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콜로라도주 볼더시·카운티가 제기한 기후변화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해 달라는 엑슨모빌(ExxonMobil)과 선코어 에너지(Suncor Energy)의 청구를 심리하기로 2026년 2월 23일 결정했다.
2026년 2월 23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하급심이 해당 소송의 진행을 허용한 결정에 대해 양사가 제기한 항소를 심리대상으로 삼았다. 이 소송은 주(州)법 위반을 근거로 볼더시와 볼더카운티가 입은 기후변화 완화 비용에 대한 금전적 배상(액수 미상)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볼더의 기후소송은 화석연료를 채굴·생산·유통·판매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 내 여러 지방정부가 제기한 수십 건의 기후 관련 소송 중 하나다. 원고 측은 화석연료의 연소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배출해 태양열의 일부가 지구 대기에 갇히게 하고, 장기적으로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2018년 제기한 소장에서 미국 본사 기반의 엑슨과 캐나다 기반의 선코어가 자사 제품이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데 관여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대중을 오도했으며, 무제한적인 화석연료 판매로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회사들은 이에 대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The companies deny wrongdoing).”
고 반박했다.
원고들은 인프라 보수비용, 환경 피해 복구, 비상관리 비용, 공중보건 관련 피해 등 볼더 시·카운티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부담한 과거 및 향후의 비용을 석유·가스 회사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사는 하급심에 사건을 각하해 달라고 촉구하면서 그 근거로 여러 사유를 제시했다. 그중 핵심 주장 중 하나는 볼더의 소송이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따른 연방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을 불법적으로 방해할 것이라는 점이다. 청정대기법은 연방정부가 공기질 관련 규제를 관장하도록 규정한 연방법으로, 소송이 연방법의 규제영역을 침범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편, 콜로라도 주 대법원은 2025년 5월 해당 기업들의 각하 요청을 기각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는 이들 석유회사들의 항소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연방법원이 이 사안을 심리하기로 한 결정은 이전에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제기된 유사한 기후소송과 관련된 연방대법원의 결정 전례와 대비된다. 연방대법원은 과거에 선오코(Sunoco) 등 석유회사들이 호놀룰루의 기후소송을 각하해 달라고 요청한 사안에 대해 심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바 있다. 호놀룰루 소송은 해당 기업들이 지역의 극단적 기상현상과 태평양 연안의 해수면 상승에 기여했음을 주장하며 이로 인한 홍수, 침식, 해변 상실 등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다.
용어 설명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은 미국 연방법으로 대기오염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은 연방 환경보호국(EPA)에 공기질 기준 설정과 오염물질 배출 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소송 당사자들은 이 법이 연방정부의 전유물인 규제권한을 담보하므로 지방정부의 민사소송이 이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온실가스(greenhouse gases)는 대기 중에 존재하며 지구 표면으로부터 방출되는 열의 일부를 잡아두는 기체로,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등이 있다. 화석연료의 연소는 이들 기체를 배출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법리적 쟁점과 향후 영향 전망
이번 연방대법원의 심리는 다음과 같은 핵심 법리적 쟁점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첫째, 지방정부의 민사소송이 연방법에 규정된 연방 규제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둘째, 기후변화 관련 책임을 인정할 경우, 주·지방정부가 청구할 수 있는 피해의 범위와 산정 방법이다. 셋째, 기업의 표현·광고·정보공개 행위가 기만적이었는지에 대한 입증 책임 및 기준이다.
경제적·금융적 측면에서 이번 소송 심리 결과는 에너지 업계와 자본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방대법원이 기업 측 손을 들어 소송을 각하하면, 비슷한 기후관련 소송의 법적 위험(legal risk)은 축소되어 석유·가스 기업의 규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원고 측 손을 들어 지방정부의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올 경우, 대규모 배상책임과 과거·미래 비용 부담이 기업의 재무제표와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보험료 상승, 소송충당금 증가, 자본비용 상승 및 투자재평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리스크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강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법적·재무적 인센티브 구조가 강화될 여지도 있다.
한편, 투자자 관점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 확대가 주가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규제·평판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는 기업이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섹터 전반의 자본배분 변화도 예상된다: 탄소 집약적 자산의 가치 재평가와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자산으로의 전환 가속화가 대표적이다.
결론
미 연방대법원이 엑슨모빌과 선코어의 항소를 심리하기로 한 결정은 미국 내 기후소송의 향후 판례 형성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해당 사건은 법적 쟁점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결합된 복합적 사안으로,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지방정부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연방 규제권의 범위, 그리고 석유·가스 산업의 법적·재무적 부담을 재정렬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심리 과정과 판결은 관련 기업, 지방정부, 투자자 모두에게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