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발 외환시장 소식에 따르면, 달러화가 13일 아시아장 초반에도 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년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고, 8월 소비자물가가 완만하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달러지수(DXY)는 전날 0.2% 하락해 97.585에서 거래됐다. 이는 이틀간 이어졌던 상승 흐름이 꺾인 것이며, 주간 기준으로도 두 번째 연속 하락이 예상된다.
시장 참가자들이 눈여겨본 지표는 미 노동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였다. 해당 건수는 4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나 노동시장 둔화 우려를 부각시켰다. 같은 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해 7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를 보였으나, 시장 예상 범위에 머물렀다. 물가와 고용 지표가 엇갈리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에 ‘변수’가 추가된 셈이다.
투자자들의 베팅이 향하는 곳: 9월 17일 FOMC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Watch Tool 집계에 따르면,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9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p) 인하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던 50bp ‘빅컷’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으며, 연말까지의 완화 속도 역시 이전 전망 대비 완만해졌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전날 4%선 하회 직전까지 밀렸다가 아시아장에서 4.0282%로 소폭 반등했다.
연준의 정책 경로를 가늠하는 단서는 ‘노동시장’과 ‘물가’다. 최근 고용 둔화 징후는 물가 상승 압력보다 시장심리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는 국채 금리 하락·달러 약세·주식시장 강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는 경기 둔화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변수가 교차하면서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Tim Kelleher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기관영업 대표)는 “시장 자체가 갈림길(crossroads)에 서 있다”며 “가시성이 떨어지는 구간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주요 통화별 동향
● 엔/달러 환율은 147.27엔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앞서 미국·일본 정부가 공동성명을 내고 “환율은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하며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확인했다.
● 유로/달러는 1.1727달러로 0.1%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두 번째 연속 2.0%로 동결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경제 리스크가 이전보다 균형적”이라고 언급하면서 추가 인하 기대가 반반으로 줄었다.
● 호주달러는 0.6665달러로 0.1% 상승, 10개월래 고점 부근을 지켰다.
● 뉴질랜드달러는 0.5971달러로 0.1% 하락했다.
● 파운드/달러는 1.3572달러, 0.1% 하락.
● 역외 위안화는 달러당 7.1135위안으로 보합세였다.
달러지수(Dollar Index)란 주요 6개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스웨덴크로나·스위스프랑)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하락하면 달러 약세를, 상승하면 달러 강세를 의미한다.※투자 참고용 정의
FedWatch Tool은 연방기금선물 가격을 기반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차기 FOMC 회의의 금리 분포를 보여주는 지표다. 옵션·선물 가격에서 확률을 추정해 매일 업데이트된다. 이를 통해 시장은 ‘인하·동결·인상’ 각각의 확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전망과 시사점
향후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는 연준의 실제 행동과 경제지표의 추가 변화다. 투자자들은 9월 인하가 단행될 경우, 연말까지 총 50bp 인하 가능성을 관찰 중이다. 하지만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거나 고용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정책 경로는 또다시 수정될 수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달러지수가 97선 아래로 내려가면 95선까지 추가 약세가 열릴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연준·ECB·BOJ(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면에서는 각국 국채금리 스프레드와 위험자산 선호도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달러/엔 환율은 양국 금리차뿐 아니라 일본 당국의 구두 개입 가능성,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원자재 가격에 동시에 반응하기 때문에 관심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미국 노동시장 둔화와 완만한 물가가 결합해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 흐름이 재개될 여지가 크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 견조함, 국채 수익률 수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되면 달러가 낙폭을 일부 되돌릴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포지션 조정과 리스크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