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트럼프 지지 ‘메디케이드 지원 중단’ 조항 집행 제동

미국 보스턴 연방지방법원메디케이드(Medicaid) 기금 차단을 골자로 한 연방법의 집행을 잠정 중단시키는 예비금지명령을 29일(현지시간) 내렸다. 해당 법은 트럼프 전 행정부와 공화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원 빅 뷰티풀 빌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의 일환으로, 낙태 시술을 계속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에 메디케이드 재원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디라 탈와니(Indira Talwani) 판사는 해당 조항이 헌법상 표적 입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플랜드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와 그 회원 기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 단위로 명령을 확대했다. 탈와니 판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쟁점이 된 조항은 ‘특정 세제 혜택을 받는 조직이 낙태를 계속 제공하면 메디케이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통해 사실상 플랜드페어런트후드 연합 전체를 겨냥했다. 법무부는 이를 두고 “연방 보조금이 ‘빅 어보션(Big Abortion)’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을 뿐”이라며 법원의 개입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메디케이드란?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의료비를 연방·주정부가 공동 부담하는 공공 의료보험 프로그램이다. 지원이 끊길 경우 예방 진료, 산전 검사, 피임·성병 검사 등 기본 의료 서비스가 막혀 의료 취약계층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탈와니 판사는 판결문에서 “

의회가 플랜드페어런트후드를 징벌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며, 이는 헌법이 금지하는 ‘빌 오브 어테인더(bill of attainder)’에 해당한다

”고 적시했다. ‘빌 오브 어테인더’란 입법부가 재판 없이 특정 개인·단체를 처벌하는 행위를 뜻하며, 미국 헌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해당 법이 ‘평등 보호 조항’(제5수정헌법)을 침해하고, 낙태를 제공하지 않는 회원 기관마저 모(母)단체와의 연계만으로 불이익을 받게 해 ‘결사의 자유’(제1수정헌법) 역시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백악관은 이번 결정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반면 플랜드페어런트후드 연방연맹의 알렉시스 맥길 존슨(Alexis McGill Johnson) 회장은 성명에서 “우리의 600개 가까운 클리닉이 문을 닫을 뻔한 위기를 일단 넘겼다”며 “누구든 보험 형태와 무관하게 피임, 성감염증(STI) 검사·치료, 암 검진 등 필수 진료를 받을 권리를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플랜드페어런트후드는 앞서 “법이 발효되면 24개 주 약 200여 개 지부가 재정 압박으로 폐쇄될 것”이라며 ‘재앙적 결과(catastrophic consequences)’를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주 임시 제한명령이 만료되면서 일부 클리닉은 메디케이드 청구를 중단해야 했고, 환자들은 진료 대기·비용 인상 등 직접적 불편을 겪었다.

전문가 진단 및 향후 전망

보건·법률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연방 차원의 보건 정책과 주정부의 낙태 규제 사이에서 벌어지는 힘겨루기에 중대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동일·유사 조항을 담은 주(州) 입법이 잇따라 제소될 가능성 △대법원 상고 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폐기가 야기한 법적 공백을 메울 판례 형성 여부 등이 주목된다.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낙태 권리와 공공의료를 보호한 판결”이라고 환영한 반면, 공화당은 “사법부의 월권”이라며 항소를 예고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태·보건·사법 개혁이 핵심 쟁점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용어·개념 설명*

*플랜드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는 1916년 설립된 미국 최대 규모의 비영리 가족계획 기관이다. 산부인과 진료, 피임·성교육, 낙태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체 이용자의 60% 이상이 연 200% 연방 빈곤선 이하 저소득층으로 집계된다.

메디케이드(Medicaid)는 1965년 제정된 사회보장법 수정조항으로 탄생했다.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각 주가 연방 가이드라인 안에서 자격·급여 범위를 결정한다. 2024년 기준 약 7,600만 명이 가입해 있다.

기자 의견

이번 결정은 ‘메디케이드 지급’을 지렛대로 특정 의료 행위를 제한하려는 입법 시도가 헌법적 한계에 막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정치적 지형이 바뀌면 입법·사법 공방이 반복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연방대법원이 본 사안을 다룰 경우, ‘표적 입법’과 ‘정부 보조금 조건부 규제’ 간 균형점이 어떻게 설정될지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