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심리 부진에 달러 약세… 트럼프·푸틴 회담과 관세 정책도 변수

달러 인덱스(DXY)가 16일(현지 시각) -0.41% 하락하며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7월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상을 밑돌면서 달러 매도세가 확산된 가운데, 재닛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연준(Fed)의 금리 인하 폭에 ‘지침’을 제시한 듯한 발언을 내놓자 해외 투자자들의 정책 독립성 우려가 겹친 결과다.

달러인덱스 차트

2025년 8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bp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했다. 이번 회담은 관세 및 유가, 나아가 유럽 안보 지형에 중대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 미국 경제 지표: 소매판매·심리지수·물가·생산

소매판매 지표는 ‘명암’이 엇갈렸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시장 컨센서스(+0.6%)를 소폭 하회했지만, 6월 수치는 +0.9%(종전 +0.6%)로 상향 조정됐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를 기록해 예상치와 부합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 8월 예비 소비자심리지수는 58.6으로 전달 대비 -3.1포인트 급락하며, 시장이 기대한 62.0을 크게 밑돌았다. 해당 조사에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9%, 5~10년 기대는 3.9%로 각각 상승했다. 응답자의 58%는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지출 축소’를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유로달러 차트

7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4%로 예상치(+0.1%)를 상회했고, 전년 대비 증감률은 -0.2%로 전달(-0.5%)보다 축소됐다. 석유를 제외한 수입물가는 +0.3%로 집계됐다. 7월 산업생산은 -0.1%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0%)를 소폭 하회했으나, 6월 수치는 +0.4%(종전 +0.3%)로 상향됐다. 제조업 생산은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뉴욕 연은이 발표하는 8월 엠파이어 제조업지수는 11.9로, 시장 예상(0)과 전달치(5.5)를 모두 크게 넘어섰다.


2. 연준 및 금리 전망

시카고 연은 총재 오스탄 굴스비는 “지속적인 물가 압력이 재발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추가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고 싶다”라며 다소 매파적 성향을 드러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서비스 물가가 높게 나온 점을 우려한다고도 밝혔다.

앞서 14일 발표된 7월 PPI(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3.3%(헤드라인), +3.7%(근원)으로 급등한 여파도 이어졌다. 시장은 9월 FOMC에서 -50bp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고, -25bp 인하 확률 역시 93%→85%로 축소했다.

금 선물 차트


3. 국제 무역·관세: 트럼프 발언 집중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주 또는 그다음 주에 철강,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겠다”며 “반도체에는 100% 관세를 검토 중이며,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기는 기업은 면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200%, 300% 관세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11월까지 90일 연장했고,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문제 삼아 인도산 제품 관세를 25%→50%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제약·의약품에 대한 신규 관세도 ‘조만간’ 예고된 상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들 조치가 모두 시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024년 2.3%에서 15.2%까지 치솟게 된다.


4. 해외 경제: 중국 지표 약세

같은 날 밤 공개된 중국 7월 지표는 글로벌 경기 전망에 추가 부담을 줬다.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3.7%(예상 +4.6%), 산업생산은 +5.7%(예상 +6.0%)로 둔화됐다. 실업률은 5.2%로 전월(5.0%) 대비 상승했고, 누적 부동산 투자 감소율은 -12.0%로 확대됐다.


5. 외환·상품시장 반응

EUR/USD는 달러 약세에 힘입어 +0.47% 상승했다. 트럼프·푸틴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완화 기대가 일부 반영됐다. USD/JPY는 -0.56% 하락했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일본은행(BOJ)이 긴축에 뒤처졌다”는 발언으로 엔화가 일부 지지를 받았으나, 미국발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엔화에 부정적이다.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0.02% 하락했고, 9월물 은 선물은 0.25% 내렸다. 9월 금리 인하 확률 하향 조정과 함께 투자자들이 일부 이익 실현에 나선 영향이다. 그럼에도 ETF 내 금 보유량은 2년 만의 최고치, 은 보유량은 3년 만의 최고치를 각각 갱신하며 안전자산 수요를 방증했다.


6. 용어 해설※생소한 투자자를 위한 참고

CPI(소비자물가지수):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인플레이션 방향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PPI(생산자물가지수): 생산 단계에서의 가격 변동을 집계한다. 통상 CPI에 1~3개월 선행해 기업의 가격 전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FOMC: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기준금리 결정 기구다. 회의 결과는 글로벌 자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Fed Funds Futures: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로, 금리 인하·인상 확률을 시장이 어떻게 가격에 반영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7. 기자의 시각·전망

달러 약세는 당분간 소비 심리 회복 가능성, 관세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연준의 중립적 스탠스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서비스 물가가 다시 반등할 경우 연준의 데이터 의존적 접근법은 매파로 기울 수 있으며, 이는 달러 반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율 관세 공세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무역 둔화 및 달러 유동성 증가를 동시에 자극해 달러 약세 압력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투자자들은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 9월 CPI·FOMC, 그리고 트럼프의 추가 관세 발표 시점을 전후해 금리·통화·원자재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