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미국 공화·민 양당 상원의원들이 러시아 에너지 부문을 겨냥한 제재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SHADOW Fleets Act’(Sanctioning Harbors and Dodgers of Western Sanctions)라 불리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 목표는 ‘섀도 함대(Shadow Fleet)’로 불리는 노후 유조선 집단을 제재해, 현재 시행 중인 미국의 대(對)러시아 에너지 제재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데 있다.
2025년 9월 1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초당적 법안은 공화당 소속 짐 리시(아이다호) 상원 외교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진 샤힌(뉴햄프셔) 위원 간사가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으며, 추가로 7명의 상·하원 의원이 서명했다. 법안은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억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섀도 함대’란 무엇인가?
섀도 함대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박 위치 자동식별시스템(AIS)을 끄고, 선적 서류나 선박 이름을 수시로 변경하며, 공해상 환적을 통해 화물을 숨기는 등 불투명한 운항 관행을 일삼는 노후 유조선·가스 운반선 집단을 통칭한다. 이들 선박은 국제제재망을 교묘히 피해 러시아산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해 왔다.
법안 주요 조항*1
① 러시아산 원유·LNG 운송 선박 식별을 위한 ▲선령 15년 이상 노후 선박 ▲AIS 비가동 기록 ▲선박 등록 빈번 변경 등 ‘위험 지표’를 명시한다.
② 제재 대상 선박과 단 한 차례라도 환적·물류 거래를 시도한 모든 선박에 대해 2차 제재를 부과한다.
③ 러시아 북극권 LNG 프로젝트 및 신규 LNG 인프라 개발에 대한 금융·기술·장비 지원을 전면 차단한다.
④ ‘노르드스트림2(Nord Stream II)’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운영 인가를 완전히 취소한다.
⑤ 미국 제재를 유럽연합(EU) 제재와 동일 기준으로 조율해, 제재 회피 ‘안전지대’를 봉쇄한다.
“우리는 크렘린의 전쟁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도구를 강화해야 한다.”—짐 리시 상원의원
동일 날짜에 EU 집행위는 19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러시아산 LNG 수입 금지를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본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양측 규제 틀이 정교하게 맞물려 시너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의회 내 전망과 변수
상원에서는 기존에도 러시아에 강력 제재를 가하자는 목소리가 다수였으나, 2025년 초 발의된 별도 초강경 제재 법안이 공화당 지도부의 ‘트럼프 승인 대기’로 진전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번 SHADOW Fleets Act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명시적 지지 여부가 통과 가능성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 안보·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병행 입법
러시아 군용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해 지역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상·하원 복수 의원단은 미국 및 나토(NATO)의 동유럽 전력 배치를 강화하고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기금으로 활용하는 별도 법안도 이날 동시에 추진했다.
전문가 진단*2
에너지·해운 분석가들은 “그동안 섀도 함대가 운송한 러시아산 원유는 하루 평균 150만 배럴 수준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의 주요 변수였다”고 지적한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단기적으로 해상 물류 비용과 보험료 상승, 유조선 시장 타이트닝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EU·미국 간 공조가 강화되면 러시아는 인도·중국·중동 등으로 공급망을 재편해야 해, 물류 동선이 길어지고 원가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사점
한국 역시 대러 에너지 수입 비중은 크지 않으나, 유조선·가스선 발주 시장에서 러시아 프로젝트가 차지하던 물량이 감소할 경우 조선업계 수주 환경이 변화할 수 있다. 또, 고유가가 장기화될 시 제조업 원가·물가 지표에도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어 정부와 기업의 위험 관리가 요구된다.
*1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는 제재 대상국과 직접 거래하지 않았더라도, 대상국과 ‘의미 있는 거래’를 한 3국·기업·개인을 동반 제재하는 조치다.
*2 분석 의견은 기사 작성 시점의 시장 컨센서스이며, 정책 및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