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금융보호국, 바이든 행정부 ‘오픈 뱅킹’ 규정 대체 추진…소송 중단 요청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29일(현지시간) 연방 법원에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오픈 뱅킹(open banking)’ 규제를 폐지해 달라는 업계 소송 절차를 잠정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관은 기존 규정 대신 새로운 규정안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CFPB는 최근 업계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최근 금융시장 상황 변화를 반영해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연방 법원에 절차 중단을 공식 요청했다. 이는 업계 측이 규정을 무효화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을 기관이 직접 방어하기보다, 새로운 입법 절차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적 선회로 해석된다.

CFPB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

최근 시장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을 고려해 규정을 대폭 수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견고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 제정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고 밝혔다. 이는 CFPB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법원이 기존 규정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오픈 뱅킹이란?

오픈 뱅킹은 은행이 보유한 고객 금융 데이터를 안전한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통해 타사 핀테크(금융기술) 기업과 공유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계좌 내역, 잔액, 결제 이력 등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서 관리하거나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유럽연합(EU)의 PSD2, 영국의 OBIE(Open Banking Implementation Entity) 사례처럼, 데이터 이동성금융 서비스 혁신을 촉진하는 글로벌 규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보호, 은행의 IT 투자 부담 등 부작용을 둘러싼 논쟁도 지속돼 왔다. 미국에서도 2021년 제정된 바이든 행정부의 오픈 뱅킹 규정이 금융 산업 내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린 평가를 받아왔고, 대형 금융기관핀테크 스타트업 간 갈등도 고조됐다.


CFPB의 방향 전환 배경

CFPB가 규정 재검토를 선언한 직접적 배경으로는 다음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 최근 데이터 유출·해킹 사건이 금융권 전반을 흔들면서 소비자 보호 장치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둘째, 금리 변동과 거시경제 리스크로 인해 핀테크 기업의 사업 모델이 흔들리면서 정책적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셋째, 의회와 업계에서 ‘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며, CFPB가 새로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이에 따라 CFPB는 법정에서 강경 방어를 택하기보다는 정책 설계 단계로 돌아가 더 긴 호흡으로 규제를 손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반응과 전망

이번 결정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전통 은행권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CFPB가 제시할 재설계된 규정이 어느 정도까지 데이터 이동성소비자 보호를 균형 있게 담보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API 표준, 인증 절차, 책임 주체 구분 등 세부 요소가 금융 서비스 혁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 초안 공개 이후에도 공청회·의견 수렴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규정이 지나치게 제한적일 경우, 미국 핀테크 생태계가 영국·EU 등 해외 경쟁국 대비 혁신 속도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책임성 있는 데이터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엄격한 보안 요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CFPB와 소비자 보호

2011년 도드-프랭크 법에 따라 설립된 CFPB는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등 다양한 소비자 금융상품을 감독·규제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초기에 설립을 주도했고, 이후 민주·공화 양당 간 정치적 논쟁의 중심이 됐다. 특히 기술 혁신을 통한 금융접근성 확대 vs 개인정보 보호와 예산 부담이라는 이슈가 항상 충돌해 왔다.


향후 일정

현 시점에서 CFPB는 새로운 규정 초안을 2026년 상반기 내 공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규정 발표 뒤에는 최소 60일 이상 의견수렴 기간과 여러 단계의 행정 절차법(APA) 검토가 이어질 전망이다. 법원이 이번 ‘소송 중단 요청’을 수용할 경우, 규정 개정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관련 소송은 동결 상태에 놓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CFPB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금융 업계가 불확실성을 안은 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면서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기술·보안·법적 문제를 정교히 조율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결론

CFPB의 전격적인 방향 전환은 미국 금융규제 환경이 여전히 정치·경제적 변수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픈 뱅킹을 둘러싼 핵심 쟁점—데이터 이동성, 보안, 혁신, 책임—은 규제 재설계 과정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따라서 은행·핀테크 기업·소비자단체·정책당국 간 다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