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금융보호국, 민권시대 반차별 규정 축소 추진…‘차별적 영향’ 책임 배제안 제안

워싱턴 — 미국 연방 소비자금융 감독기관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민권 시대에 확립된 핵심 반차별 요건을 금융업계에서 축소하는 규정 개정을 공식 제안했다. 이는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인 ‘기업 규제 부담 완화’에 맞춘 조치로, 시민단체들은 해당 요건이 미국 소비자 권리 보호의 근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CFPB는 공식 통지에서 1974년 제정된 평등신용기회법(ECOA)의 집행 규정을 변경해, 대출기관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차별적 결과를 낳는 관행에 대해 책임을 묻는 ‘차별적 영향(disparate impact) 책임’법이 승인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앞서 CFPB가 이러한 방향의 변경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CFPB는 이번 보도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규정 개정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에 내린 차별적 영향 책임의 사용 배제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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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적 영향 책임 축소의 함의

차별적 영향(disparate impact) 책임은 특히 고용 분야에서 널리 적용되어 온 법리로, 주거, 교육, 대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종 및 성별 차별을 단속하기 위해 정부가 수십 년간 활용해 온 도구다. 이는 연방대법원 판례에 뿌리를 둔 법리로서, 의도적 차별뿐 아니라 특정 정책·관행이 결과적으로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경우에도 금지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백악관은 이 법리가 기회 평등을 저해하고, 기업이 능력과 기술을 기준으로 한 인사와 기타 경영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소비자·시민단체는 연방 당국이 차별적 영향 기준을 더 이상 집행하지 않게 되면, 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차별 방지가 대폭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번 제안은 대출 분야의 시민권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조치다. 이러한 변경은 사실상 ‘레드라이닝(redlining)’의 부활을 초대할 것이다.” — 제시 밴 톨(Jesse Van Tol), 전미커뮤니티재투자연합(NCRC) 최고경영자

이번 변경은 법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임기 동안, 주택도시개발부(HUD)는 보호 대상 집단에 차별적 영향을 미치는 주거 관행을 금지한 규정을 폐지했으나, 법원이 이를 중단시켰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해당 규정을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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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PB가 제안한 이번 규정 변경안은 수요일 자로 공고되었으며, 최종 확정에 앞서 30일간의 공공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된다.


특별목적신용프로그램(SPCP) 범위 축소 제안

CFPB는 같은 날 공고한 별도의 통지에서, 특정 개인 집단을 대상으로 신용 제공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특별목적신용프로그램(SPCP)의 사용 가능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행 제도는 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표적화된 신용 지원을 허용한다.

아울러 CFPB는 채권자가 광고·마케팅 자료 또는 발언을 통해 신용 신청을 단념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제 문구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CFPB는 현행 문구가 표현의 자유상업 활동을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밝혔다.

한편, 6월 법원은 시카고 지역의 한 모기지 대출기관과의 합의를 CFPB가 무효화하려던 시도를 저지했다. 당시 해당 대출기관은 흑인 거주 지역의 예비 대출 신청자들을 위축시키는 관행으로 이른바 ‘레드라이닝(redlining)’을 했다는 의혹을 트럼프 첫 임기 당시 당국으로부터 받았었다.


중소기업 대출 조사 간소화 별도 제안

CFPB는 또 다른 별도 제안에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실태 조사간소화하는 변경안을 내놨다. 해당 조사는 업계와 공화당으로부터 침해적이고 부담이 크다는 반발에 직면해 왔다. 현재 이 조사 관련 규정은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동안 시행이 보류되어 있다.


핵심 용어와 제도 설명

ECOA(평등신용기회법): 1974년 제정된 연방법으로, 채권자가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국가, 성별, 혼인 여부, 나이 등 보호 대상 특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번 CFPB 제안은 ECOA가 차별적 영향 책임까지 허용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규정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차별적 영향(disparate impact) vs. 차별적 처우(disparate treatment): ‘차별적 처우’는 특정 집단을 의도적으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직접 차별을 뜻하는 반면, ‘차별적 영향’은 표면상 중립적인 정책이라도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에 불균형적 피해를 주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번 논쟁의 초점은 후자(차별적 영향)를 금지·집행 가능한 기준으로 볼지 여부다.

레드라이닝(redlining): 금융기관이 특정 지역, 특히 소수인종 밀집 지역을 표시해 대출을 회피하거나 조건을 불리하게 책정하는 관행을 일컫는다. 시민단체들은 차별적 영향 기준이 약화될 경우 이 관행이 재현될 우려를 제기한다.

SPCP(특별목적신용프로그램): 차별 금지 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특정한 필요를 가진 집단에 대해 표적화된 금융 지원을 허용하는 제도다. CFPB는 이 제도의 허용 범위 축소를 제안했다.

‘신용 신청 단념 금지’ 규정: 채권자가 광고·마케팅 또는 발언으로 잠재적 신청자위축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CFPB는 표현의 자유와 상업 활동에 대한 과도한 위축 효과 가능성을 들어 문구 수정을 추진 중이다.


절차와 향후 과정

이번 CFPB의 일련의 제안은 연방 규정 제정 절차에 따라, 최소 30일간의 공개 의견 접수 이후에야 최종안으로 확정될 수 있다. 의견수렴 기간 동안 업계, 시민단체, 학계 및 일반 시민은 제안의 정책·법적 영향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CFPB는 이 피드백을 토대로 최종 규정 문안과 집행 가이던스를 조정하게 된다.

다만, 반차별 법리의 성격상, 최종 규정이 확정되더라도 사법부 판단에 의해 효력이나 적용 범위가 다시금 좌우될 수 있다. 앞서 HUD 사례에서 보듯, 법원 명령이나 차기 행정부의 방향 전환에 따라 동일 주제의 규정이 중단·복원을 반복한 전례가 존재한다.


정책·시장적 고려사항

CFPB의 이번 제안은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준법감시, 상품 설계마케팅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별적 영향 기준이 약화되면, 알고리즘·모델링 기반의 신용평가광고 타게팅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편향에 대한 규제 위험은 줄어들 수 있으나, 반대로 소비자 불신과 명예 리스크가 커질 소지도 있다. 또한 SPCP 범위가 축소될 경우, 금융 포용을 목표로 한 표적 지원 프로그램의 설계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신용 신청 단념’ 조항의 문구가 완화될 경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표현 자유 공간이 넓어지는 대신, 특정 표현이 어떤 상황에서 차별적 메시지로 해석될지에 관한 경계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한 법원의 판단과 CFPB의 해석 가이던스가 향후 실무 적용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관련 쟁점 정리

규제 축소 측 논리: 차별적 영향 법리가 성과·능력 중심의 의사결정을 제약하고, 기업 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주장.

권리 보호 측 논리: 동일한 절차가 적용되더라도, 특정 집단에 체계적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존재하며,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실질적 평등이 훼손된다는 지적.

이번 CFPB 제안은 이러한 공방의 중심에 놓여 있으며, 최종 규정·사법 판단·행정부의 향후 방향에 따라 미 금융 규제의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핵심 인용 및 기관

“이번 제안은 대출 분야의 시민권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조치다… ‘레드라이닝’의 귀환을 초대할 것이다.” — 제시 밴 톨, 전미커뮤니티재투자연합(NCRC) CEO

관련 기관: CFPB(소비자금융보호국), 백악관, HUD(주택도시개발부). 관련 법령: ECOA(1974년 평등신용기회법). 절차: 30일간 공공 의견수렴 후 최종 규정 확정 가능.


참고: 본 기사는 로이터 통신의 더글라스 길리슨(Douglas Gillison) 취재를 바탕으로, 원문의 모든 핵심 정보(날짜, 지명, 기관, 인용 등)를 충실히 반영해 한국 독자를 위해 정확하고 명료한 형태로 번역·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