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미국 연방대법원(U.S. Supreme Court)은 20일(현지시간) 음모론 매체 ‘인포워즈(Infowars)’ 설립자 알렉스 존스(Alex Jones)가 제기한 14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판결 불복 상고를 심리 없이 기각했다. 이로써 2012년 코네티컷주 뉴타운(Newtown)의 샌디훅 초등학교(Sandy Hook Elementary School) 총기 참사 피해 유가족과 수사 당국 관계자에게 지급해야 할 거액 배상책임은 그대로 유지된다.
2025년 10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코네티컷 항소법원이 2024년 내린 원심 유지 결정에 대해 존스 측이 주장한 ‘절차적 적법성(due process)’ 및 ‘언론·표현의 자유(free speech)’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인 기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법원에서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9명 가운데 최소 4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 소송은 2012년 12월 14일 당시 20세의 전 학생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학생 20명과 교직원 6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둘러싼 것이다. 존스는 자신의 방송과 웹사이트를 통해 해당 참사가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기득권 세력이 꾸민 “폴스 플래그(false flag)” 작전’이라 주장하며, 울부짖는 유가족을 “연기자(crisis actors)”라고 지칭했다.
주요 판결 경과와 배상 규모
“배상액이 지나치게 과도해 사실상 지불이 불가능하다.” – 알렉스 존스 측 대법원 상고 이유서 중
코네티컷주 워터베리(Waterbury) 배심원단은 2022년 10월 존스의 책임을 인정하고 9억 6,500만 달러의 위자료(정신적·감정적 손해배상)를 결정했다. 이후 현지 판사 바버라 벨리스(Barbara Bellis)는 징벌적 손해배상 4억 7,300만 달러를 추가해 총액을 14억 달러로 확정했다. 2024년 주 항소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일부를 감액해 3억 2,300만 달러를 삭감했으나, 존스 측이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장은 원래 금액(14억 달러)을 문제 삼았다.
존스는 텍사스주에서도 별도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약 5,00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두 소송 패소 이후 그는 개인 파산을 신청했으나, 파산법원은 ‘고의적·악의적 불법행위로 인한 채무는 면책될 수 없다’는 이유로 면책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폴스 플래그’·‘위기배우’ 용어 해설※
폴스 플래그(false flag)는 군사·정보 분야에서 적 또는 제3세력의 소행으로 위장한 자작극을 의미한다. 음모론자들은 대형 사건 발생 시 배후 세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할 때 주로 이 용어를 사용한다. 위기배우(crisis actor)는 참사 현장에 투입돼 ‘가짜 피해자’ 행세를 한다는 가설 속 인물을 지칭한다. 두 용어 모두 증거가 없는 음모론으로 분류된다.
법적 쟁점과 대법원 기각 의미
존스 측은 ① 소송 과정에서 ‘작은 자료 제출 오류(small discovery errors)’를 이유로 기본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하급심이 피고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고, ②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점을 주로 내세웠다.
그러나 미국 법조계는 존스의 변론권 박탈이 ‘사소한 실수’ 때문이 아니라, 증거 제출·증언·재판 명령 불이행 등 반복적·의도적 위반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심리를 거부함으로써 하급심이 설정한 음모론 확산에 따른 2차 피해 책임 기준을 묵시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해석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파장
필자는 이번 판결이 표현의 자유와 허위정보 유포로 인한 피해보상 책임 간 경계선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대법원이 심리를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향후 하급심의 고액 명예훼손 판결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피해 규모가 막대하고 고의성이 인정되는 사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이 전례 없이 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존스가 운영하는 인포워즈 매체의 강제 매각 여부가 텍사스주 법원에서 다뤄지고 있어, 극우 성향 대안 미디어의 지속 가능성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치적 음모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온 유사 매체들의 사업모델에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정
존스는 텍사스 판결에 대해 별도로 연방항소법원(5순회)에 상고 중이며, 샌디훅 사건과 관련된 두 건의 추가 명예훼손 소송(타 유족 및 오보로 지목된 일반인)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조계는 “사실상 모든 상고 절차가 마무리되면, 집행 단계에서 자산분할·채권자 협의 등이 2026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결론적으로, 연방대법원의 이번 기각은 ‘허위 정보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이 맞닥뜨린 법적·경제적 리스크를 재조명하며, 디지털 시대 명예훼손 책임 논의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