없이 집행을 계속하는 것은 헌법 위반 상태를 지속시키는 결과”라고 말했다.
국토안보부(DHS) 관계자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위험한 범죄자를 체포·추방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원고를 대리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1
한편, 같은 콥 판사는 얼마 전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적 패롤 프로그램으로 입국했다가 대규모 추방 위협에 놓인 수십만 명의 이민자들에 대한 ‘패스트트랙 추방’ 집행을 차단한 바 있다.
용어 설명: 신속 추방(Expedited Removal)이란?
신속 추방은 1996년 제정된 미국 불법이민 개혁·이민책임법(IIRIRA)에 근거한다. 통상 국경 또는 입국항에서 불법 입국 사실이 적발된 개인을 이민판사 심리 없이 곧바로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행정 절차다. 현장 이민 심사관이 48시간~몇 주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초단기 판정’으로 불린다. 따라서 일반 재판에 비해 진술·증거 제출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절차적 권리 침해 논란이 지속돼 왔다.
전문가 시각 및 파장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행정부 재량”과 “헌법상 적법절차 보장” 간 균형을 다시 묻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불법이민 통제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항소를 통해 정책을 지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민자 커뮤니티와 권익 단체는 “장기체류 이민자를 졸속 추방으로부터 보호했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치적 관점에서도 이번 판결은 대선 국면에서의 이민 공방을 더욱 가열시킬 수 있다. 법원이 정책 속도 조절을 요구함에 따라, 행정부는 다단계 심사 절차를 포함한 ‘방어권 확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절차 보완 없는 정책 재추진은 상급심에서 동일한 위헌성 지적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미국 내 이민정책 방향성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논쟁에 중요한 선례를 제공하며, 향후 연방 항소법원·대법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장기 소송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