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금융보호국, 자금난 심화로 직원 무급휴직 검토

[워싱턴]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CFPB)이 예산 부족 사태에 직면해 전 직원 무급휴직(furlough)·인력 감축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2월 CFPB를 장악한 이후 새 예산을 추가 배정하지 않은 결과, 기관은 운영 자금 고갈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CFPB 내부 소식통 두 명은 “무급휴직 시행을 포함한 극단적 조치가 고위 경영진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무급휴직 대상 규모나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2주 뒤에는 급여와 퇴직급여를 충당할 현금이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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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난 악화 배경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CFPB 예산의 신규 인출을 거부했고, 전체 인력의 90% 감축을 목표로 한 대규모 해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노조와 소비자단체가 법원에 제소하면서 해고가 중단된 탓에, 기관 측은 여전히 대부분의 인건비를 부담하고 있다.

지난주 CFPB는 직원들에게 “의회가 추가로 부과한 예산 한도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공지를 배포했다. 이는 법원 명령(해고 중지)을 위반하지 않고 인원을 줄일 방법을 마련하려는 조치였다.

소식통들은 이어 “무급휴직은 해고 정지 명령을 회피하면서 단기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유력 수단”이라며, 실제 시행 시 직원 생활 안정소비자 보호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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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회 예산 삭감… 연준 몫 12%→6.5%

CFPB는 일반 연방 예산이 아니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지출의 일정 비율을 매년 이체받는 구조다. 그러나 올여름 미 의회는 이 상한선을 12%에서 6.5%로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 결과적으로 수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증발했다.

더불어 기관 경영진은 최근 계약 담당자들에게 외주·용역 지출 최소화를 지시하면서 남은 현금을 급여와 필수 운영비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소식통은 “의회가 정한 한도 때문에 2025 회계연도 말(9월)까지 추가 예산 요청도 불가능하다고 기관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어 풀이

Furlough(무급휴직)는 고용주가 일시적으로 근로자에게 일을 중단하도록 지시하지만 고용관계 자체를 해지하지는 않는 조치다. 공공 부문에서는 셧다운(shutdown) 시 예산 절감을 위해 흔히 활용된다. 휴직 기간 동안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며, 의료보험 등 복리후생이 축소·중단될 위험이 있다.

CFPB는 2010년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설립된 독립 규제기관으로, 모기지·신용카드·학자금 대출 등 소비자 금융상품을 감독한다. 독립 재원 구조는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으나, 이번 예산 상한 조정으로 사실상 의회의 예산 통제에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기자 전문 분석

CFPB가 인력·예산 축소 국면에 빠지면 소비자 보호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주요 금융기관을 상대할 감독·제재 역량이 약화되면, 고금리·과다 수수료 문제 같은 민생 현안 대응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

현재도 미국 금융권은 디지털 사기·부채 증가·고금리 부담으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예산 삭감과 휴직으로 실무자가 급감하면, 민원 조사·규정 제정·제재 집행 모든 단계에서 리스크 관리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CFPB의 특이한 재원 구조가 헌법적 정당성 문제로 연방대법원 심리 대상이 된 만큼, 향후 판결 결과에 따라 기관 존폐 수준의 변화가 뒤따를 수도 있다. 만약 법원이 연준 재원 조달 방식을 ‘의회 통제 부족’으로 판단한다면, CFPB는 일반 부처처럼 예산 편성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정치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종합적으로 볼 때, 무급휴직은 단기 유동성 악화를 늦추는 임시방편일 뿐, 구조적 예산 축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연준이나 의회가 별도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2026 회계연도에도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금융업계·정책 당국이 삼자 협력 체계를 구축해 상시 감독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재정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신뢰도가 훼손되고, 소비자 피해 배상·예방 장치가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