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 텍사스 북부 연방법원의 리드 오코너 판사가 2025년 8월 28일 보잉(Boeing)과 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ㆍDOJ)가 제출한 형사 기소 종결 합의를 승인할지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공판기일을 지정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심리는 보잉이 형사 사기(fraud) 혐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737 MAX 기종의 비행 제어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오도(誤導)한 혐의로 기소돼 왔다.
합의의 핵심 조항은 보잉이 3년간 독립 모니터(independent monitor)의 감독을 받지 않는 대신, 유죄를 인정하고 일정 수준의 벌금 및 내부 통제 강화 계획을 이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는 “공익과 사법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독립 모니터란 무엇인가
독립 모니터는 법원이 임명하거나 양측이 합의해 선임하는 외부 전문가 또는 기관으로, 기업이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상시 점검한다. 주로 반부패법 위반이나 대규모 리콜 사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서 활용되며, 기업 입장에선 비용과 명성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피해 가려는 경향이 있다.
이번 합의에 반발하는 유가족들은 독립 모니터를 배제한 점을 두고 “안전 개선을 담보할 최소 장치조차 사라졌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잉 측은 “이미 수천 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해 소프트웨어와 안전 문화를 전면 개편했다”며 자율 규제 능력을 강조한다.
737 MAX 추락 사고: 숫자로 보는 비극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610편과 2019년 3월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항공 302편이 잇따라 추락해 총 346명이 숨졌다. 사고 원인은 자동 실속 방지 장치(MCAS)의 결함과 부적절한 조종사 훈련으로 지목됐다. 이후 737 MAX 기종은 약 20개월간 전 세계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보잉은 2024년 해당 혐의에 대해 유죄 답변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이번 합의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유족 측은 형사 재판을 통해 모든 경위가 공개·검증되길 바라고 있어, 사실상 재판 승인을 둘러싼 정면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합의는 대기업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 — 유가족 측 대리인 폴 캐시어(Paul Cassell) 변호사
법적 쟁점과 전망
미 법무부는 양형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피고가 이미 막대한 손해배상을 지급했고, FAA 규정도 강화돼 공익 목적이 달성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족 측은 범죄피해자 권리법(Crime Victims’ Rights Act)을 근거로 “법원이 합의 전 피해자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코너 판사가 합의 조건을 일부 수정·보강하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예컨대 ▲안전 관련 성과지표 공개 ▲현장 점검권한 부여 등 실질적 감시권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자 해설
보잉은 737 MAX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약 230억 달러를 안전·품질 부문에 투자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여전히 기업 거버넌스와 규제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부각시킨다. 특히 독립 모니터 부재가 실제로 안전과 투명성을 저해할지, 3년 뒤 재평가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또한 이번 심리 결과는 향후 거대 제조업체가 형사합의(plea deal)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항공 시장에서 안전·환경·윤리 이슈는 주가뿐 아니라 공급망과 소비자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8월 28일 심리는 단순히 한 기업의 ‘형사 리스크’를 판단하는 절차를 넘어, 미국 형사사법제도의 기업 책임 묘출 방식을 시험대에 올리는 장(場)이라는 점에서 업계와 투자자, 규제 당국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