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수요일 발표에서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 리사 쿡 해임 시도와 관련한 변론을 청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을 정면으로 시험하는 전례 없는 조치이자, 연준 거버넌스의 법적 경계를 가늠할 심리 일정이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미 10월에 본 사안의 변론을 들은 뒤, 하급심 판사가 내린 쿡 해임 잠정 차단 명령을 해제해 달라는 미 법무부의 요청을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결정으로 인해 당분간 쿡은 직위를 유지해 왔다.
연준을 설치한 1913년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은 중앙은행을 정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연준 이사 해임을 대통령이 오직
“for cause”
에 한해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법률은 그 용어의 의미를 정의하지 않으며, 구체적 해임 절차도 설정하지 않았다. 이 조항은 그동안 법정에서 시험된 적이 없다고 전해진다.
용어 해설배경: for cause는 일반적으로 공직자 해임 사유가 정당하고 구체적이어야 함을 가리키는 법률 용어로 쓰인다. 그러나 본 건에서처럼 정의와 절차가 법문에 명시되지 않은 경우, 어떤 사유가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해석에 달리게 된다. 또한 대법원이 연준을 ‘
독특한 구조의 준사적(quasi-private) 기관
’으로 지목해 온 점은, 연준을 통상적인 행정기관과 달리 취급할 여지를 시사한다.
워싱턴 D.C. 소재 미 연방지방법원의 지아 콥(Jia Cobb) 판사는 9월 9일, 취임 전 쿡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를 저질렀다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쿡은 이를 부인함)이 연방준비법상 해임 사유로는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리사 쿡은 연준 역사상 첫 번째 흑인 여성 이사로,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하겠다고 8월에 발표하자 트럼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쿡은 트럼프가 제기한 의혹들은 대통령에게 자신을 해임할 법적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며,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이유로 해임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컬럼비아특별구 항소법원은 9월 15일, 2대 1 다수 의견으로 콥 판사의 명령을 정지해 달라는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최근 몇 달 사이 일련의 판결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직접 통제를 벗어나도록 독립성을 부여한 여러 연방기관의 직위에 대해 유사한 신분 보호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직위를 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이러한 결정들은 6대 3의 보수 성향 우위를 가진 현 대법원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를 다룬 1935년의 핵심 판례가 보장해 온 이러한 신분 보호를 폐기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쿡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잠정 단계에서 쿡의 해임을 허용해 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곧장 판단하기에 앞서, 먼저 변론을 듣기로 결정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5월 트럼프의 노동 관련 연방위원회 민주당 성향 위원 2명 해임 사건에서, 연준을 다른 행정부처들과 구별해 취급할 수 있음을 이미 시사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연준이
“독특하게 설계된, 준사적(quasi-private) 실체이며, 독자적 역사적 전통을 가진다”
고 적시했다.
1월 변론 결과에 따라, 대법원은 쿡이 하급심에서 해임의 적법성을 다투는 동안 현직을 유지할지, 아니면 직위를 떠나야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법적 쟁점과 함의해설: 본 사안의 핵심은 연방준비법이 정한
“for cause”
라는 해임 요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다. 법문이 용어의 범주와 절차를 특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실관계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법적 심사를 통해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하급심의 잠정 판단처럼, 취임 전 의혹이 직무 관련 중대한 하자로 연결되는지 여부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독립성은 금융시장 신뢰와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직결되므로, 대법원이 연준을 일반 행정기관과 구별해 판단할지 여부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법원이 이미 연준을 준사적 구조로 지칭한 바 있어, 이번 사건에서 연준의 지위를 독자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최근 판례 흐름이 기관장 신분 보호 장치의 한계를 넓게 인정하는 방향인 점은, 기존 판례의 범위를 재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절차적 전망: 이번 대법원 심리는 본안 판단에 앞선 잠정적 구제에 관한 성격이 강하다. 즉,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하급심의 차단 명령을 해제하면, 쿡은 소송 진행 중 직위를 상실할 수 있다. 반대로 차단 명령을 유지하면, 쿡은 법적 다툼이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본안에서의 최종 판단은 향후 하급심과 다시 대법원을 거치는 절차를 통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적 파장: 이번 사건은 개별 인사의 거취를 넘어, 중앙은행 독립성과 대통령 인사권의 경계 설정에 관한 중요한 선례를 낳을 수 있다. 만약 법원이 연준을 특수한 지위로 인정한다면, 연준 이사의 신분 보장은 다른 독립기관과 차별화될 수 있다. 반대로 최근 판례의 연장선에서 해임권 확대를 용인할 경우, 향후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 과정이 보다 강한 정치적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